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극강 다이어트' 체질개선은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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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극강 다이어트' 체질개선은 '글쎄'
  • 김재훈 선임기자 press@cstimes.com
  • 기사출고 2017년 03월 29일 07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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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련' 개명 조직·인력 대폭 축소…"이름 바꾼다고 혁신?"
   
▲ 허창수 전경련 회장(오른쪽 두번째)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자료사진)

[컨슈머타임스 김재훈 선임기자] 와해 위기를 맞고 있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 허창수)의 고강도 체질개선 움직임에 냉소적인 시선이 끊이질 않고 있다. 

'한국기업연합회' 개명과 더불어 조직·인력을 대폭 감축하는 내용의 혁신안이 오히려 위기를 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식의 반발을 낳고 있다.

삼성,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 이탈 여파로 당장 재정난에 직면한 만큼 허창수 전경련 회장의 운신폭이 크게 좁아졌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 대규모 정리해고 임박?

28일 재계에 따르면 전경련은 최근 조직슬림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미 일부 임원들의 사표를 수리한 데 이어 기존 23개였던 자체 팀을 6개로 감축했다. 사무공간도 대폭 줄이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간 44~47층까지 4개 층을 사용해 왔으나 이 중 44~45층을 비워 외부에 임대하기로 결정했다.

기존 7본부 체제가 커뮤니케이션본부, 사업지원실, 국제협력실 등 '1본부 2실'로 쪼그라든 데 따른 일종의 '군살빼기'다. 명칭도 '한국기업연합회'로 개명했다. 겉과 속 모두를 재편하겠다는 의지다.

4대 그룹 탈퇴에 따른 예산 감소가 중심에 있다.

지난 2015년 기준 전경련 연간 예산은 약 500억원. 이미 탈퇴한 삼성, 현대차, SK, LG가 이중 절반을 상회하는 380억원 가량을 부담했다. 정상적인 조직 운영이 불가능해진 셈이다.

실제 전경련은 소속 임직원 120여명의 급여를 지급하지 못할 정도로 극심한 재정난에 직면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강도 구조조정은 물론 사실상 '정리해고'라는 극약처방 가능성이 안팎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소속 직원들을 줄이기 위해 공식적으로 명예퇴직을 실시하고 있다"면서도 "상황이 호전되지 않는다고 가정하는 경우 대규모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을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문제는 이 같은 자구책에도 불구하고 호의적인 여론이 여전히 실종상태라는 점이다. 정치권과 결탁한 국정농단의 핵심으로 이미 증명된 만큼 '사형선고' 를 면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경제개혁연대 관계자는 "전경련이 스스로 해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히고 있는 만큼 정부가 전경련의 설립 허가를 취소해 해산시켜야 한다"며 "전경련은 여전히 무엇을 반성하고 혁신해야 하는지 모르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독립성이 의심되는 혁신위원회가 구성된 지 20여일 만에 나온 혁신안도  진정성을 인정받고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진상을 밝히려는 조사 노력이나 관련자에 대한 내부 징계 조치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승철 전 부회장의 20억원 퇴직금과 관련 지급을 유보하거나 추후 환수할 수 있는 규정을 마련하는 등의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는 부연이다.

◆ "해산해야" vs "존속해야"

민주노동조합총연맹 관계자는 "이름만 바꾼다고 혁신이 아니다"며 "불법을 자행하고 뇌물 범죄에 가담한 조직인 전경련은 해체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그는 "정권의 부당한 요청에 따른 협찬과 모금 활동에 일체 응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뒤 회계내역을 공시해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기가 막힌 혁신안을 내놨다"며 "전경련이 정권에 건넨 돈은 부당한 요청이 아닌 특혜의 대가로 내준 뇌물"이라고 꼬집었다.

물론 전경련의 현실적인 역할론에 기대고 있는 의견도 적지 않다.

재계 고위 인사는 "잘못된 정부 정책으로 인해 피해를 입는 기업이나 기업집단이 생긴다면 그 하소연은 어디에 해야 하느냐"며 "재계의 중지를 모아 일관성 있게 (정치권으로) 의견을 전달한다는 측면에서 (전경련은) 존속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근본적 체질 개선과 여론 회유라는 두 가지 꼬인 실타래를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전경련 존폐 여부는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한 관계자는 "이번에 마련된 혁신안을 실천해 나가는 방법론을 두고도 내부적으로 고심이 크다"며 "신뢰 회복이 급선무인데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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