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한국과학기술원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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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한국과학기술원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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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머리와 뜨거운 가슴을 가진 A자형 인재가 이상적"


 

[컨슈머타임스 김재훈 기자] 사람을 치료하는 전문의, 컴퓨터 바이러스를 퇴치하는 소프트웨어 전문가, 유능한 기업가.

 

안철수 한국과학기술원 석좌교수를 따라다니는 대표적인 수식어들이다. 국내 IT업계에서는 '컴퓨터의 아버지'라고 부르기도 한다. 실패가 아닌 성공으로 귀결된 그의 남다른 이력이 그대로 묻어 나온다. 

 

그런 안 교수가 최근 인재육성과 관련한 자신만의 철학을 대중에 설파하고 있다. 이른바 'A'자형 인재. '아이팟'을 앞세운 애플사의 성장이유에 그는 특히 주목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익숙한, 과거부터 이어져 오던 수직적 사고방식 탈피가 '컨버전스(convergence)' 시대에 돌입한 현대사회에서 성공할 수 있는 필수조건이라는 데에 그는 주저 없이 방점을 찍었다.   

 

대학생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존경하는 기업인' 설문조사에서 언제나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안철수 교수. 그에게서 'Convergence시대의 인재가 갖춰야 할 덕목'에 대해 들어봤다. 

 

◆ 수평적 사고가 창조해낸 '아이팟'

 

Q. 과학기술의 발달을 중심으로 한 시대의 흐름은 업무 패턴은 물론 인재상을 크게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안 교수님께서는 여기에 걸 맞는 개개인의 역할과 노력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과거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같은 인물은 의술, 미술, 건축, 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 능통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세부기술의 발달로 학문이 분화돼 한가지 일을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서 수행하는 시대로 바뀌었습니다.

 

21세기에는 어느 한 분야에서 상식으로 통하던 사실이 다른 분야의 사람들에게는 상식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자신만의 전문 분야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다른 분야에 대한 폭넓은 상식과 포용력을 가진 인재만이 타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새로운 것을 창출하고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이것이 한 때 세계를 주름잡았던 일본 도요타의 'T'자형 인재이기도 하죠.

 

Q. 같은 관점에서 애플사의 '아이팟'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 그렇습니다. 아이팟을 예로 들면, 지금의 아이팟 디자인은 과거에서는 나올 수 없는 제품이었습니다. 과거의 시스템은 엔지니어들이 설계를 한 후 디자이너는 그 설계를 바탕으로 설계 안에서 최적의 디자인을 만들어 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아이팟(디자인)은 엔지니어링 지식을 가진 디자이너가 디자인 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동그라미 하나로 모든 것을 작동하는 아이팟의 디자이너들은 디자인이라는 자신의 전공분야 뿐만 아니라 전자공학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아이팟과 아이튠즈를 단순히 하드웨어를 구동하기 위한 소프트웨어로 보지 않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수평적 사고방식으로 바라본 수평적 융합의 결실입니다. 다른 분야에 대한 상식과 포용력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Q. 이종 집단간, 혹은 구성원간을 잇는 일종의 가교역할 장치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 하더라도 원만한 관계가 밑바탕에 깔려 있지 않으면 반쪽 짜리에 불과한 것 아닌가요.  

  

== 그래서 제가 고안해 낸 것이 'A'자형 인재관입니다. 도요타의 'T'자형 인재관이 일본인들의 사상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면 'A'자형 인재는 우리나라의 문화에 적합하게 만들어 졌습니다. 'A'자를 자세히 보면 사람 인()에 가교역할을 하는 ''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아무리 자기 전문분야의 지식이 뛰어나더라도 다른 사람이나 지식에 대한 포용력,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없으면 전문가로서의 자질은 '0'에 불과합니다. 'Convergence'를 위해서는 시스템과 가치관의 공유가 핵심임을 알 수 있습니다.

 

상식과 포용력, Communication 능력이 적절히 혼합된 사람이 이상적인 인재상에 가깝다는 얘기 입니다.

 

◆ 차가운 머리와 뜨거운 가슴을 가진 'A'자형 인재

 

Q. 쉽지는 않겠습니다만, 과거에 머무르고 있는 기존 사고방식을 'Convergence'시대에 맞게 바꾸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 핵심은 긍정적인 사고방식입니다.

살다 보면 자신의 탓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일이 잘못 되거나 꼬이는 경우가 있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그때 타인이나 환경을 탓하기보다 내가 잘못한 것은 없는지, 잘못 판단하고 선택한 것은 아닌지 자신을 먼저 되돌아보고 책임지는 사고가 선행돼야 합니다.

 

긍정적 사고란 과거를 돌이켰을 때 감정소비가 아닌 교훈을 얻기 위한 후회를 하고, 미래를 향함에 있어서 냉혹한 현실을 냉정하게 받아 들이면서도 최종 승리에 대한 흔들림 없는 믿음을 갖는 것을 의미합니다.

 

현대사회의 인재는 차가운 머리와 뜨거운 가슴을 가진 'A'자형이 돼야 합니다.

어려움을 뚫을 수 있으려면 자신에 대한 냉철한 분석과 미래에 대한 열정, 자신감이 필요합니다. 미래에 대한 믿음이 없다면 그건 비관론자에 불과합니다. 아무리 겨울이 춥다고 해도 봄날은 온다는, 미래에 대한 자신감이 필요합니다.

 

같은 맥락에서 안철수연구소가 과거 경영 위기에 빠졌을 때를 생각해보면, 역설적이게도 당시가 가장 많이 배울 수 있었던 시기였습니다. 현실을 냉정히 보고 미래에 대한 믿음을 가진, 이 두 가지가 지금의 안철수연구소를 만들었습니다. 

 

Q. 개개인의 노력은 두말할 필요도 없을 것 같습니다. 이를 위한 효율적인 방식이 있다면 소개해 주시죠. 

 

== 자기가 원하는 분야에 대한 자기 스스로의 학습이 쌓여야 합니다. 점진적으로 깊이 있는 공부를 해 나가야죠. 그러다 보면 그 깊이는 물론 그 안에 숨겨진 진리를 깨닫게 됩니다.

 

언제나 머리를 떠나지 않았던 국내외 동료와 경쟁자들의 이름이, 군대 입대 후 책을 읽지 않으니 자연스레 머리를 떠났던 경험이 있습니다. 계속되는 배움이 없다면 지금 자신의 모습과 상황에 안주해버린다는 교훈을 그 때 배울 수 있었습니다.

 

자신의 한계를 넓히려는 노력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사람은 자기합리화를 잘 합니다. 어려운 일에 처했을 때 '핑계'를 대며 피하려고만 하는 것이죠. 심리학적으로 나중에 똑같은 상황이 오면 마음상태도 그때와 같아집니다. 결국 어려움이 발생하면 극복해 내지 못하는 ''에 종착하게 됩니다. 이를 뛰어넘을 수 있도록 자신을 강하게 단련해야 합니다.

 

"진정한 의미의 안정과 평안이란 '죽음'"

 

Q. 안 교수님의 조언을 구하는 고3 수험생을 비롯 학부모, 아울러 자녀교육에 관심 있는 부모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끝으로 한 말씀 주신다면요.      

 

== 주식투자하는 사람들이나 대학입시때 학과를 선택하는 학생들의 경우 주로 편안한 삶에만 초점을 맞춥니다. 그런데 결국 실패하게 됩니다.

 

과거 한의학과가 붐을 일으킬 때가 있었습니다. 한의사가 안정적인 직업이라는 인식이 퍼졌기 때문이었습니다. 너도나도 한의학과에 지원했고, 실제 많은 한의사들이 배출됐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떻습니까. 한의학과 졸업하고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백수로 지내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한의사가 워낙 많아 몸값도 많이 떨어져 있는 실정입니다. 

 

편안한 삶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가는 곳을 똑같이 가고자 한다면 곧 실패와 직결됩니다. 삶은 항상 불안정합니다. 이를 인정하고 즐길 수 있어야만 행복하고 성공적인 삶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이것은 인체 내 세포로도 설명할 수 있습니다. 세포는 인체가 불균형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살아있습니다. 그것이 생명이 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외부에서 유입된 세균들의 공격이 없으면 세포는 기능을 상실하고 세포막은 터지게 됩니다. 그때야 비로소 인체에는 진정한 의미의 안정과 평안이 찾아옵니다. 그것은 죽음을 의미합니다.

 

서울대 의예과(의학 박사)와 미국 펜실베니아대(경영공학 석사)를 졸업한 안철수 교수는 단국대 의과대 의예과 학과장과 대한의학협회 의학정보연구위원회 연구위원을 거쳤다.

 

이후 1995∼2000년 안철수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 대표이사 소장을, 2000∼2005년 안철수연구소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했다.

 

2010 3월 현재 제5대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KISIA) 회장과 안철수연구소 이사회 의장, KAIST 석좌교수,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 미래경제산업분과 위원, 포스코 이사회 의장직을 각각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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