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동영상'…그리고 CJ의 허술한 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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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동영상'…그리고 CJ의 허술한 해명
  • 김재훈 선임기자 press@cstimes.com
  • 기사출고 2017년 03월 10일 08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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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훈의 늦었슈] "삼성, 회사차원 무관 확인"…"말도 안 돼"

'늦었슈'는 '늦었다'와 '이슈'를 결합한 합성어입니다. 이른바 '한물간' 소식들 중 여전히 독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사안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합니다. 물론 최신 이슈에 대한 날카로운 의견도 제시합니다. 놓치고 지나간 '그것'들을 꼼꼼히 점검해 나갈 예정입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사진 좌)과 이재현 CJ그룹 회장. (자료사진)

[컨슈머타임스 김재훈 선임기자] "(이건희 회장 성매매 의혹) 동영상 촬영에 CJ 직원 S씨가 연루 됐다는 것을 우리도 언론을 통해 알게 됐다. 그런데 이를 두고 회사 차원이 아닌 S씨 개인 범죄라는 걸 우리(삼성)가 이미 확인했다니 이게 무슨 말도 안되는…" (삼성 관계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성매매 의혹 동영상 수사가 본 궤도에 오르고 있습니다. 검찰을 통해 관련자들의 윤곽이 대부분 드러난 상태인데요. CJ 직원이 연루된 것으로 확인 되면서 재계가 들썩이고 있습니다.

지난달 25일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이정현 부장검사)는 이건희 회장의 동영상 촬영을 주도한 혐의로 전직 CJ 계열사 직원 S씨를 구속했습니다. 이 같은 소식은 이달 7일에서야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CJ는 다급히 해명에 나섰는데요. 의혹을 오히려 증폭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동영상 제작자중 1명의 형(S씨)이 CJ 직원이다. 회사와 무관한 개인범죄이고 회사에 누를 끼쳐 죄송하다며 사의를 표명해 지난 3일 퇴사했다. 범죄와 어떻게 관여가 돼 있는지는 우리도 아직 모른다. (S씨 일당이) 동영상을 사라고 한걸 거절한 적은 있다."

CJ 측의 초반 해명 입니다. CJ제일제당 소속 '차장' 이었다는 설명도 곁들였습니다.

여기까지는 좋았습니다. 제 아무리 '관리의 대기업'이라 하더라도 직원들의 일거수 일투족 모두를 감시할 수 없는 노릇이니까요. 더욱이 악의를 갖고 장시간에 걸쳐 의도적으로 접근하는 경우 이를 차단하기 쉽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CJ 입장에서 민감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자칫 이재현 CJ 회장이 최종 배후로 지목될 개연성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삼성과 CJ의 오랜 갈등관계를 이쯤에서 조명해 볼까 하는데요.

이재현 CJ 회장의 아버지인 고 이맹희 씨는 동생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2012년 2월 7000억원대 상속 소송을 냈습니다. 삼성과 CJ의 마찰음을 본격화 한 시발점입니다. 앞서 2011년 6월 삼성은 CJ에 '상속재산 포기각서'를 요구했습니다. 이미 예견됐던 분란인 셈입니다.

이맹희 씨는 삼성 창업주인 고 이병철 선대회장의 장남입니다.

흥미로운 대목은 문제의 동영상이 2011년부터 2013년까지 5차례에 걸쳐 촬영됐다는 점입니다. 삼성과 CJ가 서로의 약점을 노리고 으르렁거리고 있을 무렵과 겹칩니다.

물론 삼성 역시 같은 시기 이재현 회장을 미행했다는 추문에 휘말려 몸살을 앓았을 정도로 양측의 관계는 시퍼렇게 날이 서 있었습니다. 2017년 3월 현재 '여전히 진행 중'이란 말이 보다 정확하겠습니다.

S씨가 문제의 동영상 촬영에 연루된 전반적인 사실관계 확인은 CJ 입장에서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할 수 밖에 없습니다. 앞서 밝혔듯 자칫 이재현 회장이 덤터기를 쓸 수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그런데 CJ의 해명에 어딘지 모를 미세한 균열이 발견됐습니다.

S씨의 직함이 차장에서 돌연 부장으로 바뀌는가 하면 S씨가 검찰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한 채 진술을 거부하고 있다는 등의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 입니다. 모든 것을 다 인정하고 퇴사했다는 설명과 온도차가 크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나를 도와주지 않으면 만천하에 모든 사실을 다 까발리겠다"는 심경임을 가정하면 CJ 측이 곤혹스런 상황을 맞고 있다는 분석도 어렵지 않게 도출됩니다.

특히 CJ는 삼성이 S씨와 관련한 일련의 정보들을 사전이 인지하고 있었다는 주장도 내놨습니다. CJ와 무관한 개인범죄라는 것을 삼성이 이미 확인했고, 직후 이를 덮었다는 내용이 골자입니다.

삼성은 말도 안 되는 허위사실이라는 입장이어서 향후 진위여부에 따라 CJ는 예상치 못한 후폭풍에 직면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삼성) 미래전략실은 해체됐다. (삼성) 고위층과 관련한 사안에 대해 공식적인 대언론 출구가 아직 갖춰지지 않은 상태다. CJ가 자신들에게 유리하게끔 이런 상황들을 의도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의심이 강하게 든다. 그렇지 않고서야 우리(삼성)를 물고 들어갈 이유가 없지 않은가."

삼성 관계자는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듯 너털웃음을 지어 보이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재현 회장은 1분기 중 조기 복귀할 것이란 시장의 예장을 깨고 지난 4일 돌연 미국으로 출국했습니다. 앓고 있는 신경 근육계 유전병인 '샤르코마리투스'(CMT) 치료가 공식적인 사유입니다.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 쓰지 말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의심을 살 만한 행동은 하지 말라는 함의인데요.  이는 삼성이나 CJ 뿐만 아니라 검찰에도 해당되는 이야기 아닌가 싶습니다.

실제 불법행위인 성매매 당사자 조사나 처벌은 덮어두고 누가 촬영했는지를 밝히는데 초점을 맞추는 것은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그것입니다.

물론 이건희 회장이 정상상태가 아닌것은 알지만 검찰이 이번에만 선의로 그런 '실수' 를 한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는 것이지요. 현재 진행되는 수사에 따라 어쩌면 대한민국 재계에 또 다른 '흑역사'가 기록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차후 결과를 지켜봐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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