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수은, 대우조선해양 지원…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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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수은, 대우조선해양 지원…왜?
  • 문성희 기자 outofhere@nate.com
  • 기사출고 2017년 03월 27일 14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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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자금 대부분 차입금 상환...산은·수은 차입금이 전체의 82%
   
 

[컨슈머타임스 문성희 기자]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에 막대한 돈을 지원해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을 갚아주고 있다. 하지만 차입금 대부분이 사실 산은과 수은 차입금이라 과연 누구를 위한 지원이냐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지난 23일 '대우조선 구조조정 방안'을 통해 대우조선에 2조9000억원을 신규 대출해주고 무담보채권 3조8000억원 중 77%를 출자전환 하는 등 모두 6조7000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융위원회와 산은은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을 상환하고 차입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만기가 돌아 온 차입금을 못막으면 당장 부도가 나 대우조선은 물론 대출해 준 은행들도 큰 피해를 입기 때문이다. 업계와 국가경제를 감안 하면 피해 규모가 수십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연구결과도 첨부했다.

이를 두고 재계 일각에서는 자금지원에 또다시 신규 대출이 포함돼 있어 단기차입금을 장기차입금으로 전환해주는 것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바라본다.

더욱이 차입금 대부분이 산은과 수은의 차입금이라 자기 돈으로 자기 차입금을 갚는 꼴이라는 지적이다.

대우조선의 2016년말 차입금 규모는 5조892억원이다. 이중 산업은행은 2조5218억원, 수출입은행은 1조6137억원으로 두 회사의 차입금이 전체 차입금의 82%를 차지하고 있다.

이번 대우조선 지원방안의 특징은 '고통분담'이다. 이전처럼 현금을 대출해 줘 차입금 돌려막기만 하지 않고 차입금의 상당부분을 출자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은행 입장에선 대출금을 대우조선 주식으로 바꾸면 대출자산이 투자자산이 된다. 이자 수입은 없어지지만 당장 원금을 까먹는 것도 아니고 특별히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것도 아니다.

투자자산은 상환기일도 없어 앞으로 기한이익 상실이나 연장 검토 때문에 골치를 썩지 않아도 된다.

물론 대우조선이 아예 파산해 청산되면 그때는 어쩔 수 없이 손실을 인식해야 한다. 하지만 차입금 만기처럼 오늘 내일 수시로 발생하는 게 아니라 당분간은 한숨을 돌릴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시중은행 재무담당 임원은 "산은과 수은은 100% 출자전환해 고통분담을 가장 많이 하는 듯 보이지만 외부자금으로 이자영업을 하는 민간은행의 고통보다는 훨씬 적을 것"이라며 "앞으로 때마다 지원방안을 고민하지 않아도 돼 오히려 편해진 측면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5년 10월부터 해마다 대우조선 때문에 머리가 아픈 금융당국과 산업은행은 이번 구조조정 방안을 통해 한숨을 돌렸을 뿐만 아니라 책임부담도 뒤로 미뤘다.

이에 대해 재계 일각에서는 관리소흘, 혈세낭비 등의 책임을 차기 정권으로 넘긴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의 대출책임자나 관리책임자는 한결 짐을 덜었을 것"이라며 "문제는 대우조선이 회생하지 못해 파산과 청산으로 갔을 때 새로 들어설 정부가 그 책임을 떠안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 관계자는 "이번 추가 지원되는 자금은 일부 차입금 상환도 있지만 주로 선박건조를 위한 운영자금으로 쓰일 것"이라며 "구조조정 계획을 검토할 때도 대우조선의 회생과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초점을 맞췄을 뿐 정치적 고려는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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