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딜로 지주사 전환 가속도까지
[컨슈머타임스 우선미 기자] 신동주 일본 롯데홀딩스 전 부회장이 롯데쇼핑 지분 매각(블록딜)을 결정했다.
이번 블록딜은 장남 신 부회장이 차남 신동빈 롯데 회장과의 경영권 싸움에서 결정적인 한 방이 될 전망이다. 또 롯데 지주사 전환의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6일 신동주 부회장은 모건스탠리를 통해 보유주식 173만883주(5.5%)를 주당 22만2000~23만2000원에 블록딜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할인율은 8.7~12.6%다.
매각 전 롯데쇼핑 지분 보유 현황을 보면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의 지분이 각각 13.46%, 13.45%로 비등하고 아버지인 신격호 롯데 전 명예회장이 0.93%, 여동생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0.74%를 보유하고 있다.
이외 호텔롯데(8.83%), 한국후지필름(7.86%), 롯데제과(7.86%), 자사주(6.16%), 롯데정보통신(4.81%), 롯데칠성(3.93%), 롯데건설(0.95%) 순으로 보유량이 많다.
◆ 신동주 롯데쇼핑 블록딜…롯데 지주사 전환 촉매제 된다
신 전 부회장은 롯데쇼핑 지분 매각 완료 시 3842억~4015억원을 손에 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와 동시에 그의 매각 지분율은 13.45%에서 7.95%로 하락하게 된다.
신 전 부회장이 지난달 본인 소유의 롯데쇼핑 지분의 8%에 달하는 250만5000주를 담보로 수천억원의 대출을 받은 것을 고려하면 롯데쇼핑에 대한 지배력은 0%에 가깝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블록딜을 통해 롯데가 두 가지 변화를 맞게 될 것이라고 분석한다. 가장 먼저 롯데의 지주사 전환에 가속도가 붙게 될 전망이다.
신 전 부회장의 롯데쇼핑 지분 매각이 확실시 되면 두 총수 후보 간의 롯데쇼핑에 대한 지분 관계가 명확하게 정리된다. 따라서 신동빈 회장 입장에서는 롯데쇼핑 중심의 지배 구조 개편 작업을 정상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
사업회사와 투자회사로 분할하는 인적분할이 진행되고, 자회사(코리아세븐 51.14%, 롯데리아 38.68%) 상장 작업 추진이 예상된다.
또 신동주 전 부회장이 블록딜을 통해 확보한 4000억원의 자금을 중간지주사격인 롯데제과의 지분을 매입하는데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동생과의 경영권 분쟁을 위해 '강력한 한 방'을 준비하는 것이다.
롯데의 상장사 중 가장 중요한 회사는 롯데쇼핑과 롯데제과다. 롯데쇼핑은 그룹의 대표회사이자 유통계열사 전반을 지배하고 있는 핵심 계열사다. 롯데제과는 자체적으로 기업가치가 높은 데다 다수의 계열사 지배의 케스팅 보트가 되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롯데제과는 롯데쇼핑(7.96%)뿐 아니라 롯데칠성(19.29%), 롯데푸드(9.3%) 등 계열사 지분을 대거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중간 지주사 격인 롯데제과에 대한 지배권 확보 경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신동빈 회장은 최근 롯데쇼핑 지분 3.02% 담보로 대출 받아서 롯데제과 지분 4만180주를 장내 매수했고, 지분율은 8.78%에서 9.07%로 상승했다.
21일 기준, 롯데제과의 지분 보유 현황을 보면 롯데알미늄(15.29%), 신동빈(9.07%), 신격호(6.83%), 신동주(3.96%), 신영자(2.52%), 롯데장학재단(8.69%), 호텔롯데(3.21%), 대홍기획(3.27%), LOTTE(9.89%) 순이다.
신 전 부회장이 같은 날 종가 기준(20만7000원), 4000억원 어치 롯데제과 지분을 매입한다면 193만2367주(7.35%)를 살 수 있다. 결과적으로 신 전 부회장의 롯데제과 지분은 총 11.31%로 늘어나 롯데알미늄(15.29%)에 이어 두 번째 최대주주가 되고 신동빈 회장(9.07%)를 넘어서게 된다.
◆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 "더 치열한 경영권 분쟁 예고"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신동주 전 부회장의 롯데쇼핑 블록딜은 더 강력한 공격을 위한 포석"이라며 "만약 그가 이번 블록딜을 통해 확보한 현금으로 롯데제과 지배력 확대 시에는 지분 경쟁 이슈가 붙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경영권 분쟁의 종료 혹은 더 강력한 분쟁을 위한 현금 확보 차원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경영권 분쟁이 종료될 경우 신동빈 회장의 지배구조 개선에 탄력이 붙을 수 있다"며 "지배구조 안정화에 따른 경영 정상화로 현재 2%에 불과한 자기자본이익률(ROE)도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롯데지주사 격인 롯데쇼핑의 지배구도가 신동빈 회장 쪽으로 쏠려있다는 점을 감안해 경영권 분쟁이 막을 내렸다고 보는 의견도 있다.
김동양 NH투자증권은 "신 부회장의 롯데쇼핑 지분 5.5% 블록딜은 경영권 분쟁 마무리로 해석될 것"이라며 "단기적 주가변동성 확대보다는 지주회사체제 전환 걸림돌 해소한 중장기적인 롯데쇼핑, 롯데제과 가치 재평가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