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었슈’는 ‘늦었다’와 ‘이슈’를 결합한 합성어입니다. 이른바 ‘한물간’ 소식들 중 여전히 독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사안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합니다. 물론 최신 이슈에 대한 날카로운 의견도 제시합니다. 놓치고 지나간 ‘그것’들을 꼼꼼히 점검해 나갈 예정입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앞줄 왼쪽부터)

[컨슈머타임스 김재훈 선임기자] 김창근 전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16일 검찰에 전격 소환됐습니다. 김영태 전 SK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 위원장과 이형희 SK브로드밴드 대표도 뒤따랐습니다.

‘수펙스(SUPEX)추구협의회’의 위상을 감안하면 SK그룹 전체가 꽁꽁 얼어붙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SUPEX추구협의회는 ‘따로 또 같이’의 효과적인 실행을 위하여 주요 관계사들이 체결한 상호협력방안 실행을 위한 ‘협약’에 기반하여, SK 그룹경영의 공식적인 최고 협의기구로서의 역할을…

SK 측의 공식적인 설명인데요. 쉽게 말해 각 계열사 대표들이 한 자리에 모여 진행중인 사업 점검과 그룹 차원의 미래비전을 모색하는 ‘컨트롤 타워’ 모임입니다.

최태원 회장의 2년 6개월여 복역 기간 중 의사결정라인의 정점에서 리스크를 최소화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습니다.

2015년 8월 15일 새벽 광복절 특사로 석방된 최 회장은 직후 당시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만났을 정도로 큰 애정을 보였습니다. 최 회장은 지난해 3월 등기이사 선임에 이어 수펙스추구협의회 멤버로 복귀한 상태입니다.

협의회 자체가 최 회장의 브레인이자 분신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건 이 같은 배경 때문인데요.

그랬던 김창근 전 의장이 검찰에 소환됐다는 사실은 최 회장은 물론 SK 전체에 큰 충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전·현직 핵심 인사들의 공백 개연성과 그에 따른 우려가 벌써부터 감지되고 있을 정도입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는 검찰의 칼날이 최 회장의 목전에 다다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SK 측은 미르·K스포츠단 출연금이 최 회장의 사면이나 면세점 선정과 연관이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회장 부재에 따른 기업경영의 어려움을 정부에 호소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부연입니다.

뇌물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강조인 셈인데요. 그렇더라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된 논리와 연장선상에서 바라보면 마냥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인 건 분명해 보입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곤란한 처지는 최 회장과 비교해 결이 조금 다릅니다.

2015년 11월 특허기간 만료 직후 사업권을 잃은 월드타워점을 살리기 위해 신 회장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총 45억원을 출연한 것으로 검찰은 의심하고 있습니다. 실제 같은 해 12월 어려울 것이란 시장의 예상을 깨고 사업권을 재 취득해 배경을 놓고 잡음이 많았습니다.

최 회장과 동시에 묶이는 ‘뇌물죄 교집합’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물음이 나올 수 있는데요. 신 회장은 이와 별개로 집안단속까지 해야 하는 처지라 곤란함의 무게감이 상당합니다.

형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지난 15일 아버지인 신격호 총괄회장을 상대로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음료 지분에 대해 압류를 통보했습니다. 신 회장의 미간주름을 패이게 만드는 장면이죠.

신 전 부회장은 지난 1월 신 총괄회장에게 부과된 증여세 2126억원을 대납했습니다. 이를 받기 위해 신 전 부회장이 담보 형태로 지분을 요구한 겁니다.

신 회장 입장에서는 자신을 상대로 사실상 선전포고를 한 것이나 다름 없는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다분한데요. 그 중심에는 신 총괄회장의 ‘성년후견인’ 지정이 있습니다.

신 총괄회장은 자신의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다며 후견인(법정대리인)을 지정한 법원의 결정에 불복, 신 전 부회장 측을 통해 대법원에 재항고를 신청한 상태입니다. 최초 성년후견인 신청자는 신 회장과 여동생인 신정숙 씨 입니다.

항고가 없었다고 가정하면 신 총괄회장의 법적 후견인은 자연스레 신 회장이 됐다는 의미인데요. 재항고가 진행중인만큼 다툼의 여지는 남아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신 회장 입장에서 안타까운 것은 사실상 정상적인 의사소통과 판단이 불가능한 신 총괄회장이 자식들의 재산싸움에 휘말려 있다는 점입니다. 이렇게 모진 노후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의 한탄이 나옵니다.

‘패륜’ 이라는 거친 언사가 나올 정도로 신 전 부회장을 향한 롯데 그룹 차원의 분위기는 냉랭합니다. 뇌물죄 오명을 벗는 작업과 더불어 집안단속에 동시에 나서야 하는 신 회장의 어깨가 가볍긴 힘들 것 같습니다.

“검찰 수사에 내부적으로 대비하고 있지만 혐의가 없다는 건 자신한다.”

SK와 롯데 관계자들은 흡사 말을 맞추기라도 한 듯 강한 무혐의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다만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확보한 보충 물증이 전달됐을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는 만큼 그야말로 양측 모두 ‘시계제로’ 상태에 놓인 것은 틀림 없습니다.

예단하기 어려운 검찰의 수사 범위와 깊이는 최태원 회장과 신동신 회장의 ‘춘곤증’ 마저 날려 버릴 충분한 위협임에는 분명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