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는 지난해 500만대를 팔았다. 하지만 이익은 크게 줄었다. 이익감소는 작년만의 일이 아니다. 지난 5년 내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심각한 구조적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업계의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5년전 부터 정몽구 회장이 밀어 붙이고 있는 800만대 생산체계 구축의 부작용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트럼프 정부 출범이후 미국시장의 어려움까지 예고돼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현대차의 최근 영업 현황과 부진 원인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글싣는 순서>
① 현대차 이익률 5년새 반토막...어디까지 하락하나?
② 현대차 헛돈 쓰고 있다
③ 현대차 북미시장 ‘그레이 스완’…트럼프 위기 무대책
④ 정몽구 현대차 회장, 진언하는 충신이 없다

[컨슈머타임스 문성희 기자] #. 1998년 3월 정몽구 회장이 현대자동차 대표이사로 취임하는 자리. 임원들로부터 회사현황과 향후계획을 보고받던 정 회장은 한 임원이 보고하는 중에 태도가 불경스럽다며 그 자리에서 해당 임원을 해고시켰다. ‘정몽구 럭비공 인사’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현대차는 ‘노조는 귀족, 임원은 머슴’으로 업계에서 통한다.

현대차에 부품을 납품하는 업체의 한 임원은 “정 회장은 임원들로부터 언제든지 사직한다는 각서를 미리 받아 놓고는 한다”며 “경미한 실수에도 수시로 경질해 현대차는 임원 되고 2년이면 옷을 벗는다는 얘기가 업계에 회자되고 있다”고 말했다.

● 한전부지 매입...업계 조롱거리로

현대차 임원진은 정 회장의 의사결정에 아무도 토를 달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의 강력한 카리스마 때문이다. 정 회장이 잘못된 결정을 해도 진언을 하는 임원이 없어 잘못된 정책이 강행되는 것이다.

2014년 9월 18일 현대차가 삼성동 한전부지를 평가액의 3배인 10조5500억원에 사들인 것도 불통과 복지부동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낙찰이 결정되고 현대차는 자축했지만 금액이 공개되자 업계는 터무니 없이 큰 낙찰 금액에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도시개발을 연구하는 H 교수는 “합리적 분석보다 삼성에게 질 수 없다는 회장의 의지가 더 많이 반영됐다고 들었다”며 “그룹내 국내 최고의 건설·엔지니어링 전문가들이 많은데 이런 금액이 나온 건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부지 낙찰후 현대차 주가는 떨어지고 한국전력 주가는 상승해 시가총액 3위와 4위 자리가 바뀌었다. 재계는 ‘승자의 저주’라며 비아냥 거리고 있지만 현대차는 신사옥 건설에 17조원을 추가로 쏟아붓고 있다.

업계에서는 정 회장의 무리수 중 회사에 가장 큰 타격을 주고 있는 것으로 ‘800만대 생산 강행군’을 꼽는다.

수십 조원을 들였지만 수익성은 악화되고 차입금은 크게 늘어 나 회사를 위기에 빠트렸다는 분석이다.

   
 

2012년 정 회장이 생산능력 확대를 선언했을 때 주주, 노조, 납품업체, 대출금융기관 등 현대차 이해관계자들은 무리한 외형확장에 대해 위험을 경고했다. 하지만 정 회장은 뜻을 굽히지 않았고 주위의 누구도 말리지 못했다.

당시 현대차에 근무했던 직원은 “직원들도 이 결정만큼은 정 회장 주위의 임원들이 진언을 해주기를 바랬다”며 “하지만 정 회장의 기세에 눌려 복지부동하는 임원들을 보면서 실망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 안으로 악화되는 수익구조...경영권 승계도 위험요소

2012년 5월 현대차의 주가는 27만2500원으로 최고점을 찍은 후 계속 하락해 최근 14만원대에 머무르고 있다. 주가가 반토막 났다.

   
 

이를 두고 ‘세계 5위’라는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안으로 악화되고 있는 수익재무 구조때문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A증권사 연구원은 “지난 5년 사이 현대차 영업이익은 8조4400억원에서 5조1900억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고 차입금은 45조2400억원에서 73조4600억원으로 62%나 늘었다”며 “생산과 판매 대수 등 외형을 늘리는 과정에서 영업구조가 취약해져 재무구조까지 함께 나빠졌다”고 설명했다.

오너 리스크도 한몫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계에 널리 알려진 정 회장의 독단적이고 예측 불가한 경영스타일이 현대차에 커다란 위험요소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또 정몽구 회장이 갖고 있는 현대차 지분을 정의선 부회장에게 전혀 넘기지 않는 것도 논란이다. 앞으로 전개될 경영권승계 과정이 삼성전자처럼 무리하게 추진돼 커다란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몽구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차 지분 5.2%는 지난 17일 시가 기준 1조7000억원 규모다. 상속세나 증여세는 최고 세율인 50%를 적용받아 승계과정에서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