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리뷰] "블루보틀이 뭐길래…" 4시간의 기다림 끝에 맛본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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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리뷰] "블루보틀이 뭐길래…" 4시간의 기다림 끝에 맛본 커피
  • 이화연 기자 hylee@cstimes.com
  • 기사출고 2019년 05월 04일 08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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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가는 게 빠르겠다" 뙤약볕 아래 수 백명 탄식, 맛 좋지만 분위기 아쉬워

▲ 인산인해를 이룬 블루보틀 성수점 오픈 첫날. 사진=이화연 기자
▲ 인산인해를 이룬 블루보틀 성수점 오픈 첫날. 사진=이화연 기자
[컨슈머타임스 이화연 기자] 전국의 힙스터와 얼리어답터들이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모였다. 조용하던 주택가에 수백 명의 인파가 몰린 이유는 '커피계 애플' 블루보틀의 한국 1호점이 오픈한 탓이다.

오픈 시간을 1시간 정도 넘긴 오전 9시께 블루보틀 1호점에 도착했더니 대기하고 있는 소비자만 수백 명, 현장을 카메라에 담는 기자들도 제법 많이 보였다. 개인적으로 자주 들르던 곳인데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인 모습은 처음이었다. 지나가던 주민들도 도대체 무슨 일이냐고 물을 정도였다.

뱀이 똬리를 틀 듯 굽이굽이 이어진 인파의 끝에 줄을 섰다. 4시간 가량이 소요된다는 직원의 안내에 "설마 진짜겠어?"라고 코웃음을 쳤다. 시간이 지날수록 해가 중천에 뜨고 정수리가 익기 시작했다. 어느새 기자의 뒤로는 수십 명의 사람들이 더 와서 붙어있었다. 흡사 놀이공원을 연상시켰다.

기다리는 중간 앞치마 차림의 브라이언 미한 블루보틀 최고경영자(CEO)가 바깥으로 나와 소비자들과 셀카를 찍는가 하면 취재진과의 간단한 인터뷰에 응하는 모습이 보여 흥미로웠다.

▲ 브라이언 미한 블루보틀 CEO. 사진=이화연 기자
▲ 브라이언 미한 블루보틀 CEO. 사진=이화연 기자
그리고 대기 3시간째. 탈수 현상이 일어나겠다 싶던 그때 블루보틀 직원이 고객들에게 물을 한잔씩 나눠주기 시작했다. 이 후로도 1시간을 더 기다려 음료를 주문할 수 있었던 것은 비밀. 직원의 안내대로 꼬박 4시간을 다 기다린 것이다.

직원들끼리 소통을 통해 내부에 공간이 생길 때마다 일정 숫자의 대기자들을 입장시키는 방식이었다. 고지가 가까워질수록 갈증이 생겼다. 마침내 내부로 입성했지만 여기도 굽이굽이 대기줄이 있었다. 하지만 쾌적해진 환경에 신이 나기 시작했다.

내부에서 방문자 수를 세는 직원에게 현재까지 몇 명이 입장했는지 물었다. 오후 1시 10분 기준 491명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기자는 블루보틀 한국 1호점의 492번째 방문자가 된 셈이다.

직원의 안내를 받고 내부 공간이 마련된 지하 1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에 섰다. 이곳에 내려오자 계산대와 기획상품(MD)이 전시된 진열장이 보였다. 본래 계산대는 푸드 전용 3개와 MD 전용 1개로 운영하다가 유동적으로 4개 모두 푸드와 상품을 동시에 결제할 수 있도록 재편했다.

▲ 블루보틀 가격표(왼쪽)와 한국 전용 MD인 유리컵.
▲ 블루보틀 가격표(왼쪽)와 한국 전용 MD인 유리컵.
주문을 기다리면서 MD에 자연스레 눈길이 갔다. 블렌드, 머그컵, 유리컵, 텀블러 등이 준비돼있었다. 단색의 심플한 디자인이 블루보틀 감성을 그대로 전달하는 듯 했다.

특히 투명 유리컵에 하늘색 블루보틀 로고가 붙은 MD에 시선이 꽂혔다. 가격도 1만8000원으로 합리적이었다. 하지만 이미 오픈 2시간 30분만에 매진됐다는 비보가 전해졌다. 한국 1호점 오픈을 기념해 오직 이곳에서만 판매되는 MD여서 더욱 인기인 모양이었다. 재입고 시간은 알 수 없다고 했다.

관심을 끈 음료 가격의 경우 블루보틀의 또 다른 진출국인 일본과는 차이가 크지 않았다. 시그니처 메뉴인 '뉴얼리언스'의 경우 미국은 4.35달러(약 5083원), 일본은 540엔(약 5663원)인데 한국은 5800원이라는 점에서 또 '호갱' 취급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하지만 미국과 일본의 경우 세금이 빠져있는 금액으로 사실상 비슷한 셈이다.

기자가 시킨 메뉴는 아이스 카페라떼와 휘낭시에, 마들렌, 레몬쿠키였다. 샌드위치를 시키고 싶었지만 재고가 없었다. 오래 기다린 만큼 많이 시켜야겠다는 욕심이 앞선 탓에 과소비를 저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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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이 넓은 편은 아니지만 자리가 협소하지는 않았다. 기다란 바 테이블에 자리를 맡아 두고 커피 제조과정을 구경하러 갔다. 소문대로 거름종이에 원두를 올리고 뜨거운 물을 원으로 돌려가며 내리는 모습이 보였다. 굉장히 정성스러워 보였지만 바리스타의 손목 건강이 걱정됐다.

블루보틀은 푸드를 계산하면서 픽업할 때 부를 이름을 서명으로 적게 한다. 영수증에도 그 서명이 표시된다. 바리스타는 음료를 제조해 그 이름으로 소비자를 호명하는데 진동벨에 익숙했던 터라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가장 중요한 맛. 아이스 카페라떼에는 얼음이 5조각 정도 들어가 있었다. 양은 일반 커피전문점 톨(tall) 사이즈보다 조금 적은 느낌이다. 우유 비린내가 없고 싱겁거나 강하다는 느낌 없이 조화로웠다.

하지만 분위기가 아쉬웠던 것은 사실이다. 실제로 블루보틀 1호점의 사진이 공개된 후 온라인 상에서는 "공사장 느낌 카페 지긋지긋하다" "블루보틀 특유의 갬성 어디 갔나" 등 악평이 잇따랐다. 실제로 경험해본 결과 악평할 수준은 아니지만 내부가 시끄럽고 시멘트 벽이 주는 삭막한 분위기는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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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 소셜미디어(SNS) 속 '핫 플레이스'로 활약할 블루보틀 성수점. 2호점인 삼청점이 오픈하기 전인 3개월 가량은 인파가 꾸준히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맛은 일품이므로 궁금하다면 차라리 가까운 일본을 먼저 방문해보는 게 나을 것 같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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