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각규 롯데그룹 사장(정책본부 운영실장). (자료사진)

[컨슈머타임스 김재훈 선임기자] 롯데그룹(회장 신동빈)이 대규모 체질개선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신동빈 회장의 ‘혁신조직 구축’ 선봉에 설 경영혁신실장에 황각규 사장을 사실상 확정하면서 새 출발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인공지능(AI)과 가상현실(VR) 등 ‘4차 산업’에 그룹의 명운은 건 신 회장이 의중을 잘 소화할 인물로 평가되고 있는 만큼 전면적인 조직 재정비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 그룹 내 2인자로…

16일 재계에 따르면 롯데는 대대적인 조직개편과 임원인사를 이르면 다음주 초 단행한다. 90여 개에 이르는 계열사를 유통, 화학, 식품, 호텔·서비스 등 4개의 BU(Business Unit)체제로 개편키로 가닥을 잡은 상태.

가장 주목 받고 있는 그룹 컨트롤타워인 경영혁신실장(사장)에는 황각규 사장(정책본부 운영실장)이 유력하다.

고(故) 이인원 롯데 부회장의 공백을 메울 ‘2인자’ 격으로 해석되고 있는 만큼 그룹 내 존재감은 신 회장의 뒤를 이어 상당할 것으로 분석된다.

황 사장은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뒤 1979년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에서 사회 첫발을 내딛었다. ‘정통 롯데맨’과 다소 거리가 있는 이 같은 배경은 그간 그룹 내부에서 약점으로 꼽혀왔다.

여기에 소진세 정책본부 대외협력단장이나 노병용 롯데물산 대표 등이 유통경력을 앞세워 사세를 키워왔던 터라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적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들은 황 사장 입장에서 동지이자 내부 경쟁자이기도 하다.

그랬던 분위기는 4차 산업이 골자인 새 먹거리 창출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신 회장이 밝히면서부터 반전되기 시작했다.

신 회장은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임원들과 만나 AI와 VR, 사물인터넷(IoT) 등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과 소비계층 변화를 주목하라고 주문했다. “앞으로 3년 동안 이런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는지가 30년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당부했을 정도다.

유통사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를 포함한 강력한 새 영역 진출 의지인 셈이다.

그룹 안팎의 크고 작은 인수합병을 성사시킬 정도의 수완을 보인 황 사장의 능력이 자연스럽게 부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황 사장은 2004년 우리홈쇼핑(롯데홈쇼핑), 2008년 케이아이뱅크(롯데정보통신), 2009년 두산주류(롯데주류), 2012년 하이마트(롯데하이마트) 등 M&A를 성사시킨 전력이 있다.

여기에 그는 빼어난 일본어 실력까지 갖추고 있어 신 회장과의 공감대 형성이 어렵지 않다는 것도 장점으로 분류된다.

◆ 신동빈 ‘큰 그림’ 황각규 ‘정교한 붓터치’

황 사장은 신 회장의 의중을 파악한 직후 계열사 CEO들을 차례대로 만나 이미 4차 산업혁명 준비를 해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까지 화학, 호텔·서비스 부문 CEO들과도 같은 취지의 만남을 잇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IBM과 업무 협약을 체결, IBM의 클라우드 기반 인지 컴퓨팅 기술인 ‘왓슨’ 솔루션 도입도 진두지휘 하기도 했다.

전체적으로 보면 신 회장의 ‘큰 그림’에 황 사장의 ‘정교한 붓터치’가 더해지고 있다는 얘기다.

마무리 되지 않은 가족간 경영권 분쟁과 오너일가 비리문제 등 당면과제는 황 사장 입장에서 고민거리다.

롯데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언급하기 곤란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다만 (황 사장이 경영혁신실장에 이름을 올리게 되는 경우) 변화의 깊이와 넓이를 알 수 없는 만큼 일부 임원들 사이에 우려와 기대가 공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