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 씨에게 거액의 뇌물을 건넨 혐의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두 번째로 청구된 구속영장이 17일 발부됐다. 사진은 이 부회장이 16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로 들어가는 모습.

[컨슈머타임스 김재훈 선임기자] 사상 초유의 총수 부재 상황에 직면한 삼성그룹이 각 계열사 사장단을 중심으로 한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한다. 

이 부회장의 최측근인 미래전략실 최지성 실장(부회장)과 장충기 차장(사장)이 뇌물공여혐의를 받고 있어 운신폭이 좁은 만큼 투자와 신사업 진출 등 굵직한 사업은 사실상 멈췄다.

법원은 17일 새벽 박영수 특검팀이 재청구한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 부회장은 1938년 창업 이후 삼성의 총수 중 구속되는 첫 총수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설마’ 했던 삼성은 그야말로 패닉에 빠졌다.

삼성 관계자는 “국정농단 진실을 밝히는 최순실 특검이 아니라 삼성 특검이 된 거나 마찬가지”라면서도 “앞으로 재판에서 진실이 밝혀지도록 최선을 다할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앞서 언급한 최지성 실장 등 이 부회장을 대신할 측근들의 리더십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공산이 크다. 당분간은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과 윤부근·신종균 사장등 전자 계열사 대표 등이 주요 결정을 내릴 것으로 추측된다.

삼성은 2008년 조준웅 특별검사팀의 삼성 비자금 의혹 수사 직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을 때 이 같은 시스템을 가동한 전례가 있다.

당시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과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 등이 중심이 돼 그룹 주요 사안들을 결정했다. 이 회장이 공식 복귀한 2010년 3월까지 약 1년8개월 동안 큰 무리 없이 유지됐다.

2017년 현재는 상황이 달라졌다. 이 부회장은 실권을 쥔 뒤 그룹 전체 골격과 체질을 바꾸는 작업을 지휘해 왔다. 조단위를 가볍게 넘나드는 신사업 진출도 병행했다. ‘현상유지’에 불과할 뿐 과감한 투자나 신사업 진출 등은 어렵다는 의견이 나오는 건 이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수조원 단위의 투자를 결정하고 책임지는 그런 위험성을 누가 안고 가려 하겠느냐”며 “결국엔 이 부회장이 직접 판단할 수 밖에 없다는 측면에서 삼성이 추진중인 주요 사업들은 멈춘 것으로 보면 된다”고 밝혔다.

실제 이 부회장이 주도한 차량 전장사업은 내일을 기약할 수 없게 됐다.

지난해 80억달러(9조4000억원)를 들여 인수를 결정한 미국 차량용 부품 기업 하만인더스트리는 올해 말쯤 관련 작업이 완료될 예정이다. 합병에 반대하는 하만 주주 설득과 미국 당국 승인 등 이 부회장의 직접 손길이 곳곳에서 필요한 상태. ‘인수시계’가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다.

대규모 신설투자와 인수합병(M&A)이 병행되는 반도체 사업도 당장 세 확장은 어렵게 됐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 뿐만 아니라 SK와 롯데, CJ 등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거론된 다른 그룹사들도 마음이 불편해지게 됐다”며 “산업계 전체가 예상보다 강력한 한파를 맞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