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구치소 24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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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구치소 24시'
  • 김재훈 선임기자 press@cstimes.com
  • 기사출고 2017년 02월 22일 08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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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감 1주째 적응 여부?…'외부 사회 차단' 심적 고충

2년여 구치소에 있었다. 범법 결과가 아니다. '경비교도대'에서 군생활을 했다. 논산 훈련소에서 신병교육을 받던 기자가 법무부에 위탁(?) 됐다. 국방부가 '대여'해 준 것으로 이해하면 더 정확하다.

차출이라는 전문용어가 붙지만 군대생활 그 자체다. 내가 있는 곳, 내가 하는 일이 언제나 가장 고될 뿐이다.

수도권의 A구치소에 배치됐다. 형이 확정되지 않은, 즉 '죗값'이 매겨지지 않은 미결수들과 생활했다. '닭장차'로 불리던 호송 버스를 이용해 법원을 오가던 그들을 계호(戒護)하는 게 주요 업무였다. 밤을 감시하는 것도 일상이었다.

구치소, 교도소와 같은 교정시설은 그 특성상 외부와 철저히 단절된 채 운영된다. 과거와 현재의 풍경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그때의 기억이 아직까지 쓸만한 이유이기도 하다. [편집자주]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구속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일 새벽 서울 강남구 특검사무실에서 조사를 마친 뒤 구치소로 돌아가는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자료사진)

[컨슈머타임스 김재훈 선임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서울남부구치소 수감 엿새째를 맞고 있다. 지난 18일과 19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소환된 이 부회장은 초췌한 모습이었다. 낯선 환경에서의 생활이 상상 이상으로 고단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17일 이른 아침(영장발부 새벽 5시36분) 구치소로 들어간 건 이 부회장 입장에서 다행스러운 건지도 모른다.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다 법정구속 되는 경우 소위 '잡범'들과 섞여 모진(?) 고초를 당할 수도 있다.

통상 입소 직후 '앉아번호'로 진행되는 구치소 측의 명부 대조 작업을 피한 게 대표적이다. 좀처럼 말을 듣지 않는 '신입'들 때문에 수차례 반복된다. 매서운 찬바람과 함께라면 육두문자가 절로 나온다.

이후 간단하지만 결코 간단치만은 않은 개별 신체검사가 진행된다. '사회와 단절될 곳' 임을 절감하게 되는 과정이다. 담당 교도관은 몸 곳곳을 이 잡듯 살핀다. 전신탈의는 피할 수 없다. 문신이나 흉터, 멍 등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인체 곳곳의 '은밀한 곳'을 통해 담배나 마약 등 반입불가 품목을 숨겨오는 경우도 상당하다. 비교적 꼼꼼하게 해당 절차를 진행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발견되는 특이사항은 사람 윤곽선이 그려진 종이 위에 하나하나 정확하게 표시된다. 피검사자의 인식 저변에 깔려있던 수치심이 분출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수감 기간 머물게 될 사방(舍房)내부, 또는 교도관을 통한 가혹행위나 자해가 벌어질 수도 있는 데 따른 증거 보존 차원이다.

이 부회장의 사회적 지위와 수감형태(독방)을 감안하면 '건너 뛰었을 수도 있다'고 독자들이 상상할 수도  있다. 80~90년대에는 어땠을지 모르나 2017년 모바일-IT 환경에서는 불가능하리라 단언한다. 사회적 관심도는 물론이거니와 보는 눈이 구치소 내부에 너무 많다.

이는 불성실한 수형생활 여부와 맞닿아 있다. 재판에 불리하게 적용된다. 작은 것을 얻으려다 자칫 큰 것을 놓칠 수 있다는 얘기다. 철저히 반성하는 모습으로 일관해야 법원의 재량권을 다소 움직일 수 있다.

최초 지급받는 수의(囚衣)는 황토색이다. 사이즈별로 바닥에 대충 널부러져 있는 수의 중 하나를 고르면 된다. 사시사철 내부에서 대충 세탁돼 대충 말려지는 경우가 많다. 악취를 피하기 위해서는 잘 선택해야 한다. 신발도 공용 고무신으로 바꿔 신어야 한다.

평일 오전 9시 일과시간이 시작되면 가족이나 지인 등이 외부에서 넣어주는 옅은 하늘색 새 수의로 갈아입을 수 있다. 고무신도 마찬가지다. 통상 면회자를 통해 이뤄진다. 이 부회장의 경우 미리 준비된 수의를 입었을 가능성도 있다. 법의 테두리를 크게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 서대문형무소. (자료사진)

수용자 신분으로 생활하게 될 독방으로 향하는 길은 '꼬불꼬불'의 연속이다. 대부분의 교정시설들이 탈옥을 방지하기 위해 이 같은 구조를 강제하고 있다. 엘리베이터로 이동하는 빌딩형 신식 구치소들도 마찬가지다. 직선으로 출입문과 닿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독방과 관련한 오해들이 몇가지 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묘사되는 독방은 주로 '징벌'과 궤를 함께 한다. 구치소가 아닌 교도소 시설인 경우는 일부 그렇다. 구치소의 현실은 전혀 다르다.

출입문이 없는 '열린 형태'의 간이 화장실과 좌식 목재책상, 담요 몇 장이 맞이한다. 사용자(?)들에 의해 정기적으로 청소관리가 이뤄지는 탓에 깔끔하다. 대략 60~70일 정도 소요되는 법원의 최종 결심(結審)까지 혼자 지낼 수 있어 편하다.

이 부회장은 6.56㎡(약 1.9평) 넓이 독방에 머물고 있다고 한다. 보는 각도에 따라 비좁을 수도, 쓸만할 수도 있다.

현재 한 지상파를 통해 방영중인 배우 지성 주연의 드라마 '피고인'에서 구치소 내부가 비교적 상세히 그려지고 있다. 실제와 흡사하지만 전혀 다른 결정적 장면도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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