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피고인' 속 이재용 부회장의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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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피고인' 속 이재용 부회장의 '흔적'
  • 김재훈 선임기자 press@cstimes.com
  • 기사출고 2017년 02월 27일 08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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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악한 실제 환경 적응 어려워…시간과의 고독한 싸움

2년 2개월간 구치소생활을 했었다. 범법행위를 해서가 아니었다. '경비교도대'에서의 군생활이었다.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에서 신병교육을 받고 있던 기자가 법무부에 위탁(?) 됐던 것. 국방부가 '대여'해 준 것으로 이해하면 정확하다.

차출이라는 그럴듯한 수식어가 붙었지만 군생활 이상의 의미는 없다. 내가 있는 곳, 내가 하는 일이 언제나 가장 고될 뿐이다.

수도권역에 있는 A구치소에 배치됐다. 형이 확정되지 않은, 즉 '죗값'이 매겨지지 않은 미결수들과 생활했다. '닭장차'로 불리던 호송용 대형 버스를 이용해 법원을 오가는 그들을 계호(戒護)하는 것이 주 업무였다. 밤을 감시하는 것도 일상이었다.

구치소, 교도소와 같은 교정시설은 그 특성상 외부와 철저히 단절된 채 운영된다. 과거와 현재의 풍경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그때의 기억이 아직까지 쓸만한 이유이기도 하다. [편집자주]

드라마 '피고인'의 한 장면. (방송 화면 켭쳐)

전편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구치소 24시' 이어 계속.

[컨슈머타임스 김재훈 선임기자] 배우 지성 주연의 지상파 드라마 '피고인'의 최근 배경은 주로 구치소 안쪽이다. 아내와 딸을 죽인 살인범 누명을 쓴 뒤 사형선고를 받은 주인공이 미결수 신분이기 때문이다.

극중 긴장감을 배가시키기 위한 과장 또는 사실과 다른 장면을 제거하면 이재용 부회장의 현재 모습을 대략 그려볼 수 있다.

미결수들이 거주하는 사방(舍房)은 1인이 이용하는 독거실(독방)과 혼거실(단체방)로 나뉜다. 아침 8시 각 방들에 대한 인원파악 점호로 하루가 시작된다. 세면 등은 자체적으로 진행된다. 이후 아침 식사와 '다용도' 뜨거운 물이 전달된다.

'소지'라고 불리는 미결수들이 사동을 대표해 일종의 도우미 역할을 한다.

제공되는 식사는 국 포함 1식4찬이 보통이다. 차출된 미·기결수들이 정해진 레시피 대로 구치소 내 대형 취사장에서 조리한다. 지루한 일상을 조금이라도 벗어날 수 있어 나름 선발 경쟁률이 치열하다. 모범 수형자들이 우선순위다.

개인 입맛에 따라 다르겠지만 맛은 나쁘지 않다. 소위 '콩밥 먹는다'고 하는데 실상은 증기로 찐 잡곡밥이다. 돼지고기와 닭고기 등 육류도 요일별 식단계획에 따라 주 메뉴로 오른다.

이 부회장의 경우 구속 초반이라 바뀐 환경 탓에 입맛이 없을 수 밖에 없다. 적응까지는 시간이 약이다. 더디지만 이내 익숙해진다. 맛있게 먹게 되는 순간도 있다. 변호사나 면회인으로부터 긍정적인 상황을 전달받았을 때다.

숟가락과 젓가락은 잘 휘어지는 밝은색 플라스틱소재다. 익숙해지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밥 한 술 크게 뜨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다. 자해나 자살, 타인에 대한 가해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이 지점에서 이 부회장이 가장 애를 먹고 있지 않을까 추측해 본다. 밥 한끼마저 편히 먹을 수 없는 현실은 심리를 크게 위축시키는 요인이다.

드라마 피고인에서 그려지는 사방 내부와 현실 차이를 짚어보면 흥미롭다.

별도의 문이 달려있는 화장실, 휴지 걸이, 선반 위에 놓인 TV등은 다소 과장됐다. 실제 화장실은 안쪽에서 잠글 수 없는 '열린형태'다. 휴지걸이 따위는 없다. TV는 사방 내부 별도 공간에 직접 손이 닿지 않도록 철창 안에 배치돼 있다.

유리거울도 없다. 얼굴을 비춰볼 수 있는 정도의 플라스틱 소재 '준거울'이 전부다. 크기 여부와 무관하게 인체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물건들은 몽땅 없다고 보면 틀림없다.

서울구치소의 경우 중앙집중식 전기 열선이 바닥에 깔려 있다고 한다. 그렇더라도 따뜻할 리 만무하다. 그저 냉기를 피하는 미지근한 수준이다. 다른 구치소들 경우 스팀을 활용한 간접 공기난방형태를 취하는 곳들이 상당하다. 춥긴 마찬가지다.

그렇게 12시 전후 점심시간과 6시30분 전후 저녁식사를 마치는 것으로 일과가 마무리 된다. 그 사이 변호사 접견과 면회 등이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남는 시간은 독서와 개인정비(?)로 대부분 허비된다.

이 부회장은 조사를 받기 위해 최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사무실로 호송됐다. 수의가 아닌 사복차림에 수갑만 차고 있는 모습. 여기에 숨은 사실이 있다.

뇌물공여 등 혐의로 구속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2일 호송차를 타고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별검사 사무실에 도착해 조사실로 향하고 있다. (자료사진)

입소직후 사복을 포함한 반입된 개인물품은 전부 구치소 측이 보관한다. 개개인의 이름이 적힌 바구니에 일괄 보관된다. 옷걸이 등에 걸어 놓지 않는다는, 즉 구겨짐에 노출된다는 의미다. 고급원단의 비싼 의류일수록 취약하다.

이 부회장에게서 그런 모습이 서서히 포착될 가능성이 감지된다.

구치소를 떠나 호송차에 탑승하기 직전 수갑 위에 덧댄 형태로 포승줄에 감긴다. 양팔 관절을 거쳐 등 뒤쪽으로 묶인다. 포승줄 자체가 거칠고 질겨 의류가 훼손되기도 한다. 

밤 9시를 전후로 취침에 들어간다.

구치소의 밤은 어둡지 않다. 각 사방별로 미등이 켜진다. 빛에 민감한 사람들은 담요를 뒤집어 쓰지 않으면 잠을 이루기 힘들 정도로 미등이라 하기엔 밝다. 설치된 폐쇄회로(CC) TV 카메라를 통한 감시가 이유다.

자살과 같은 극단적 선택이나 동료 미결수들 간의 부정한(?) 행동을 방지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추위와 배고픔을 동반한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이 부회장은 더디게 흘러가는 시간과 지금 이 순간에도 홀로 처절한 싸움을 벌이고 있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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