호주의 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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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는 세계 최대의 천연자원 보유국 중의 하나이다. 각종 산업 발달과 특히 거대 중국의 부상과 함께 어느 나라나 할 것 없이 제조업이 있는 국가들은 천연자원 확보가 가장 큰

 

2010.08.11

 

 

호주의 총선

 

 

호주는 꼭 주말인 토요일에 투표를 하고 투표를 하지 않으면 벌금을 물도록 되어 있다. 투표일을 특별 공휴일로 만들어 국가적인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겠다는 의도이다.

 

오는 8월 21일은 호주연방 총선일 이다. 얼마 전 호주 최초의 여성총리로 등장한 줄리아 길라드가 자기 지지 기반을 확고히 해 새로운 정부를 이끌겠다는 결심을 굳히고 지난달 말 호주총독의 형식적인 승인을 얻어 조기총선을 선언했다. 해서 호주는 한참 총선 campaign이 전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번 총선을 들여다 보면 참 재미있는 현상이 엿 보인다.

 

불과 몇 달 전 전임 캐빈 라드 총리가 Big Australia (큰 호주)정책과 Super Mining Tax(천연자원 잉여 이득세)부과 계획을 발표한 후 국민여론이 이에 반대하는 경향으로 흐르자 집권 노동당내 2인자인 당시 부총리였던 줄리아 길라드가 당내 비주류들을 등에 업고 당내 쿠데타(?)를 성공시켜 라드 총리를 밀어내고 여성 최초의 총리로 등장 한지 불과 수 개월 만에 총선을 선언한 것이다.

 

여기서 호주의 통치체제를 한번 들여다 보아야겠다. 호주는 6개주로 구성된 연방국가 체제이다. 각주는 영국여왕을 대리하는 주 총독(State Governor)이 있고 연방에는 여왕을 대리하여 호주를 대표하는 연방 총독 (Governor-General)이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 총독을 주 총독은 현임 주 수상 (Premier)이 추천하고 여왕이 임명하는 형식을 취하고 연방총독 역시 연방총리(Prime Minister)가 추천하고 형식적인 여왕의 승인을 받아 임명된다.

 

새로이 선출된 주 수상이나 연방총리, 그리고 내각의 멤버(장관)들은 총독 앞에서 선서를 하고 집무를 시작하게 되며, 선거를 치루기 위해서는 현임 총리가 총독에게 건의하여 승인을 받는 형식을 취하여 총리나 주 수상이 총선을 선언하고 선거일을 발표한다. 한국은 법으로 선거일이 정해져 있지만 호주는 해당주 선거는 주 수상이, 연방선거는 연방총리가 투표일을 정하여 발표한다.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현 집권당에 아주 유리한 시점을 택해 선거일을 정하기 마련이다. 야당으로 보면 불공평하기 짝이 없는 제도이나 처음부터 그렇게 되어왔기 때문에 야당이나 국민들이나 당연한 것으로 받아 들인다. 한국 같으면 야당들과 이에 동조하는 시민 단체들이 길거리로 뛰쳐나갈 사항이다.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은 흔히 내각 책임 제를 시행하는 나라에서 가끔 볼 수 있듯이 선거시기도 현 집권당의 임기를 6개월 남겨놓고는 아무 때나 실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론이 현 집권당이나 총리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흐르는 기미가 보이기 시작하면 점점 나쁜 여론이 다수를 점하게 되기 전에 의회를 해산하고 선거를 치르는 것이 현 집권측에 유리하다 판단되면 바로 선거를 시행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이번의 연방 총선도 그렇다. 당권싸움에서 승리하여 같은 당의 총리를 축출(?)하고 부 총리에서 새로이 총리로 등장한 줄리아 길라드 여성총리가 불과 2개월 만에 의회해산과 총선이라는 카드를 꺼내 든 것은 전임 캐빈 라드 총리의 출신지역인 퀸스랜드주를 중심으로 일기 시작한 같은 당의, 그것도 자기를 부총리로 임명해 준 총리를 밀어 냈다는 도덕적 비난을 일소하고 전임 총리가 주창했던 Big Australia (큰 호주 정책) 를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호주 보수층들의 지원을 업고 약한 지지기반을 확고히 함으로써 강력한 총리로써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어찌 보면 정치생명을 건 도박이나 다름이 없다.

 

불과 달포도 되지않은 총선 선포 당시만 해도 여론조사에서 앞서던 집권당의 지지가 달포 만에 역전되는 사태가 일어나기 시작하고 특히 가뜩이나 전통적인 야당 강세지역인 퀸스랜드 주에서 자기 지역 출신 총리를 축출했다는 반감까지 겹쳐 야당세가 더욱 강해지자 다급해 진 줄리아 길라드 총리가 주로 퀸스랜드 주에 상주하면서 전임 캐빈라드 총리에게 지원 유세를 호소하고 있다. 마치 언젠가 곤경에 빠졌던 한나라 당이 국민적 인기를 얻고있는 박근혜 전 대표에게 지원을 호소하던 사실과 매우 흡사해 보여 정치판이란 어느 나라나 다를 게 없구나 싶어 씁쓸하기까지 하다.

 

여기서는 한국선거에서 볼 수 있는 떠들썩한 선거유세를 볼 수가 없다. 선관위의 선거벽보도 없다. 각 후보들은 자기를 지지하는 주민의 동의를 얻어 그 집 앞에 자기사진이 들어 있는 팻말을 선거구내 곳곳에 세워 놓는다. 주로 우편물을 통하여 선거운동을 하고 주로 자원봉사자로 구성된 지원자들이 유니폼을 입고 주말에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쇼핑센터 입구등에서 지지후보의 사진이 든 피켓을 들고 지나가는 차량과 사람들에게 손을 흔드는 것이 선거운동의 전부이다. 확성기로 시도 때도 없이 도심을 시끄럽게 만드는 일은 구경 할 수가 없다. 물론 한 두 차례 여.야 당수의 TV 정책 토론회를 거치며 이 TV토론의 승부가 선거의 승부를 가르는 중요한 변수가 된다.

 

과연 전임자의 축출로 도덕적으로 취약하면서도 전임자가 과감한 기술이민 도입과 출산장려로 큰 호주를 만들겠다던 정책에 반대하는 많은 보수층의 지지기반을 업고 있는 길라드 현 총리와 현집권 노동당의 장기집권에 염증을 느끼고 있으나 강력한 지도자가 없는 야당연합 (현 호주 야당은 자유당 Liberal Party 과 국민당 National Party 의 연합당이다) 과의 대결에서 호주 국민들이 어느 쪽의 손을 들어 줄는지 지켜 볼 일이다.

 

 

필자소개

 

 

1946년 경남 진주 출생. 성균관 대학교 영어 영문학과 졸업. 합동통신 외신부 기자로 활동, 럭키화학과 럭키개발에서 근무했다. 1989년 호주 브리스베인으로 이주한 뒤 호주 퀸슬랜드 주 정부 개발성 해외투자담당 상임고문과 초대 퀸슬랜드 주정부 한국 무역및 투자대표부 대표(2000. 12- 2009. 4)를 거쳤다. 현재는 호주 East West Park Lines사 Project Direc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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