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 마지막 천혜의 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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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 마지막 천혜의 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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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 마지막 천혜의 낙원
 
 

 

지금이 아침 5시 경. 또 하루가 시작된다.

 

오늘도 늘 그러하듯이 뒷 정원 나무 숲에서 새 아침을 알리는 새들의 조찬 conference(회의)가 시작 될려나 보다. 우리집에는 일반 집으로서는 꽤 규모가 큰 뒷정원이 있고 뒷집 Margaret 네와 경계를 이루는 Fence를 사이에 두고 뒷집과 우리집의 나무들이 한데 어울러 져 새들의 집합(?) 장소로 아주 안성맞춤이다.

 

이곳 호주에는 city (시내) city에 아주 인접한 곳을 제외 하고는 대부분이 단독 주택이고 이 주택들이 동네마다 조금씩 다른 나무들로 둘러 쌓여있다. 물론 요즘 들어 이민자 유입과 자원 붐으로 인한 급속한 인구증가로 새로이 주택가로 개발되는 외곽지역에는 집 주변에 거의 나무를 볼 수 없는 곳도 더러 생겨나고 있다.

  

다행히 내가 살고있는 동네는 브리스베인 시내에서 자동차로 불과 15분 정도의 거리에 있으면서도 더 이상 개발이 금지되어 있는 D'Guilar Forest라 명명된 National Park(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산맥들이 연결되는 곳이어서 브리스베인에서 가장 조용한 동네일 뿐 아니라 아주 오래 된 산림들로 뒤 덮혀 있어 주변경관이 참 수려하다.

 

이 동네 주민들의 절반이 훨씬 넘는 사람들이 대부분 30~50년을 이곳에서만 살아온 토박이들이다. City가 가까워서 직장 다니기 좋고 퇴근후엔 전원생활을 만끽 할 수 있어 이 동네를 떠나지 않는다. 여기서 살다 다른 동네 특히 새로이 개발되는 동네를 가 보면 삭막해서 도저히 살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여기서는 알람 시계가 필요가 없다. 새들이 기상나팔을 불듯이 매일 아침 거의 같은 시간에 우리집 뒷 정원과 뒷집 Margaret네의 나무숲에서 조기모임을 갖기 때문이다. 이 놈들은 회의(?)를 하면서 참으로 의논이 분분한 모양이다. 각자가 한마디씩 다 떠들어 대고 또 의논이 일치되면 한 목소리로 울어댄다.

 

처음 이 집으로 이사 들어 왔을 때는 한 겨울이어서 새들의 나팔소리에 깨어보면 아직 한 밤중이었다. 그러나 여름으로 접어 들면서는 이미 해는 동녘하늘에 높이 떠 있고 새들은 아침식사 준비로 바쁜 시간이다.

 

특히 이 동네에서 가장 흔히 보이는 것이 하얀 색깔의 Cockatoo(백관 혹은 황관 앵무)라 불리는 녀석들로 덩치가 큰데도 참으로 예쁘게 생겼고 이 녀석들이 나뭇가지에 앉았다가 날아 갈 때면 마치 독수리가 비상 하는 듯 웅장한 느낌마저 든다.

 

Cockatoo들이 아침 저녁으로 떼를 지어 몰려 다닐 때 면 마치 새들의 군무를 보는 듯 온 동네가 하얗게 덮이고 또 이들이 나무에 앉게 되면 고목나무에(거의 동시에 앉고 나른다) 하얀 꽃이 피어난 느낌을 준다.

 

목소리 예쁜 사람치고 미인이 없다고 했던가? 이 놈들은 그렇게 아름다운 외관에 비해서 목소리는 정말 형편없다. 이 녀석들이 가끔 내 뺨을 스치듯이 날아가면서 지르는 소리에 뻔히 알면서도 기겁을 한다. 이 놈들 말고도 온갖 종류의 새들이 정원으로 날아든다.

 

참새같이 조그만 종류서부터 호주상징 새인 쿠카바라(Kookaburra), Magpie(한국어로는 까치로 불리우나 호주까치는 행동이나 모양에서 조금 차이가 있다 ), Dove Pigeon(비둘기과), Pheasant()은 물론이고 우리가 이름을 몰라 "짚새"로 명명한 놈은 꼭 우리집 베란다에 짝을 이루어 와서 찍찍거리며 아침인사를 빠지지 안는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이 예의 바른 놈들을 좋아한다.

 

그러나 이 온갖 종류들 중에서도 백미는 온 몸통이 물감으로 도저히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의 짙은 녹색에 무지개 빛 색갈의 띠를 두르고 있는 Parrot (앵무새)의 일종인 Rainbow Lorikeet 이다.

 

  

 
  

이 놈들은 너무 사이가 좋아 항상 암수가 짝을 지어 다니고 나무 가지 속에서 자주 사랑을 나눈다. 이 녀석들은 주로 Bottle Brush라 불리는 호주특유의 나무 열매를 먹고 산다. Bottle Brush열매가 형형색색으로 피어나기 때문에 이 열매를 먹고 사는 이 새들의 색상이 이토록 이름답지 않나 추측 할 뿐이다.

 

하도 많은 종류의 새들이 날아드니 그 이름을 다 알 수가 없고 조류도감을 뒤져 그 이름을 다 알아보기도 귀찮고 해서 그냥 우리 나름대로 이름을 모르는 종류는 이놈 저놈 하며 즐긴다.  이런 온갖 종류의 새들은 아침에만 오는 것이 아니라 하루종일 혹은 홀로 혹은 무리를 지어 온 동네를 마음대로 활개치며 다닌다.

 

그야말로 새들의 천국이다. 자연이 제공하는 모든 혜택을 인간들 보다 더 많이 누리고 살고 있다. 아내는 National Park을 배경으로 자유로이 날개 짓는 이들의 모습을 가끔 화폭에 담는다. 이 동네를 배경으로 그린 그림만으로도 개인전 한번 쯤은 충분히 할 수 있는 분량의 그림이 나올 성 싶다.

 

정원으로 넘나드는 것은 새들 뿐 만이 아니다. 햇살이 따스한 한낮이면 어미 Lizard (도마뱀)이 양지바른 나뭇가지에 올라 유유히 일광욕을 즐긴다. 이 놈들은 우거진 숲이나 Creek(숲이나 산을 가로 지르는 작은 내천)주변에 살면서 번식하고 주로 주변의 벌레 종류를 잡아 먹고 살기 때문에 사람에게 이로운 동물로 알려져 도마뱀의 어미 (주로 30-50cm 크기이나 큰 것은 근 1m 가까운 것도 있다)가 내 집에 살고 있으면 모두들 lucky 하다고 한다.

 

  

 

벌써 20년이 넘은 이야기지만 이곳 브리스베인으로 처음 이사 왔을 때 이야기다.

 

어느 날 아침 정원을 돌아 보는데 큰 나무 밑동에 무언가가 언뜻 눈에 띄어 가까이 갔다가 그냥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 워낙 큰 나무라 나무 밑동에 큰 구멍이 나 있었는데 그 속에 큰 뱀이 머리를 내밀고 또와리를 틀고 있지를 않는가.

 

아무리 생각해도 겁이 나서 저 큰 뱀을 잡을 방도가 없고 그렇다고 집안에 뱀이 있는데 그대로 방치해 둘 수도 없는 일. 급한 김에 그 당시 유일한 지인이었던 Ivan 이라는 친구 집으로 구원을 요청하러 뛰어갔다. (Ivan 은 우리 집을 소개해 준 부동산의 직원이었다) . 이 친구 말이 뱀 일리가 없다면서도 내가 하도 다급해 하니까 나와 같이 뛰어서 우리 집으로 돌아 와 보니 뱀이 그대로 꼼짝도 않고 있는 것이 아닌가.

 

더욱 놀란 것은 그 다음이었다. 갑자기 Ivan이 뱀이 있는 나무밑동 속으로 손을 쑥 집어 넣는 것이 아닌가. 나는 기겁을 하고 뒷걸음을 쳤는데 Ivan이 웃으면서 뱀의 목을 손가락으로 움켜 잡아 끌어내 내 얼굴 앞에 바싹 들여 대는데 놀라면서도 자세히 들여 다 보니 혓바닥이 푸른 색을 띄고 있었는데 대가리 모양이 뱀과는 뭔가 달라 보였다. 그것이 나와 호주 Lizard와의 첫 대면인 셈이었다.

 

우리집의 단골 손님중엔 Lizard과에 속하면서 훨씬 덩치가 적은 Gecko 가 있다. 한국에서는 도마뱀과 더불어 이 Gecko를 관상용으로 기르기도 한다고 들었다. Gecko는 몸체가 털이 없고 투명하여 보기에 따라서는 좀 징그럽기도 한데 야행성이라 주로 낮에는 집 외벽의 틈새나 숲에 잠복해 있다가 밤에 집들이 불을 켜면 활동을 시작하는데 집 창문의 바깥 쪽이나 외벽, 천정등에 꼼짝도 안하고 붙어 있다가 나방이나 모기등이 나타나면 재빨리 혀를 나불거려 먹이를 취한다. 이 또한 나방이, 모기등 귀찮은 벌레들을 잡아 먹으니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라 해서 도마뱀과 더불어 호주 어린이들이 아주 좋아하는 것 들 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자연의 철칙은 때론 무자비 해서 새들의 먹이 감이 되기도 한다. 동네를 산보하거나 골프장에서 운동을 하다보면 Wild Duck (야생오리) Family들이 부모 오리의 보호아래 줄을 지어 picnic을 다니는 것은 아주 흔하게 보는 광경이다. 이럴 때면 지나가던 자동차들은 모두 멈춰 설 수 밖에 없다.

 

  

 

조금 외곽으로 나가면 또 흔히 보는 것이 호주 상징인 캉가루 들이다. 이들도 여러 종류로 분류되는데 흔히 캉가루 씨족으로 분류되나 덩치가 캉가루 보다 훨씬 적은 Wallaby 라 부르는 것 들도 있다.

 

골프장에서도 부모 Kangaroo가 자식들을 거느리고 Tee Ground 에서 좀 떨어진 나무 그늘에 앉아 인간들의 막대기 휘두르는 모습을 감상하기도 한다. 밤중에 시골길을 운전하다가 자동차 불빛을 보고 갑짜기 도로로 뛰어 든 Kangaroo와 부딪혀 낭패를 당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놈들은 워낙 힘이 세서 자동차끼리 부딪힌 것 못지않게 차가 우그러진다. 호주전체 Kangaroo 의 수가 호주인구 (2 3백만명)보다도 많아 농작물에 많은 피해를 주기도 해 요즘은 정부로부터 Kangaroo사냥을 할 수 있는 허가를 받은 사냥꾼들이 캉가루를 잡아 도살장에서 캉가루를 가죽과 고기로 분류하여 고기는 주로 러시아 등에 소시지용으로 수출하고 호주 super market에서도 팔고있다.

 

캉가루 고기는 지방이 거의 없어 diet 용으로 먹기 시작 했다고 하는데 아직 호주 사람들이 식용으로 많이 애용하지는 안는 것 같다. 그 외에 한국에도 잘 알려진 Koala Kangaroo와 더불어 호주에서만 자라는 동물로 문명의 산물인 스트레스로 인해 그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어 정부에서나 자연보호 단체들에서 Koala보호를 위해 안간힘 을 쓰고 있다.

 

 

 

 

여기서 모두를 열거하기는 어렵지만 "지구상 마지막 남은 낙원" 이라 불리는 호주는 이렇듯 청정의 환경으로 인해 수많은 식물들이 제공해 주는 자연 때문에 야생조류나 야생 동물들의 천국이다.

 

야생 보호를 위해 야생 동,식물을 해칠 수 없을 뿐 아니라 이렇듯 우거진 숲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는데도 불구하고 각 시,군 별로 나무심기를 계속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가구당 일년에 3 그루씩의 묘목을 시청으로부터 무상으로 분배 받는다. 그러니 자연은 더욱더 자연스러워 지는게 아니겠는가.

 

물론 이 많은 것들을 일상생활에서 만끽하고 있는 인간들에게는 더 없는 천혜의 낙원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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