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재건' 결국 손뗀 LG…전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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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재건' 결국 손뗀 LG…전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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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성장동력 '큰 그림'…계열사별 산업 고도화 박차
   
 

[컨슈머타임스 서순현 기자] LG가 SK에 LG실트론을 매각하며 반도체 제작 사업에서 사실상 손을 뗐다.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계열사 간 시너지가 어려운 비주류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 비주류 분야 과감히 정리…주력∙신성장 사업에 투자

1일 IT∙전자업계에 따르면 LG는 이전부터 LG실트론 매각을 위해 다양한 투자자를 대상으로 물밑 작업을 벌였다.

반도체 제작 사업은 미련 없이 포기하고 다른 분야에 투자를 집중하겠다는 큰 그림을 이미 구상했던 것으로 보인다. LG의 기존 주력사업, 신 성장동력과의 시너지가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LG는 1989년 금성일렉트론을 설립하고 중간에 사명을 LG반도체로 바꾸며 반도체 사업을 키워왔지만 외환위기 시절 구조조정 과정에서 현대전자사업에 지분을 넘겼다. 이는 현재 SK하이닉스가 됐다.

당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LG 반도체 사업을 현대 측에 넘기는 것을 강요했기 때문에 이후 구본무 LG 회장이 전경련 행사에 얼굴을 보이지 않고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LG로서는 상당히 아쉬움이 남는 사업이었기 때문에 LG의 '반도체 재건'은 매년 거론되는 재계의 이슈였다.

LG실트론을 매각한 현재 LG에 남아있는 반도체 관련 기업은 설계 업체인 실리콘웍스 뿐이다. 실리콘웍스는 LG의 폭넓은 지원을 받고 있다. 반도체 원자재를 생산하던 LG실트론과 달리 실리콘웍스는 반도체 설계 기술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LG는 실리콘웍스의 새 대표로 손보익 LG전자 시스템반도체센터장을 선임했다. 시스템반도체 계열사 루셈과 LG전자 디스플레이용 반도체를 제작하는 제퍼로직을 실리콘웍스로 합병시키기도 했다.

현재 실리콘웍스는 디스플레이 구동칩 외에도 스마트워치, 커넥티드 카에 탑재되는 시스템칩도 개발∙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LG가 성장동력으로 육성 중인 사물인터넷(IoT) 가전, 전기자동차 등 시스템 반도체를 필요로 하는 산업에 대비해 연구개발(R&D)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또 LG는 최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인텔과 협력하며 안정적인 부품 공급을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 계열사간 시너지로 '산업 고도화'

구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산업 구조의 고도화를 이뤄야 한다"고 당부했다. 구본준 부회장도 지난달 '글로벌 CEO 전략회의'를 갖고 계열사 대표들에게 산업 고도화를 재차 강조했다.

LG 계열사들은 각자 자동차 부품과 신에너지 등 신성장사업을 중심으로 전문 분야를 키우며 내실화에 주력하고 있다. LG실트론의 매각과 실리콘웍스의 성장에는 미래 산업을 위해 계열사 간 시너지를 극대화시키려는 LG의 의도가 깔려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에 축구장 24개 규모로 건설 중인 국내최대 R&D단지 LG 사이언스파크가 그 중심이 될 예정이다. 2020년 완공되면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화학, LG하우시스, LG유플러스, LG생활건강, LG CNS 등 주요 계열사들의 연구조직이 이곳에 모여 협업하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LG실트론 매각만 봐도 LG가 과감하고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며 조직 쇄신에 나서고 있다"며 "그만큼 향후 시장에 대한 전망이 불확실하고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의 적자 기조가 심해지는 등 일부 분야에서 어려움이 있지만 LG디스플레이나 LG이노텍 등 계열사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며 성장을 이끄는 중"이라며 "LG로서는 취약 사업의 적자폭 감소, 신사업 육성에 집중할 수 있게 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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