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띠 졸라맨 가계…사상 최대 '불황형 흑자'
[컨슈머타임스 김수정 기자] 경기 불황 속에서 지난해 가구당 월평균 흑자가 100만원을 넘어서면서 연간 단위로 최대치를 기록했다. 사상 최대 '불황형 흑자'인 셈이다.
26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가구당 월평균 소득(명목, 전국 2인가구 이상)은 439만9000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가구당 월평균 가계지출은 336만1000원이었다. 이에 따라 가구당 월평균 흑자액은 103만8000원이었다.
연간 단위로 가구당 월평균 흑자액이 100만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가구당 월평균 흑자액은 2003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 규모다.
지난해 소득은 전년 대비 0.6% 늘어나는데 그친 반면 가계흑자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건 가계가 지출을 줄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가계지출은 전년비 0.4% 감소했다. 가계지출 감소는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불황이지만 허리띠를 졸라 매 흑자를 가장 많이 낸 것이다.
소비위축 경향은 대부분 소비품목에서 나타나고 있다.
작년 가구당 식료품∙비주류음료 소비지출은 월평균 34만9000원으로 1년 전보다 1.3% 감소했다. 감소폭은 2003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 수준이다.
작년을 제외하고 먹는 데 들어가는 지출이 감소한 해는 2009년(-0.2%)과 2013년(-0.3%) 두 번뿐이다.
가구당 의류∙신발 지출은 15만8000원으로 1년 전보다 2.4% 줄었다. 이 부문 지출은 2014년부터 3년 연속 감소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경조사비 비중이 큰 가구간이전지출은 20만3000원으로 4.3% 감소했다. 이는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경조사비 감소에는 경기 이외에 경조사비 상한선을 지정한 부정청탁금지법 시행 영향도 큰 것으로 보인다.
휴대전화 기기 구입 감소로 지난해 통신장비 지출은 15.2% 감소했다. 자동차 구입 지출은 4.5% 줄었다. 단체 여행비, 서적, 캠핑 및 운동용품 등이 포함되는 오락∙문화 지출도 0.2% 줄며 2004년 이후 처음 감소세를 보였다. 학원 등 교육 지출도 0.4% 줄며 2년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반면 술∙담배 지출은 5.3% 증가하며 2년 연속 늘었다. 가격 인상 요인도 있지만 힘든 마음을 달래기 위한 수요 영향도 있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