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룡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직언, 유신 때와 차원 다르다" 블랙리스트 폭로 재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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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룡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직언, 유신 때와 차원 다르다" 블랙리스트 폭로 재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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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룡 "블랙리스트 없다는건 말 안돼, 김기춘 조윤선 주도"
   
▲ 유진룡 전 장관과 박근혜 대통령(사진=연합뉴스)

[컨슈머타임스 김종효 기자] 유진룡 전 장관이 김기춘 전 실장을 '문화계 블랙리스트' 책임자로 지목했다.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1월 23일 오후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 "블랙리스트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주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신과 동료, 후배들이 목격하고 경험한 모든 정보를 취합해 이같은 결론을 내렸다는 유진룡 전 장관은 "김기춘 전 실장 취임 후 블랙리스트와 관련된 행위를 지시하고, 적용을 강요했기 때문에 김기춘 전 실장이 블랙리스트에 대해 큰 책임을 지고 있다"고 생각을 밝혔다.

이에 유진룡 전 장관이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 내용을 폭로한 발언이 재조명받고 있다.

앞서 유진룡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 26일 방송된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대해 묻자 "봤다"고 답했다.

유진룡 전 장관은 2014년 6월께, 즉 퇴임 직전 해당 문건을 봤다면서 "리스트 이전의 형태로는 구두로, 수시로 김기춘 비서실장의 지시라고 하면서 모철민 수석이나 김소영 비서관을 통해 문체부로 전달이 됐다"고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유진룡 전 장관은 허태열 전 비서실장 후임인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2013년 8월 취임한 뒤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문체부에서 '변호인'에 투자 펀드를 투자한 뒤 김기춘 전 실정은 수시로 혀를 차는 등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고 CJ에 대한 제재를 요구했다.

그러던 중 2014년 6월 한 문서가 내려왔다. A4 용지에 문화예술인 몇백명 정도의 이름이 빼곡히 적힌 문서를 김소영 당시 문화체육비서관이 조현재 당시 차관에게 전달했고 이를 문체부에서 적용하라는 지시가 이뤄졌다. 조현재 당시 차관이 김소영 당시 문체비서관에게 당신들이 만든 거냐고 묻자 김소영 당시 비서관은 정무수석비서실에서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유진룡 전 장관은 "그 후에 수시로 김소영 비서관이 저희 후임 차관들한테 또는 다른 사람들한테, 국장들한테 전달할 때마다 궁금해서 물어보면 항상 똑같은 변명(정무수석비서실에서 만든 것이라는 말)을 했고 그렇기 때문에 문체부 내에서는 이거는 모철민 교육문화수석과 김소영 비서관은 전달자에 불과하고 이것을 만들고 적용시키는 책임은 정무수석비서실에서 지고 있는 모양이다라고(짐작했다)"고 밝혔다.

당시 정무수석은 조윤선 현 문체부장관. 전임은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였다.

유진룡 전 장관은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정무수석실 산하 국민소통비서관실에서 작성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유진룡 전 장관은 "그 후로 명단(문화계 블랙리스트)이 무차별하게 확대된다. 어느 신문에서 나왔던 것처럼 몇 천 명, 거의 1만 명 가까운 수준으로까지 거론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보도에서 공개된 명단은 문재인 박원순 등 야권 후보를 지지선언한 문화예술인들 명단이 취합된 것이었다. 유진룡 전 장관은 "굉장히 정성을 많이 들여서 그 사람들(정무수석실)이 아주 오랜 시간에 걸쳐서 그거(문화계 블랙리스트)를 확대하고 만드는 노력을 했다"고 말했다.

유진룡 전 장관에 따르면 당초 지원을 금지하는 '문화계 블랙리스트' 명단을 위에서 내려보내다가 잘 지켜지지 않자 반대로 지원 대상 리스트를 올리라고 한 뒤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유진룡 전 장관은 "당시에 많은 사람들이 그 리스트의 실체를 인식했고 또 리스트의 형태를 어떻든 봤고 그렇기 때문에 리스트가 없었다라고 얘기를 하는 건 말이 안 되는 얘기"라고 단언했다.

유진룡 전 장관은 "2014년 1월 말에 박근혜 대통령과 면담했을 때도, 면직 직전 대통령과 단 둘이 만났을 때도 같은 얘기를 했다. '이러시면 안 된다. 처음에 약속했던 것처럼 하셔야지 앞으로 국가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반대하는 사람들을 계속 쳐내면 나중에는 한 줌도 안 되는 같은 편 가지고 어떤 일을 하시겠느냐' 그랬더니 거기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씀도 안 하셨다"며 "그래서 저는 지금도 이게 정말 대통령 뜻인지 아니면 호가호위를 한 김기춘 비서실장의 장난인지 그거는 역사의 정의를 위해서도 저는 특검에서 가려줘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진룡 전 장관은 과거 군 제대 후 유신 군사독재 정권 시절 안기부에서 만든 민중예술인 명단 혹은 배제자들 명단을 관리하는 일도 했다면서 현재의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비교했다. 그러나 유진룡 전 장관은 "이 리스트는 차원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이거는 조직적으로 만들어서 관리를 함으로써 공적인 권력을 완전히 사유화해서 강제하고 차별을 한다는 거다. 범죄행위다"며 "정말 심각한 헌법상의 위반이다. 피해자들 입장에서는 표현의 자유, 사상의 자유, 행복권 추구의 자유. 그러니까 평등, 자유, 이 모든 자유를 갖다가 아주 명백하게 침해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유진룡 전 장관은 인터뷰가 끝난 뒤 김기춘 전 실장에게 할 말이 있는데 미처 못했다며 제작진에게 "김기춘 실장, 블랙리스트를 강제할 때 그렇게 자신만만했으면, 지금 부인하며 뒤로 숨지 말고 자신이 한 일의 목적과 수단이 정정당당했노라고, 앞장서서 주장해야 마땅한 자세가 아니냐?"는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한편 이날 특검에 출석한 유진룡 전 장관은 "블랙리스트는 현 정권에 반대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조직적으로 차별, 배제하기 위한 것이고 이는 해당 인사들에 '좌익'이라는 누명을 씌워 배제한 것이므로 매우 심각한 범죄"라고 질타했다.

또 "일각에선 이 블랙리스트 작성이 정당한 것 아니냐고 하는데 정작 김기춘 전 실장 및 주도 인물들은 부인하고 있다. 그러면 누가 그 일을 했는지 밝혀야 한다"며 "모든 인물들이 의혹을 부인하는 것은 비겁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진룡 전 장관은 "입맛에 맞지 않는 사람을 차별하고 배제하려 공권력을 다 동원했다. 이는 우리 사회 민주적 기본 질서와 가치를 절대적으로 훼손한 일"이라며 "김기춘 전 실장 구속을 계기로 우리나라가 정의롭고 자유로운 사회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유진룡 전 장관은 특검에 이처럼 강요에 의해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문체부 과장 이하 실무자는 면책돼야 한다며 이들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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