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타임스 김수정 기자] 최근 건설사들이 ‘중도금 무이자’ 혜택으로 예비 입주자를 유혹하고 있다. 규제와 금리상승, 공급과잉 우려로 수요 위축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 데 따른 대응책이다.

분양가에 이자비용이 선반영돼 있을 가능성이 농후하지만 소비자가 이를 확인할 길은 사실상 없다는 지적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4일까지 분양된 아파트 57곳 중 1순위에서 청약을 마감한 곳은 27곳(47%)으로 나타났다. 11.3대책과 대출규제 강화, 금리상승 등을 이유로 주택시장이 위축되면서 2~3순위 가서도 청약이 미달되는 사례가 자주 나오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공급과잉 우려도 심각하다. 올해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약 37만가구로 1999년 이후 가장 많다.

이에 올 들어 중도금 대출 이자를 아예 안 받는다는 단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 17일 부산 명지국제신도시에서 분양일정을 시작한 ‘중흥S-클래스 더 테라스’는 중도금 무이자 혜택을 제공한다.

이달 초 분양을 개시한 ‘비전 레이크 푸르지오’와 ‘꿈의숲 효성해링턴’ 역시 중도금 무이자 조건을 내걸었다.

지난해부터 분양중인 ‘행정타운 두산위브 더 파크’, ‘영종하늘도시 푸르지오 자이’, ‘창원 힐스테이트 아티움시티’, ‘용인 고림지구2차 양우내안애에듀퍼스트’ 등도 총 분양가의 60%에 해당하는 중도금 대출을 무이자로 제공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사와 시행사간 협의를 통해 회사측 이윤을 낮추면서 예비입주자들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 입장에서 중도금 대출 무이자는 큰 혜택으로 느껴진다. 예컨대 분양가격이 5억원인 아파트의 중도금은 총 분양가의 60%인 3억원이다. 여기에 올해 초 기준 국내 5대 은행의 집단대출 평균금리인 연 3.76%를 적용해 단순 산술한 중도금 이자는 1000만원을 웃돈다.

그러나 회사측이 분양가에 금융비용을 이미 반영해놓고 선심 쓰듯 중도금 무이자를 주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법망에선 건설사들이 중도금 무이자 조건을 내세워 주택을 분양하면서 이자비용을 분양가에 전가해도 법적 문제가 없다. 지난 2015년 법원은 건설사가 아파트를 분양하면서 ‘중도금 전액 무이자 융자’라고 공지하고 중도금 이자를 분양원가에 포함시킨 것이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외부인이 주택 시공에 들어가는 원가를 파악하는 것 또한 불가능하다. 민간택지 분양 아파트엔 분양원가 공개 제도가 적용되지 않으며 공공택지 공급 아파트라도 분양원가 공개 항목이 12개에 불과하다. 입주자모집공고에 게재한 비용을 꼭 준수하지 않아도 된다.

전문가들은 주변 시세와 비교해 분양가격이 적절한지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러나 이런 논리에도 맹점이 있다.

분양 받으려는 아파트 가격을 분양 예정지와 최대한 가까운 최신연식 아파트 시세와 비교해 어림해볼 수는 있지만 세부조건이 한 동네 아파트라도 제각각이라 정확한 비교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중도금이자가 반영된 분양가라도 3.3㎡당 가격으로 제시되면 가격이 높아졌다는 체감효과 가 크지 않기에 소비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 면도 있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팀장은 “분양예정 아파트와 비슷한 조건의 단지라도 세부사항은 다 다르고 일반 소비자는 중도금이 무이자인지 분양가에 포함된 건지 사실상 알 방법이 없다”며 “그렇기에 건설사들이 이런 마케팅방법을 활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