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vs 아이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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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 vs 아이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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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의 황태자 아키오는 아버지 쇼이치로 명예회장이 경영에서 손을 놓은 지 14년 만에 대표로 등극했다. 2년 전의 일이다. 36만 도요타 가족의 미래를 책임지고 구원등판 했지만 연속 2년 적자에


 

도요타의 황태자 아키오는 아버지 쇼이치로 명예회장이 경영에서 손을 놓은 지 14년 만에 대표로 등극했다. 2년 전의 일이다. 36만 도요타 가족의 미래를 책임지고 구원등판 했지만 연속 2년 적자에 이렇다할 개혁경영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오쿠다 히로시나 조 후지오 같은 발군의 CEO를 따라가지 못하고 헤매는 모습이 안타깝다. 그는 취임하자마자 세계 시장에서 마케팅 승리를 위해 불철주야 진군을 거듭했다. 부품은 저렴하게 조달하고 원가를 줄이면서 이미 소비자들에게 잘 각인된 도요타를 팔기위해 혁신과 효율만을 주문하고 계속 밀어부쳤다. 일본 아이치 현의 본사 공장사람들 못지않게 그 역시 일중독에 빠졌다. 지구촌을 돌면서 공장을 방문하고 격려하면서 일에 매달렸다. 만들기만 하면 팔리는 신통방통한 차가 참으로 대견할 뿐이었다. 세계 150여 개 국가에서 자동차로 시장을 석권한 도요타는 더 이상 경쟁자가 없었다. 미국차는 다 망하고 유럽차는 중형차 시장에서 게임이 되지 않았다. 한국과 인도차는 아직 도요타를 견줄 상대가 아니다. 생각할 필요도 없이 만들고 또 만들고 팔고 또 팔았다.

하지만 지나치게 비대화된 생산조직은 곳곳에서 문제가 생겼고 내부 커뮤니케이션마저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중대한 가속패달 문제가 불거졌는데도 이를 비중 있는 문제로 인식하지 않고 소비자들의 불만을 대충 넘기려 하다가 덜미가 잡혔다. 잘못된 관행은 확대 재생산되고 조직과 조직원들은 교만해진다. 기업의 이러한 관성은 역사가 있고 규모가 클수록 문제가 복잡해진다. 관성은 스스로 멈추거나 방향을 바꾸지 않는다. 장수한 기업일수록 한번 이러한 악순환에 빠지면 헤어나기가 힘들다. 그래서 간단한 문제마저 관료화된 조직 상층부로 잘 전달되지 못한다. 천하를 평정했던 도요타가 천만대 리콜이라는 치욕을 떠안은 것은 누구도 상상할수 없었던 시나리오다. 죽기 살기로 일했을 뿐인데 도요타맨들은 허탈한 표정들이다. 세상 사람들이 앞 다퉈 배우려했던 "도요타 방식(Toyota Way)"을 이제는 믿으려 하지 않고 있다.

도요타가 몰매를 맞고 있는 동안 풍운아 스티브 잡스는 새로운 물건을 하나 들고 나타났다. 검은색 티셔츠, 청바지 차림으로 소파에 앉은 잡스는 그의 절제된 손끝으로 휴대용 소형 노트북 비슷한 아이패드를 시연했다. 지금까지 상상할 수 없었던 기능집합기 아이패드를 공개하는 순간 출시를 기다리는 전 세계 소비자들이 열광하기 시작했다. 정보기기 업계 뿐만 아니라 출판 신문분야까지 혁신의 바람이 일 것으로 보인다. 터치하나로 옥스포드 도서관의 장서를 다 읽어볼 수 있다니 참으로 놀랍다.

1998년 아이맥으로 2005년 아이팟으로 다시 2010년 아이패드로 세상을 흔드는 잡스의 창의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제품뿐인가. 미혼모의 아들로 태어나 어린시절 배가 고파 사원 근처를 서성이면 허기를 채웠던 고통을 딛고 일어선 성공, 하지만 짧은 행복뒤에 찾아온 암투병, 죽음을 체험하는 깊은 사색속에서 간이식으로 소생하는 그의 인생자체가 한편의 드라마다. 스탠포드대 졸업식 연설에서 잡스는 창의와 직관을 강조했다. "여러분들의 시간은 한정돼 있습니다. 과거의 통념, 다른 사람들이 생각한 결과에 맞춰 사는 함정에 빠지지 마십시오. 당신의 마음과 직관을 따라 가세요" 이러한 고뇌에서 추출되는 그의 장인정신은 기술과 인문학의 교차점을 정확히 짚어내면서 사람들을 경이롭게 만든다.

도요타와 아이패드의 차이가 무엇일까. 답은 간단하다. 일중독과 생각중독의 차이, 성과주의와 인본주의의 차이라고나 할까. 사용자가 제품에 맞추지 않고 제품을 사용자에게 맞게 그러면서도 기술과 인문학의 조화를 추구한 간단한 차이가 엄청난 격차로 현실화되고 있다. 실용적 장인정신으로 무장한 일본의 기술자들은 모방하고 만들고 대량생산까지는 갔지만 잡스처럼 먼저 사람을 연구하고 이들이 원하는 미래의 제품을 창작해내는 인본주의적 접근에는 실패한 듯 보인다. 밤낮없이 일로 내는 승부와 사색과 생각속에서 내는 승부, 이 두 가지 승부의 이야기가 지금 세계 사람들의 이야기 거리다.

어차피 소비자들은 제품 없이 살 수 없는 세상 속에 와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일하고 어떻게 창작품을 낼 것인가가 기업들의 미래 관심사다. 우리기업들은 도요타 처럼 일하면서 아이패드 같은 창작물을 동시에 내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기술과 인문학적인 교차점을 찾아나가야 가능한 일이다. 기술평준화 시대에서 좋은 제품은 최신기술만이 아니다. 사람들이 필요한 기본기능은 살리되 여기에 감성과 철학, 예술을 녹여 사람들이 행복한 꿈을 꿀 수 있게 해주는 제품이 인정받는 시대다. 결국 소비자와의 소통이 문제다. 시장을 읽고 소비자를 잘 연구해야 시장에서 강자가 될 수 있다. 소비자가 원하는 기술을 찾아야 완승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열심히만 일하면 성공했던 시절은 갔다. 생각하고 몰입하고 미쳐야 사는 시대다. 도요타식인가, 애플식인가를 선택해야 한다.


김경한 컨슈머타임스 발행인 justin-74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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