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의 지주사 전환, 자사주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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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의 지주사 전환, 자사주 어떻게?
  • 우선미 기자 wihtsm@naver.com
  • 기사출고 2017년 09월 12일 12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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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준 회장 입지 굳히기 '시급'…자사주 매각대금은 실탄
▲ 조현준 효성 회장
▲ 조현준 효성 회장

[컨슈머타임스 우선미 기자] 효성이 지주사 전환을 하기로 결정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지주사 전환에 드는 비용과 실익을 저울질하며 비교 논란이 이어졌다. 효성 오너 일가가 횡령·배임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점도 부담요소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효성은 지주사 전환을 통해 올 1월 회장으로 취임한 장남 조현준 회장 체제를 단단하게 하고 부문별 경쟁력을 키운다는 구상이다.

◆ '둘째의 난' 악몽…지주사 전환으로 '장남' 체제 굳히기

지난 2013년 효성가 2남 조현문씨의 효성 지분 대량 매도로 오너가 지분율이 크게 흔들렸었다.

당시 조석래 전 회장과 효성가 3형제의 지분율은 32.66%. 이 가운데 7% 가까운 지분이 타인에게 넘어갔다. 오너 일가 지분이 30% 미만으로 떨어지며 경영권에 위협이 발생했다는 게 당시 재계의 평가다.

이후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를 위해 효성그룹은 조 회장과 3남인 조현상 사장이 지속적으로 효성 지분을 매입해 왔다. 그 결과 조 회장은 이듬해 7월 아버지 조석래 전 회장보다 지분율을 높이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효성은 지난 1일 기준 조 전 회장이 10.18%를 보유하고 있고, 조 회장이 14.27%를, 조 사장이 12.21%를 보유하고 있다. 효성그룹은 효성이 직간접적으로 주요 계열사를 지배하는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다.

효성그룹은 전통적으로 장자승계 원칙을 지켜왔다. 조 회장이 효성의 최대주주이면서 중간 지주사인 효성ITX(27.99%)와 갤럭시아컴즈(33.83%) 등 주력계열사의 최대주주라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도 조 회장에게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형제간 지분율이 약 2%밖에 차이나지 않는 만큼 조 회장은 아직 안심할 수 없다. 때문에 조 회장은 손쉽게 계열사를 지배할 수 있도록 지주사 전환이 시급하다. 또 조석래 전 회장이 보유한 지분의 승계 여부도 경영승계의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조 회장 지분율 높은 효성ITX·갤럭시아컴즈 '수혜'

여기에 외형이 크게 성장하며 효성을 통한 사업부별 관리가 쉽지 않아졌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효성은 섬유, 산업자재, 화학, 중공업, 건설, 무역, 금융 및 기타 등 크게 7개 사업부문을 갖고 있다.

상반기 기준 부문별 매출액은 산업자재 1조2236억원, 무역 1조1083억원, 중공업 1조333억원, 섬유 1조288억원, 화학 7147억원, 건설 5080억원, 금융 및 기타 3627억원이다. 여기에 중국, 베트남 등 해외공장 증설까지 완료되면 규모는 더욱 커져 사업 자회사로 분리할 필요가 있다.

효성은 사업부문을 인적 분할해 지주회사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 경우 조 회장 지분이 높은 계열사가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사업부문별로 인적분할 시 각 사업부문 기업가치 재평가가 일어날 수 있어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조현준 회장의 지분율이 높은 효성ITX와 갤럭시아컴즈가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효성, 5.35% 자사주 선제적 매각→신사업 투자

업계에선 효성이 분할 전에 자기주식(자사주) 5.3%를 정리할 가능성인 높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자사주의 활용도가 높지 않은 만큼 선제적 매각을 통해 새로 신설하는 사업사에 대한 투자금을 마련할 것이란 분석이다.

자사주를 활용한 지주회사 전환과 관련한 규제가 엄격해질 조짐을 보여 이 같은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지난해 7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사주에 대해 분할된 신설사의 신주 배정을 금지하는 상법개정안을 발의했다. 지주회사가 자기주식 덕분에 손쉽게 신 사업회사의 의결권을 갖는 맹점을 보완하겠다는 의도다.

이어 인적분할 시 보유한 자사주에 대해 분할 신설사의 신주를 배정받는 경우 신주에 대해 의결권 행사를 금지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지난해 말 발의됐다. 상법개정안과 맥을 같이 한다.

지난 6월부터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 중인 SK케미칼은 분할 결정과 동시에 13.3%에 달했던 자기주식을 모두 정리했다. 8%는 소각했고, 5.3%는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로 처분했다.

정대로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기존 그룹 입장에서는 지주사 전환 추진 시 부담이 높아질 것"이라며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지주사 전환을 완료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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