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상태바
[초대석]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 박준응 기자 pje@cstimes.com
  • 기사출고 2018년 07월 02일 08시 12분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 부동산 정책, 서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고민 필요"

심교언 교수.jpg

[컨슈머타임스 박준응 기자] 부동산 시장을 향한 정부의 규제 칼바람이 매섭다. 정부는 지난해 8월 투기과열지구 지정을 골자로 한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이후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 등 대출 규제, 양도세 중과, 보유세 개편 등 강력한 규제 대책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하지만 정부 규제가 실질적으로 강남을 비롯한 수도권 집값 잡기가 주된 목적이었다는 점을 상기할 때 규제 실효성에 의문부호가 달린다. 양도세 중과 이후 수도권 집값이 약보합세로 전환되기는 했지만 거시경제 영향과 매도자의 버티기 전략에 따른 일시적인 효과라는 목소리도 크다. 그 사이 애먼 지방 집값만 끝을 모르고 떨어지고 있다. 건설업 경기도 갈수록 불황을 향해 가고 있다. 분양시장도 분양가 상한제로 인해 수도권 인기단지와 지방의 양극화가 극심해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학계에서 정부 규제정책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을 지속적으로 견지하며 정책변화를 촉구하고 있는 심교언 건국대학교 경영대학 부동산학과 교수를 만나 정부정책이 나아갈 올바른 방향성과 향후 부동산 시장 전반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다. 

Q. 상반기 부동산 시장에 대해 총평과 하반기 부동산 시장에 대한 개괄적인 전망을 부탁드립니다. 

== 상반기 부동산 시장을 크게 서울, 수도권, 지방으로 나눠보면 서울은 최근 3년간 집값이 너무 많이 올랐습니다. 분명히 조정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지방은 2003년부터 지수를 내기 시작했는데 그동안 한 번도 떨어지지 않다가 최근 2년 연속 떨어졌습니다. 올해도 지수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수도권은 어중간한 상황입니다. 입주물량이 많아 지역별로 역전세난이라든가 집값 하락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집값 하락을 정부에서는 정책효과라고 보고 있는 것 같은데 그것보다는 거시경제 영향이 더 큽니다. 일반적으로 부동산 경기는 거시경제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경기가 안 좋은데도 집값이 안 잡히는 것은 돈이 많이 풀려있기 때문입니다. 

거시경제는 앞으로도 계속 안좋아질 것으로 예측됩니다. 금리인상도 예정돼 있습니다. 하반기부터는 더 안 좋아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부 정책효과는 단기적으로 일정 부분 효과가 나타나겠지만 아주 미미한 수준일 겁니다. 거시경제에 따른 수요공급 매커니즘을 더 정교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Q. 최근 정부 보유세 개편안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계속 내고 있습니다. 보유세 개편안은 어떤 부분이 문제라고 보는 건가요. 

== 세금이라는 것은 거시경제와 서민경제를 고려해야 합니다. 하지만 보유세 개편안에는 이 같은 고려가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강남 등 어느 지역을 타깃으로 삼아선 올바른 정책이 나올 수 없습니다. 

선진국과 비교하니 우리나라 보유세가 낮은 편이라는 게 정책근거인데 그런 접근법은 위험합니다. 조세 개편이 거시경제에 미치는 효과, 서민경제 미치는 효과, 고용에 미치는 효과를 모두 따져봐야 합니다. 보유세 개편으로 인한 효과에 대한 연구결과 하나도 제대로 언급하지 못하는 수준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됩니다. 

일례로 보유세는 우리나라가 낮은 편인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재산과세, 즉 보유세와 거래세를 합한 세금은 우리나라가 월등하게 높습니다. 경제학에서는 거래세는 낮추고 보유세는 높여야 경제가 잘 돌아간다고 합니다. 근데 정부는 이미 양도세 중과해서 거래세를 올려놓고 또 보유세를 올리고 있습니다. 부동산 안정을 생각한다면 이래서는 안됩니다. 너무 강남 집값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보유세 인상으로 불평등을 완화하겠다는 접근도 이해하기 힘듭니다. 세계적으로 보유세가 가장 높은 국가는 영국과 미국인데 불평등이 가장 심한 나라들입니다. 반면 독일의 경우 보유세는 낮지만 불평등도 우리보다 낮습니다. 보유세 높여서 불평등을 잡겠다는 것은 논리적인 허점이 너무 큽니다. 

Q. 그래도 강남을 비롯한 서울 집값을 잡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많습니다. 직장인이 수도권, 특히 서울에서 내 집을 마련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데요. 

== 사실 강남 집값은 맨해튼, 런던 등 다른 국가 대도시를 기준으로 따져보면 어마어마하게 싼 편입니다. 대도시는 싱가포르 빼고는 전 세계적으로 다 비쌉니다. 대도시 집값 기준을 잘못 잡고 있는 겁니다. 

가장 부유한 계층도 있어야 합니다. 강남 집값을 인정해야 합니다. 다른 국가와 비교하면 강남 집값은 평당 2억까지는 가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평당 1억 수준입니다. 상하이가 평당 3억원이고 홍콩, 런던, 뉴욕은 5억원 수준인데 강남만 1억이라는 건 너무 싼 겁니다. 대도시 집값이 비싼 다른 국가에서는 그게 우리나라처럼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독 왜 강남 집값에 관심을 가지느냐 하면 그 지역에서 과거에 나쁜 짓을 저질렀던 사람들이 많고 지금도 일부 편법이 자행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는 해결해야 합니다. 하지만 부자들이 편법을 하는 것과 집값은 별개로 봐야 합니다. 편법과 위법은 일벌백계하고 패가망신 시키되 집값에 대해서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Q. 그럼에도 정부 규제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번에는 종합부동산세를 개편했고 하반기에는 재산세도 건드린다고 합니다. 이대로 가도 괜찮을까요. 

== 그런 정부 규제로 서민이 좋아지겠느냐고 물어보면 그 반대라고 봅니다. 현 정부정책에는 효과에 대한 추정이 없습니다. 가진 자에게 더 걷겠다는 현 기조가 이어지면 단기적으로는 집값 싸지는 효과가 어느 정도 따라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실효를 거두기 힘듭니다. 

일례로 우리나라 임대주택의 80~90%를 다주택자가 공급하고 있습니다. 신규주택이 있으면 40%는 다주택자가 사주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다주택자를 타깃으로 한 양도세 중과나 보유세 부과 등의 규제가 지속되면 이들이 더 이상 투자하지 않을 겁니다. 다주택자가 안 사들이기 시작하면 공급도 줄어듭니다. 

문제는 우리나라 경제가 성장하든 안하든 최소 50만채의 집은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현재 전국에 1800만채가 공급돼 있는데 통상 50년마다 재건축해야 한다고 하면 2%, 즉 36만채가 매년 공급돼야 합니다. 2040년까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가구수를 고려하면 적어도 매년 50만채는 지어야 합니다. 

하지만 규제가 계속되면 공급이 줄어들 텐데 (이처럼 수요가 유지되면) 결과적으로는 임대료만 올라가게 됩니다. 서민들이 더 힘들어진다는 의미입니다. 국가가 돈이 많으면 국가가 다 사서 공급하면 되겠지만 현실에서는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다주택자나 민간의 힘이 필요한 겁니다. 

Q. 다주택자가 필요하다는 의미인가요. 

== 다주택자가 필요악이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다주택자도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뜻입니다. 다주택자가 집을 10개 갖고 있는데 50년 동안 갖고 있으면서 임대업을 영위하는 사람과 집 3개 있는데 6개월마다 투기 목적으로 집을 사고 파는 사람은 전혀 다른 부류입니다. 전자는 살려야 합니다. 근데 이런 구분이 없는 상황이 문제라는 겁니다. 

Q. 어쨌든 최근 규제정책 효과로 '똘똘한 한 채'가 강조되면서 다주택자 수가 주는 건 결과적으로 서민들을 힘들게 할 것이라는 뜻이지 않나요. 

== 맞습니다. 다주택자 대상 규제가 강화되면 다주택자가 줄게 되는데 신규 아파트의 40%를 구매해줄 다주택자가 사라지니 공급이 줄어들 겁니다. 공급이 줄어들면 주택 수는 줄게 되고 그러면 특히 대도시 임대주택이 줄어들게 됩니다. 그럼 임대료가 상승합니다. 거기다가 서울은 재건축도 안 하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서민들이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Q. 그럼 어떤 부동산 정책이 필요할까요.

== 너무 단기적인 관점으로만 보고 있는 게 문제입니다. 장기적인 고민이 필요합니다. 경제 정책이라는 건 강남 집값 떨어지니 기분 좋은 것만으로 끝나서는 안 됩니다. 5년, 10년을 바라보고 어떤 정책이 서민들의 주거를 안정시킬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합니다. 

하지만 현재 정책에서는 그런 고민이 안 보입니다. 이렇게 가면 집값이 잡힐 거라고 해놓고 안 잡히니 또 다른 방법을 내놓는 식입니다. 국민들 가지고 실험하는 태도인데 아주 나쁜 태도입니다. 선진국은 조세정책을 만들 때 최소 3~4년은 고민합니다.

이 기간은 각 계층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스터디하는 기간입니다. 무엇보다 시장 충격을 예상하고 방지책을 마련하는 등 보완 노력이 뒤따라야 합니다. 일례로 지금 보유세 올리면 거시경제 충격이 반드시 올 텐데 지금 내놓은 안은 여기에 대한 대책이 전혀 없습니다. 

강남 집값을 내리는 게 지상과제가 되면 안 됩니다. 강남 집값 내리겠다고 규제를 내놓는 사이 지방이 너무 힘들어지기 때문입니다. 

Q. 그 비슷한 현상이 벌어지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분양시장이죠. 서울과 지방의 양극화가 문제가 되고 있는데 이 부분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 분양가 상한제는 집값을 낮추겠다는 건데 실제로는 그게 안 됩니다. 전국적으로 1800만채가 공급됐고 서울은 330만채가 공급됐는데 올해 분양물량 2만채 가격을 낮춰서 나머지 집값을 떨어뜨리겠다는 겁니다. 말이 안 되는 정책입니다. 

이미 분양단지 줄만 잘 서면 수억을 번다는 인식이 생겼습니다. 제값 주고라도 살고 싶은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보면 경쟁률이 과도해진 상황에서 이 사람이 당첨될 확률은 극히 낮아집니다. 국가가 조장할 만한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반면 지방은 미분양·미입주 나는 지역도 많습니다. 전반적으로 분양시장은 안 좋은데 수도권 일부 지역만 특수 시장, 로또를 만들어놓은 겁니다. 분양받은 사람이 가져갈 수억을 서민들한테 배분하는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개선이 힘들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분양가 상한제는 인기가 좋은 정책이기 때문입니다. LH가 시세차익을 걷어서 임대주택을 짓는다고 가정하면 매년 5~10만호는 더 공급될 겁니다. 하지만 국민들조차도 "그게 나하고 무슨 상관이야"라고 생각합니다. 인기가 없는 정책이라는 건데 국가라면 인기 없는 정책이라도 필요하면 해야 합니다. 

시세차익 1억당 5채씩 임대주택을 더 지을 수 있습니다. 이건 분명 개선돼야 하는 부분입니다. 지금처럼 집값이 높은 상황에서는 분양가 상한제는 맞지 않는 정책입니다.

Q. 어찌됐든 서민들의 관심사는 집값 상승여부일 수밖에 없는데요. 어떻게 보고 있나요. 

==전국적으로 보면 특히 지방은 계속 떨어질 겁니다. 수도권은 내년까지 관망해야 할 겁니다. 정부 규제의 효과나 향후 예정된 금리인상 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서울은 집값이 지금 하락세거나 보합세라도 언제든 올라갈 수 있습니다. 서울 집값은 고점에 올랐고 조정을 받고 있기는 해서 단기적으로 떨어질 겁니다. 하지만 10년을 놓고 보면 결국에는 오를 겁니다. 

단기가 문제인데 2008년 이후 지수를 보면 강남에서 4년 동안 집값이 떨어진 적이 있습니다. 최장 4년까지는 집값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보통은 아무리 길어도 2년 정도 떨어지면 다시 올라갈 거라고 봅니다. 

물론 이는 거시적인 관점으로 개별 단지별로 볼 때는 다른 문제이긴 합니다. 

Q. 서울은 계속 오르고 지방은 더 떨어질 거라는 말인가요.

== 지방도 여러 구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인구 기준 5만 이하는 계속 떨어질 수밖에 없겠지만 20만 규모는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을 겁니다. 50~100만은 보합 또는 오르는 곳도 있을 겁니다. 분명한 것은 대도시는 계속 집값이 오를 거라는 겁니다.

Q. 지방을 살릴 수 있는 정책이 나올 수 없는 건가요.

== 지방은 어쩔 수 없습니다. 도시재생도 한계가 있습니다. 역사를 보면 19세기 말 세계 최고 강대국이 영국인데 그 중에서도 맨체스터, 글래스코 등에서 모직업이나 제조업이 발달하면서 인구가 폭증했습니다. 하지만 산업기반이 이동하면서 그 당시 인구를 100만명이라고 가정하면 40만명까지 빠졌습니다. 그 산업기반이 다 어디로 갔냐면 아메리카 대륙으로 갔습니다. 철강의 도시 피츠버그, 디트로이트가 중심으로 떠올랐습니다. 그러다 또 일정시간 지나 40%로 인구가 줄었습니다. 한국, 일본 등 동아시아로 다시 산업기반이 이동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중국에 가 있습니다. 이후에는 인도, 아프리카 쪽으로 갈 겁니다. 이 거대한 산업흐름에 비춰볼 때 특정 산업에 매몰된 지방 지역은 망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로 보면 삼성전자가 위치한 평택을 비롯해 울산, 여수, 포항, 당진 등이 해당됩니다. 이미 군산은 GM사태로 이를 경험했습니다. 

그래서 도시재생을 하게 되는데 40만명으로 줄었던 인구가 60만명까지는 올라갑니다. 하지만 100만명까지 회복되기는 힘듭니다. 맨체스터가 그랬고 피츠버그, 디트로이트도 그랬습니다. 다른 나라와 똑같다고 가정할 때 지방에서 잘 나가는 도시가 이렇다는 의미입니다. 더 못한 지역이라면 한계점이 더 뚜렷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 전부다 그런 건 아닙니다. 관광도시나 지방 대도시는 다릅니다. 대표적으로 플로리다, 마이애미 같은 휴양지가 꼽히고 우리나라는 부산 제주 동해안 몇몇 도시가 그런 곳으로 꼽힙니다. 이런 지역은 집값이 계속 오를 겁니다. 

하지만 이런 예를 제외하고는 다른 지방의 집값은 계속 떨어질 겁니다. 정책으로도 해결이 어려운 흐름입니다. 

◆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대학교 도시공학과 졸업 후 동 대학원에서 도시공학전공으로 박사를 취득했다. 2005년부터 2006년까지 오씨에스인터내셔널 대표이사를 맡았고, 2007년부터는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한국부동산분석학회, 한국도시설계학회, 국토도시계획학회 등 학계에서 활발한 학술활동을 펼쳤다. 인천광역시 도시재정비위원회, 수도권 광역경제발전위원회, 민관합동규제개선추진단, 국토교통부 신도시자문위원회 등에서 자문위원을 맡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투데이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