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인력 다이어트' 한창…'자발적' 희망퇴직자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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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인력 다이어트' 한창…'자발적' 희망퇴직자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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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금융 확산∙조직구조 개선 지적…3년새 1만명 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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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김수정 기자] 시중은행이 '인력 다이어트'에 나서면서 최근 3년간 1만명 넘는 은행원을 떠나 보냈다.

디지털∙비대면 금융 확산으로 은행 업무에 필요한 인원 자체가 줄어든 데다 중간층이 지나치게 비대한 조직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자각에 따라서다.

수년째 희망퇴직이 거듭되는 동안 희망퇴직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상당부분 희석돼 최근에는 자신의 미래를 위해 주체적으로 퇴직을 희망하는 은행원도 나오고 있다.

◆ 은행 임직원, 3년째 줄어…1만3799명↓

15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내은행 직원은 24만2350명으로 2016년 말(24만7770명)보다 5420명(2.17%) 감소했다. 은행원 수가 최고점을 찍은 2014년 말(25만6149명)에 비해 3년간 총 1만3799명(5.39%) 줄어든 셈이다. 

4대 시중은행 가운데 KB국민은행(3만6498명)은 3년간 직원 7871명(17.74%)이 감소하며 은행권 최대 감원 기록을 썼다. KB국민은행에서는 작년 초 희망퇴직으로 은행을 떠난 2800여명을 비롯해 작년 한 해 동안에만 직원 5466명이 은행을 떠났다.

옛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합병 은행인 KEB하나은행(5571명)은 두 번째로 감원폭이 컸다. 이어 우리은행(1330명), 신한은행(205명) 순이었다.

은행직원 축소의 배경에는 정년 도달 등에 따른 자연 퇴사 외에도 인위적인 구조조정이 크게 자리한다. 은행들은 최근 2~3년 간 꾸준히 인력을 정리해왔다. 디지털∙비대면 금융이 확산하면서 은행 업무에 필요한 인원 자체가 줄었기 때문이다. 한창 은행산업이 성장하던 1980~1990년대 연간 1000여명씩 고용된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간부급에 대거 자리잡은 비효율적인 조직구조를 효율화 할 필요성도 구조조정 폭을 늘렸다.

은행들은 작년 말부터 올 초까지도 어김없이 줄줄이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KB국민은행은 작년 말 올 초까지 만 55세(1963년생) 이상 직원과 만 53세(1961년생) 이상 지점장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지원자를 모집해 380여명의 신청을 받았다. 작년엔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접수했지만 이번엔 2018~2020년 임금피크제 진입 대상자로 자격을 제한했다.

신한은행은 올 들어 지난 8일까지 만 40세(1978년생) 이상이면서 근속연수가 15년 이상인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접수해 780명의 신청을 받았다. 부지점장 이상으로 직급제한을 뒀던 작년과 달리 직급제한이 없어진 데 따라 신청자가 전년비 3배 가량 많이 몰렸다.

KEB하나은행은 작년 말 희망퇴직으로 200여명을 정리했다. NH농협은행은 지난 11월 10년 이상 근무한 40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아 530명이 회사를 그만뒀다.

은행권 감원 기조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일부 은행은 매년 정기 희망퇴직을 실시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은행업 성장기에 고용된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근속해오면서 현재 역피라미드에 가까운 조직 구조가 만들어졌다"며 "이를 피라미드형에 가깝게 개선하는 건 은행들 공통의 과제"라고 말했다.

◆ '제 2인생' 찾는 자발적 퇴직 희망자

은행권에서 수년간 감원 추세가 이어지는 동안 희망퇴직의 부정적 기조는 다소 누그러졌다. 연차와 나이 등의 조건으로 어쩔 수 없이 희망퇴직을 택하는 직원이 많긴 하지만 최근에는 자신의 미래를 위해 자발적으로 퇴직을 희망하는 은행 직원도 상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6월 KB국민은행 노동조합이 부점장급 이상을 제외하고 직원 876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희망퇴직 기회가 주어지면 하겠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52%가 '하겠다'고 답했다. 특히 30대 직원의 49%가 희망퇴직 기회가 주어지면 퇴직을 하겠다고 답한 점이 눈길을 끈다.

자발적 퇴직을 원하는 은행원들이 퇴직 희망 이유로 꼽는 주된 이유는 은행산업과 소속 조직의 성장에 대한 불확실성, 과도한 업무스트레스 등이다.

퇴직시 일시에 정산 받는 '특별퇴직금' 명목의 목돈도 희망퇴직에 대한 거부감을 줄여준다. KB국민은행은 이번 희망퇴직자에게 퇴직금으로 잔여 정년에 따라 27~36개월 치 급여를 일시에 지급한다. 신한은행은 희망퇴직자에게 8~36개월 치 월급에 해당하는 특별퇴직금을 정산해준다.

은행권 관계자는 "임금피크제 진입 직원 대부분이 계속 일하길 원하긴 하지만 여력이 없는 맞벌이 직원이라든지 임피제 진입 후 새 업무에 적응할 자신이 없는 직원에게는 희망퇴직이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기회일 수 있다"며 "원치 않는 직원에게 희망퇴직을 강요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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