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타임스 우선미 기자]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의 공범으로 꼽힌 딜로이트안진이 금융위원회의 영업정지 결정으로 자진폐업 위기에 처하게 될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영업정지, ‘구체적인 기간·범위는?’ 촉각

오는 15일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딜로이트안진의 감사부문 ‘최대 1년’ 영업정지 안건을 정례회의에 정식으로 상정해 심의한다. 이 날 논의의 중점은 업무정지 범위와 기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9일 증선위 산하 감리위원회는 분식회계 사건에 담당 회계사뿐 아니라 안진의 조직적인 가담이 있었다고 판단하고 영업정지 안건을 최종적으로 증선위로 올렸다.

다만 영업정지 기간 동안 안진의 외부감사 계약기간이 남아 있는 기존 계약은 유지하고 ‘신규 계약’만 금지할지 기존계약까지 정지할지 결정하지 못하고 두 개 안건을 모두 상정했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업무정지 범위가 기존 계약까지 미친다면 해당 기업에도 큰 혼란을 줄 수 있다”며 “신규 계약도 상장사에 대한 계약만 금지한다면 안진이 폐업 위기를 면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 업무정지 기간이 사전통보된 ‘12개월’보다 줄어들지도 논의의 쟁점이 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기업과 외부감사 계약이 이뤄지는 4월에 업무정지를 시작한다면 제재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어 굳이 12개월을 고집할 필요가 있겠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에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달 중순 딜로이트안진에 감사부문 업무정지 중징계를 사전 통보하면서 시작시점을 4월 15일 전으로 못 박은 것으로 전해졌다.

14일 회계업계 관계자는 “회계법인과 기업들의 외부감사 계약이 4월에 이뤄지는 것을 감안해 당국이 4월부터 딜로이트안진의 신규 감사 계약을 금지하는 내용의 업무정지 방안을 사전 통보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 회계사 무더기 탈퇴에 딜로이트와 결별 가능성↑

15일 증선위에서 결론이 나지 않아도 20일 임시회의에서는 결론이 날 전망이다. 이에 따라 3월 22일 또는 4월 5일 열리는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딜로이트안진의 영업정지가 최종 의결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상당수의 기업들이 감사인을 바꿔야 하는 일대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딜로이트안진의 영업정지가 내려지면 그 다음날부터 영업정지 효력이 발생한다.

따라서 이 기관을 감사인으로 선임한 1068개, 상장사 기준으로는 223개 기업이 회계법인을 교체해야 한다. 딜로이트안진의 경우는 회계사의 대규모 이탈이 예상된다. 이 회사의 회계사 1100여명 중 절반 가량이 감사업무를 하고 있다.

영업정지가 현실화 되면 딜로이트와 안진의 제휴 중단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안진의 회계사 유출이 가속화돼 회사가 쪼그라들면 제휴 기반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또 딜로이트는 매년 안진 수익의 일부를 라이선스 비용 형태로 받는 만큼 영업정지는 딜로이트의 수익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그동안 국내 대형 회계법인들은 모두 글로벌 기업과의 제휴를 통해 지위 상승을 도모해 왔다. 제휴가 끊기면 감사보고서의 권위가 추락할 뿐 아니라 세계시장에서 외면을 받게 될 수 있다.

한 회계업계 관계자는 “현재 삼일·안진·삼정·한영 등 ‘빅4’는 모두 글로벌 회계법인과 제휴를 체결했다”며 “안진이 영업정지 처분을 받아 신뢰성에 문제가 생기면 세계 회계법인 4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딜로이트가 제휴를 중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 감사 불능 선언 후 자진 폐업 ‘최악의 시나리오’

최악의 시나리오는 회계감사 불능을 선언한 뒤 자진 폐업절차에 들어가는 것이다. 과거 사례를 보면 영업정지를 받았던 대형 회계법인들은 폐업을 피하지 못했다.

과거 대표적인 ‘영업정지’ 사례로 지난 2000년 대우그룹 분식회계 당시 외부감사인을 맡았던 산동회계법인이 꼽힌다.

당시 업계 3위였던 산동은 대우그룹 계열사들의 외부감사를 맡았었는데 소속 회계사 50여명이 분식회계를 묵인·방조한 혐의로 1년간 영업정지를 당했고 결국 폐업했다.

이에 앞서 1999년엔 청운회계법인이 대우통신 부실감사로 1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받아 문을 닫았고, 2009년에는 화인경영회계법인이 케이디세코 분식회계를 방조한 혐의로 6개월 영업정지를 받은 뒤 폐업했다.

이 같은 전례를 감안해 “산동회계법인 보다는 죄질이 가벼운 만큼 회사 존립 기반 보장을 위해 제재를 늦춰달라”는 것이 안진의 바람이다.

안진은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혐의로 기소된 소속 회계사들의 1심 판결이 예상되는 5월 이후로 당국의 제재를 미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법부가 무죄 판결을 내릴 가능성이 남아 있는데 이보다 앞서 행정제재가 이뤄진다면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는다는 논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