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회계법인 '저가수주-인력이탈' 위기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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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일회계법인 '저가수주-인력이탈' 위기 맞나
  • 김재훈 선임기자 press@cstimes.com
  • 기사출고 2017년 03월 22일 08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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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케미칼 등 ERP 구축 70억원 '떨이' 사업 맡아…업계 '공멸' 위기감

[컨슈머타임스 김재훈 선임기자] 삼일회계법인(이하 삼일)으로 대표되는 국내 회계·경영컨설팅 업계에 위기 신호가 켜지고 있다.

업무 범위에 비해 가격이 턱없이 낮은 사업을 수주, 자존심에 생채기를 내는가 하면 인력 이탈 움직임도 광범위하게 포착되고 있다. '공멸' 위기감이 상당하다.

◆ "어떤 형태로든 큰 사단 날 것"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일에서 지난 2014년 분리된  PWC 컨설팅은 최근 롯데케미칼, 롯데정밀화학(삼성정밀화학), 롯데첨단소재(삼성SDI 케미칼사업부) 등 롯데 화학계열사 전사적자원관리(ERP) 구축 사업을 수주했다. 총 70억원 규모다.

ERP는 기업 내 생산, 물류, 재무, 회계, 영업과 구매, 재고 등 경영 활동 프로세스들을 통합적으로 연계해 관리해 주는 시스템이다. 빠른 의사결정이 특징으로 생산성 극대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문제는 해당 금액이 시장 단가를 크게 밑돌고 있다는 점이다.

컨설팅업체 A사 관계자는 "삼일 같은 규모의 회사가 수주했다고 믿기 힘들 정도로 낮은 액수"라며 "연 매출 13조원을 웃도는 롯데케미칼 같은 회사가 70억원짜리 시스템을 도입한다는 것 자체만 보더라도 넌센스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업무 범위에 따른 투입 인력과 시간 등을 고려하면 대략 100억원은 훌쩍 넘기는 사업"이라며 "계약서에 적시된 시스템 구축 기한을 못 맞추든 아니면 (시스템이) 날림으로 구축되든 어떤 형태로든 큰 사단이 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삼일 안팎에서는 내부적으로는 크게 곪아있다는 식의 불만이 새나오고 있다. 고객사는 물론 가격조차 따지지 않고 먹어 치우는 일종의 '저인망식' 사업 수주다.

컨설팅업체 B사 관계자는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발주 금액에 따라 덤비는 업체들의 덩치가 결정 됐는데 지금은 작은 사업에도 (삼일처럼) 큰 업체들이 뛰어들고 있다"며 "그런 현상이 장시간 지속되다 보니 평균 사업단가가 낮아지는 부작용이 발생됐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 관계자는 "굵직한 사업에 핵심 인력들을 적재 적소에 배치하는 경영방식은 사라진 지 오래"라며 "끊이지 않는 싸구려 일감에 여기저기 팔려다니는 현실이다 보니 업계 종사자들의 사기도 크게 떨어져 있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실제 삼일의 경우 컨설팅부분 인력 이탈이 가속화 하고 있다. 부장 이상 임원급은 물론이거니와 10년차 시니어급 직원들도 올해 들어 속속 사직서를 제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매출경쟁을 벌이고 있는 삼일 회계분야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2014년 2111명이었던 회계사수는 2015년 1934명으로 8.4% 급락했다. 지난해의 경우 이보다 감소폭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인당 매출액 상승이라는 평가와 내실악화 지적이 동시에 병렬되는 만큼 삼일 입장에서 달갑지 않다.

삼일회계법인 고위 관계자는 "우리 뿐만이 아닌 국내 회계 업계의 전반적인 고질병"이라며 "조금만 일이 어렵거나 힘들어도 회사를 떠나려고 하는 비율이 과거에 비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부분 영업정지 직면

경쟁사들의 형편도 척박하기는 매 한가지다.

특히 삼일에 이어 매출액 2000억원대 중반으로 업계 2위를 달리고 있는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은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태여파로 폐업 위기에 몰리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딜로이트안진에 12개월 부분 영업정지를 사전 통보한 상태다. 그대로 굳어지는 경우 신규계약이 불가능해지는 만큼 사실상 '사형선고'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딜로이트안진 책임론이 부상할 개연성도 크다. 대우조선해양 주주들의 줄 소송에 맞닥뜨릴 수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딜로이트가 안진회계법인과의 제휴관계를 청산할 것이란 소문도 빠르게 번지고 있다.

업계 1, 2위에서 발생되고 있는 파열음이 심상치 않은 만큼 올해가 국내 회계-컨설팅업계의 명운을 가를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한 관계자는 "억대 연봉을 받는 회계사나 경영컨설턴트들이 업계에 즐비한 건 사실이나 업무 강도와 스트레스 그에 비례한다고 생각하면 된다"며 "(각 업체들이) 시한폭탄을 안은 채 억지로 끌고 가고 있는 것으로 보면 틀림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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