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보다 위험한 그들만의 '회장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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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 보다 위험한 그들만의 '회장질'
  • 김재훈 기자 press@cstimes.com
  • 기사출고 2017년 08월 03일 08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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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훈의 늦었슈] 이장한 종근당 회장 경찰 출석…'을 체험' 실현 될까

'늦었슈'는 '늦었다'와 '이슈'를 결합한 합성어입니다. 이른바 '한물간' 소식들 중 여전히 독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사안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합니다. 물론 최신 이슈에 대한 날카로운 의견도 제시합니다. 놓치고 지나간 '그것'들을 꼼꼼히 점검해 나갈 예정입니다.

▲ 운전기사들에게 상습적으로 폭언한 사실이 드러나 '갑질 논란'에 휘말린 이장한 종근당 회장이 피의자 신분조사 차 2일 오전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으로 출석하고 있다.
▲ 운전기사들에게 상습적으로 폭언한 사실이 드러나 '갑질 논란'에 휘말린 이장한 종근당 회장이 피의자 신분조사 차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으로 출석하고 있다.
[컨슈머타임스 김재훈 기자] "저로 인해 마음에 상처 입으신 피해자 분들과 국민 여러분께 용서를 구합니다." (이장한 종근당 회장)

이장한 종근당 회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2일 경찰에 출석했습니다. 자신의 차량 운전기사에게 폭언을 일삼고 불법운전을 지시하는 등 이른바 '갑질' 논란에 휩싸인 상태인데요.

피해자 가족들을 직접 거론하는 등 인신공격성 발언도 서슴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조사결과에 따라 이 회장 자신은 물론 회사에 적지 않은 유·무형적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회장님'과 '사장님'으로 대표되는 직장 내 높으신 분들의 갑질 추문은 사실 어제 오늘 일은 아닌데요.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 정우현 전 미스터피자 회장, 정일선 현대비앤지스틸 사장 등이 불명예스런 뒷말에 여전히 회자되고 있습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은 그 '유통기한'을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로 선명성을 잃지 않고 있습니다.

빈번히 발생되는 유사 사건으로 인해 뉴스 자체가 그 신선함(?)을 위협받을 정도입니다.

동시다발적인 세간의 공분과 더불어 "지난번 그거랑 같은 거야"라는 일종의 무관심도 적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대척점에 선 '갑을 논쟁'에 이미 익숙해졌다는 의미라 뒷맛이 개운치 않습니다.

이들의 공통 분모는 이른바 '회장질'인데요. 사내에서의 지위를 사외로 잇는 실수입니다.

간단한 예시를 들 수 있는데요. 회사 내 부하직원들에게나 가능한 크고 작은 지시를 회사와 무관한 외부인에게 습관처럼 하고 있는 겁니다.

바꿔 말해 자신의 의견이나 의사를 관철시키기 위한 협조주체, 즉 외부인을 직접 고용한 직원들과 동일시 하는 게 문제점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운전기사들의 경우 상당수가 직접고용이 아닌 하청업체들이 주도하는 간접고용에 해당돼 본질적으로 큰 차이가 없습니다.

"내가 모르는 다른 사람들을 어려워하지 않는다. '내가 모르면 별볼일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뼛속 깊이 박혀있다. 한마디로 '안하무인'이라는 얘기다. 이런 사람들은 골프장에 가면 특히 가관이다. 캐디를 상대로 사고 칠까 조마조마하다."

재계 관계자의 언급입니다.

그렇다고 하루 아침에 이들의 태도가 바뀌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 같은데요. 그 중심에는 '솜방망이' 처벌이 있습니다.

가벼운 벌금형으로 대부분 사건이 조기에 마무리 되기 마련인데요. 운전기사 상습폭행 혐의를 받던 김만식 전 몽고식품 회장의 경우 벌금 700만원의 약식기소를 끝으로 기억 속에서 잊혀지고 있습니다.

처벌수위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는 이유입니다. 그런 가운데 흥미로운 제안이 최근 국회에서 나와 눈길을 끕니다.

"이장한 (종근당) 회장이 직접 수행비서를 체험해 보면 자신이 얼마나 잘못했는지 뼈저리게 느낄 것이다. 반복되는 폭언·갑질 사건의 근본적인 예방을 위해 가해자가 피해자의 삶을 직접적으로 체험하는 '갑질 피해자 체험법'을 발의하려 한다."

하태경 의원(바른정당)의 주장입니다.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 방영되는 '갑질 회장님'들의 대리운전 모습이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노출될 그날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습니다.

결코 실현돼서는 안 되는 대한민국 산업계의 부끄러운 '민 낯'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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