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복귀' 이건희 첫 메시지 "신사업을 선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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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복귀' 이건희 첫 메시지 "신사업을 선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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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3개월의 공백기를 거쳐 지난 3월24일 경영일선에 복귀한 이건희 삼성 회장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가 경영 복귀 선언을 한 지 50여 일 만에 그룹 사장단에 던진 첫 메시지는 신사업을 선점하라는 것이다.

핵심 대상은 태양전지와 자동차용 전지, LED(발광 다이오드), 바이오제약, 의료기기 등 5대 신수종사업이다.

이에 맞춰 삼성은 이들 분야에 2020년까지 총 23조3천억원을 투자하는 내용의 10년짜리 '그랜드 디자인'을 내놓았다.

◇"다른 기업 머뭇거릴 때 기회 선점하라" = 이 회장은 10일 저녁 집무실이 있는 서울 한남동 승지원에서 '신사업 사장단 회의'를 소집했다.

경영 복귀 후 처음으로 주재한 사장단 회의였다.

이날 회의에서는 삼성의 미래를 책임질 차세대 먹을거리 사업의 세부 대상과 투자규모가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그 결과 5대 신수종사업에 2020년까지 23조3천억원을 투자한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이 회장은 회의에서 "다른 글로벌 기업들이 머뭇거릴 때 과감하게 투자해서 기회를 선점하고 국가 경제에도 보탬이 되도록 해야 한다."라는 `특별주문'을 했다.

2008년 4월 '삼성특검'의 여파로 이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뒤 삼성의 고위 경영진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총수 부재'의 문제점을 지적해 왔다.

상당한 위험을 안고 장기간 진행되는 미래사업의 방향이나 수십조 단위의 대규모 투자에 대한 결정을 내리기가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런 면에서는 이 회장이 주재한 이번 회의는 그간 삼성 경영진이 지적해온 난제를 해결했음을 대내외에 알리는 신호탄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일각에선 이번 사장단 회의가 이 회장이 경영복귀 이후 본격적인 경영행보로 첫발을 내디뎠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이 회장은 지난 3월 경영복귀를 발표한 후 대외적인 경영행보를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외 행보로 꼽을 수 있는 것은 지난달 6일 승지원에서 차기 일본 게이단렌(經團聯) 회장 내정자인 요네쿠라 히로마사(米倉弘昌) 스미토모화학 회장을 만난 것이 전부다.

그는 그러고 나서 바로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활동을 이유로 유럽으로 출국했다가 보름 만에 귀국했다.

그간 이 회장이 반도체 사업에 대한 투자확대 결정이나 `삼성 위기론'의 진원인 휴대전화사업 등을 직접 챙길 것이라는 관측이 나돌았다.

그러나 그가 `복귀 1호' 사업으로 챙긴 것이 친환경과 건강증진사업 등 '미래 먹을거리' 분야라는 점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재계에서는 이번 회의를 계기로 이 회장의 대외행보가 더 활발해질 것으로 관측하는 시각이 많다.

◇어느 사업에 어떻게 투자하나 = 삼성의 5대 미래 신사업 투자규모는 2020년까지 모두 23조3천억원이다.

올해 초 삼성이 2015년까지 2조5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세종시 투자계획도 그 일부가 된다.

사업별로 보면 태양전지와 자동차용 전지가 각각 6조원과 5조4천억원, LED가 8조6천억원, 바이오제약과 의료기기가 각각 2조1천억원, 1조2천억원이다.

이미 지난해부터 삼성전자의 시험생산라인이 가동에 들어간 태양전지 사업의 경우 결정계를 먼저 추진한 뒤 상용화를 위한 기술적 난제가 많은 박막계를 추후 추진하기로 했다.

삼성SDI와 독일 보쉬가 합작한 SB리모티브를 통해 진행되고 있는 자동차용 전지사업에서는 2020년까지 10조2천억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계획이 세워졌다.

이를 달성하려면 기술개발과 함께 독일 BMW나 미국 델파이 등에 한정된 수요처를 획기적으로 늘려야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 디스플레이의 빛을 내는 백라이트용으로 대부분 쓰이는 LED 사업은 조명과 자동차용 전장(電裝)부품 쪽으로 확대하기로 하고 8조6천억원을 투자해 5대 신사업 가운데 가장 많은 17조8천억원의 매출과 1만7천명의 고용을 달성한다는 방침이 정해졌다.

이 사업을 맡을 삼성LED는 조명분야를 중심으로 사업확충에 나서 미국에서 조명분야 1위 기업 에큐티 브랜즈와 업무제휴 관계를 맺었고, 국내에선 대형마트에서 백열등 대체용 LED 조명제품의 판매를 시작한 상태다.

이밖에 바이오산업은 특허 만료기간이 많이 남지 않은 바이오 복제약을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해 이 분야에 2020년까지 2조1천억원을 투자해 1조8천억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게 삼성의 구상이다.

의료기기사업 분야에선 이미 당뇨병 등 19가지 성인병을 혈액 몇 방울로 파악할 수 있는 병.의원용 혈액검사기를 만들어 마케팅에 돌입했다.

삼성은 앞으로 체외진단분야를 시작으로 의료기기사업을 확장하기로 하고 이들 분야에 총 1조2천억원을 투자해 2020년까지 10조원의 매출을 올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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