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형회사의 산하 레이블, 정말 '인디'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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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대형회사의 산하 레이블, 정말 '인디'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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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김종효 기자] 2015년, YG엔터테인먼트에서 하이그라운드를 설립한다고 했을 때 많은 음악팬들의 기대가 있었다. 뒤이어 2016년 SM엔터테인먼트에서 EDM 레이블인 스크림 레코즈를 설립한다고 했을 땐 다양한 음악의 형태가 대중화될 것이라는 기대를 증폭시켰다.

당시만해도 대형 음악회사들이 가요계의 수익과 유통 대부분을 과점하는 형태였고 이는 강제에 의한 것이 아닌, 어쩔 수 없는 흐름으로 인식됐다. 하지만 그 부작용으로 장르의 다양화나 음악에 대한 깊이는 고려되지 않아, 음악 애호가들의 귀를 만족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대형 음악회사들이 이런 문제점 해결을 위해 나선 것은 좋은 바람을 몰고 왔다. YG엔터테인먼트와 SM엔터테인먼트가 어려운 발걸음을 뗀 뒤 CJ E&M 역시 기존의 CJ뮤직 외 젤리피쉬와 뮤직웍스는 물론 MMO, 하이라이트레코즈 등 산하 레이블을 설립, 장르별 차이를 뒀다. 브랜뉴뮤직은 독립레이블인 코리안룰렛에 새벽공방을 합류시켰고 YG엔터테인먼트는 하이그라운드 외에 더블랙레이블을 설립, '음원 깡패' 자이언티를 내세웠다.

이런 가운데 음악 팬들을 갸우뚱하게 하는 레이블이 있다. 바로 로엔엔터테인먼트의 문화인이다. 로엔엔터테인먼트는 페이브엔터테인먼트, 크래커엔터테인먼트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기존 페이브엔터테인먼트나 크래커엔터테인먼트는 '산하 레이블'이라고 칭했으면서 지난해 6월 문화인을 설립하면서 굳이 '인디 레이블'이라고 소개한 것이 논란이 됐다.

문화인의 위치는 논란이 될 수 밖에 없다. 어떻게 봐도 인디 레이블이 아닌데 인디 레이블이라고 칭한다는 주장과 인디 뮤지션의 지원과 인디 음악 활성화를 위해 설립해 인디 레이블이라고 부를 수 있다는 주장이 맞선다. 하지만 많은 음악 평론가를 포함한 관계자들은 전자의 의견에 손을 들어주는 분위기다.

문화인의 공동 대표직인 윈드밀 엔터테인먼트 김영민 대표와 뮤직커벨 최원민 대표는 국내 인디 뮤직에 많은 기여를 해왔고, 문화인 소속 아티스트는 최초 전속계약을 체결한 우효, 신현희와김루트 등 인디 뮤지션으로 분류되던 이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문화인을 인디 레이블로 규정할 수 있을까.

전세계적으로 인디 음악은 독립된 자체적 자본으로 설립된 인디 레이블에서 제작되는 음악을 이른다. 의미를 확장하자면 음악의 유통이나 홍보까지 독자적으로 행해 거대 자본의 유입과 상업적 유통 시스템에 저항하고 음악의 자유를 지향하는 것을 인디 음악이라 규정한다.

물론 인디의 개념은 명확한 구분선이 없다. 우리나라에서 인디 음악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진 시기도 1990년대 후반 음반 사전 심의제 폐지와 공연법 개정이 이뤄진 후였고, 지금까지도 인디 음악에 대한 정의가 제각각이다.

하지만 통상적 개념으로 볼 때 문화인은 인디 레이블로 칭하기에 무리가 있다. 바로 거대 자본이 즉각적으로 개입했기 때문이다. 문화인의 지분 67.5%는 로엔엔터테인먼트가 보유했으며, 로엔엔터테인먼트는 문화인 설립 당시 자사의 사업 역량과 인프라, 자원을 적극 투자한다는 사업방향을 밝혔다. 자본을 포함한 본사 자원의 개입이 이뤄지면 로엔엔터테인먼트가 밝힌 "'문화인'의 정체성 유지를 위해 독립적인 경영권을 보장한다"는 논리는 모순이 돼버린다.

신현희와김루트는 앞서 이같은 논란에 대해 "거리 버스킹과 공연 위주의 활동 중 인디 전문 레이블인 문화인이라는 기획사를 만나 소속이 됐고, 그 회사가 로엔엔터테인먼트에 편입된 것"이라며 자신들의 정체성은 인디라고 반박했다. 신현희와김루트의 음악 정체성에 대해 딴죽을 걸 생각은 없다. 하지만 '실험적인 음악을 하는 것', 혹은 '버스킹과 공연을 주로 하는 것'과 '인디 음악'은 동일시될 수 없다. 이는 '인디'라는 개념을 흔들고 또다른 논란만 야기할 뿐이다.

즉, 신현희와김루트가 여전히 공연 위주의 활동을 하고 실험적인 음악을 한다고 하더라도 제작과 유통, 홍보에 로엔엔터테인먼트의 자금이 개입되기에 이들을 더 이상 인디 뮤지션의 범주에 포함시키기엔 모호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음악의 문제가 아니다. 문화인은 인디 레이블이 아닌 로엔엔터테인먼트의 하위, 혹은 산하 레이블이다.

특정 음악회사의 하위 레이블 체계는 환영할 일이다. 음악 장르의 다양성은 물론 콘텐츠의 유통 면에서 더 다양한 방법으로 마케팅이 가능하고 이는 음악 팬들이 접할 수 있는 음악의 범위를 더 넓힐 수 있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인디신, 혹은 특정 음악 장르의 아티스트들을 알리는 기회도 된다. 하위 레이블들의 전문성을 강화하면서 아티스트들의 자율을 보장하는 것만큼 그들의 창작력을 독려하는 방법도 없다.

이같은 좋은 취지를 다른 수식 없이 그대로 홍보하면 된다. 굳이 '인디 레이블'이라는 타이틀에 얽매여 음악이라는 본질에서 벗어난 불필요한 논란을 만들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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