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때리기, 중소기업 달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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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때리기, 중소기업 달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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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은행 민영화로 마련되는 30조원을 중소기업에 지원. -기술개발 보조금을 1조 늘려 2조원으로 확충. -영세유통업자 지원을 위해 대형마트의 입점 개선. -마이스터 고교를 설립해 중소기업과 맞춤형 인력양성.
2010.07.29

 

대기업 때리기, 중소기업 달래기

 

 

  

-국책은행 민영화로 마련되는 30조원을 중소기업에 지원.

-기술개발 보조금을 1조 늘려 2조원으로 확충.

-영세유통업자 지원을 위해 대형마트의 입점 개선.

-마이스터 고교를 설립해 중소기업과 맞춤형 인력양성.

-중소기업 규제는 적게 지원은 크게.


이미 먼지가 내려앉았거나 기억의 저편으로 흘러간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당시 중소기업 정책공약을 들춰 보았다. 국책은행 민영화는 아직 시작도 되지 않았고 기술개발 보조금 지원은 노무현 정부 때나 별로 달라진 것이 없으며 골목마다 영세상권을 집어삼키는 대형마트는  끝없는 영토확장으로 곳곳에서 아우성이다. 이름마저 생소한 마이스터 고등학교가 생겨 맞춤형 인력양성이 실현되리라고 믿는 중소기업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역대 어느 정권 어느 후보나 중소기업 살리겠다고 거창한 구호를 내걸고 표를 모으지만 당선되고 나면 그뿐, 성대한 취임식이 끝나자마자 국제외교다 대기업정책이다 계파정치 관리다 통일정책이다 하여 우선순위가 시급한 현안들에 밀려 중소기업정책은 항상 찬밥 신세다. 국정 중반을 넘기고 한참 달리다 보니 중소기업이 생각났는지 요즘 갑자기 중소기업을 살려야 한다며 대통령부터 장관까지 걷어 붙이고 나서서 나라가 떠들썩하다.


캐피탈과 대부업체의 금리가 살인적이어서 자살사건까지 벌어지는 이 현실을 알만한 서민들은 다 알고 있는데  새로운 사실인 것처럼 대통령의 한마디에 관계기관이 해당 금융사들을 함포사격 중이다. 현금을 많이 보유하고도 풀지 않는 롯데그룹의 롯데캐피탈이 표적으로 지목돼 곤혹을 치루고 있다. 잘못이 있으면 금감원이나 정책당국을 동원해 룰을 바꾸고 절차에 따라 소리 나지 않게 매를 들었어야 했다. 대통령이 미세한 분야까지 언급하는 것도 문제려니와 통치자의 한마디에 대책이 줄줄이 쏟아져 나오고 호들갑을 떠는 것은 평소 정부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는 반증밖에 더 되겠는가. 또 어차피 힘든 서민들에게 금리를 잠시 낮춰주면 단기적 대책은 되겠지만 결국은 이들이 좋은 일자리를 갖도록 해줘야 돈 안 빌리고도 살수 있는 그야말로 진정한 대책일 것이다. 


이번 주 들어서는 대기업들이 중소기업 지원이나 고용창출에 투자를 너무 안한다고 노골적인 섭섭함을 표출해 재벌들이 어쩔 줄을 모르고 있다. 어떤 그룹은 부랴부랴 긴급대책 마련에 나서는가 하면 중소기업과 상생협력대회를 급조하는 등 성의표시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모습은 차라리 코미디다.


지난 1월 30대 대기업들이 이 대통령 앞에서 87조원을 투자하고 6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했고 지난 3월에는 30대 기업들이 향후 8년 동안 300만개 일자리를 창출 하겠다고 했는데 내놓을 만한 성과가 없다는 것이 청와대의 감정이 상한 원인으로 보인다. 대기업들 주장대로라면 올해만 이미 40만개 일자리가 생겼어야 한다고 계산한 것이다. 집권 초부터 대기업에 할 만큼 해줬는데 이럴 수가 있느냐는 것이고 재계는 여름휴가철에 뜬금없이 대기업 때리기에 나서는 정부의 태도에 쌓였던 불만이 터지고 있다.  전경련은 지난해도 목표보다 많은 54조원을 투자해 이행률 105%를 냈고 올해도 능력이상으로 투자를 하고 있는데 왜들 이러는지 모르겠다며 섭섭한 반응이다. 대기업 프랜드리라던 정권초기의 약발이 다한 모습이다.


이런 식의 문제해결 접근법에 수차례 학습효과를 거친 국민들은 과거 다른 정권들처럼 또 저러다 말겠지 하는 냉소적인 표정들이 역력하다. 대통령이 감정을 쏟아내고 호들갑을 떠는 모양새로 지금처럼 복잡하고 다단하게 얽혀있는 중소기업 문제를 하루아침에 해결하려고 하는 것 자체가 시대착오적이고 넌센스다. 친 서민으로 가려면 대기업의 자비에 기대지 말고 정책으로 해결해야 한다. 자본주의가 성장하고 우리나라정도의 수준에 오면 중소기업 지원은 정책이 최선의 답이다. 대기업은 자율에 맡기고 중소기업이나 서민대책은 정책으로 푸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고 흐름이다.


대기업은 악이고 중소기업은 선이라는 감정도 유행이 지났다. 납품단가를 후려치고 협력업체를 못살게 하는 대기업은 제도와 감독이라는 수단으로 매섭게 다스려야 한다. 그렇다고 중소기업은 무조건 보호대상으로 여기고 인기 영합식 접근을 하는 것은 중소기업 자체의 경쟁력을 떨어트리는 것일 뿐만 아니라 그것이야말로 이정부가 그토록 저주했던 또 다른 포퓰리즘의 전형 일 뿐이다. 대기업의 팔목을 비틀어서 미소금융을 강제하거나 돈을 많이 벌었으니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고 윽박지르는 것은 시대에 안 맞다. 모든 것은 경제논리로 접근해야 한다. 경제위기를 넘기면서 기업들이 현금을 보유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얘기다. 투자환경만 만들어주면 다리를 걸고 못가게 해도 돈 냄새를 먼저 맡는 것이 기업이다. 정부는 철저히 권투경기의 레프리로 그쳐야 한다. 한쪽의 전세가 불리하다고 심판이 글러브를 끼고 함께 다른 선수를 두들겨 패면 이건 공정한 경기가 아니다.


"삼성이 은행보다 현금이 많은데 왜 쓰지 않느냐. 상반기 경제성장률이 무려 7%를 넘어 과열조짐을 보이는데도 대기업들은 뒷짐만 지고 있다"는 시각은 무엇보다도 감정이 끼어있기 때문에 일을 그르치기 쉽다. 감정이 앞서면 이성적 해결점을 찾기가 어렵다.

 

이런 식의 접근보다는 어차피 정치 환경변화로 조정이 불가피한 4대강 사업을 부분적으로 줄여서 부총리급 중소기업부를 만들고 정책과 자금 지원 등 3박자를 총괄하는 제대로 된 중소기업정책을 펴면 미래의 성장엔진을 창출한다는 시대적 소명에도 부합할 것이다. 토목건설 지향적 솔루션에서 중소기업 솔루션으로 과감한 발상의 전환을 해보는 것이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아닐까.

 

자본주의와 기업 연구로 유명한 서울대 송병락 명예교수의 얘기가 생각난다. 

"아시아에는 두가지 미스테리가 존재한다. 하나는 중국이 사회주의를 하는것이고 다른 하나는 한국이 자본주의를 하는것이다".


 

 

김경한  컨슈머타임스 발행인 justin-747@consumertime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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