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 항의에 몸살난 '송파 헬리오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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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 항의에 몸살난 '송파 헬리오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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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곽 느낌" "어감 싫다" 아파트 이름따라 '웃고 울고'
   
 

[컨슈머타임스 김수정 기자] 거주하는 아파트가 한 사람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지표로서 굳게 자리잡으면서 아파트 이름을 둘러싼 촌극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름 때문에 한바탕 곤욕을 치른 '송파 헬리오시티'의 개명 이슈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헬리오시티는 현대산업개발∙현대건설∙삼성물산이 시공하는 가락시영아파트 재건축 단지다. 총 9510가구로 단일 단지 중 역대 최대 규모다. 이에 조합은 '태양'을 뜻하는 '헬리오'와 주로 대단지에 붙는 애칭(펫네임)인 '시티'를 합성해 초대형 단지를 상징하는 별도 브랜드를 만들었다.

그러나 단지가 약칭 '헬시티'로 불리기 시작하면서 '지옥'이 연상된다는 항의가 빗발쳤다. 결국 작년 5월 조합은 총회를 열어 단지명 변경 안을 상정, '오비체시티' '아델리온' '벨라우즈' 등 후보를 두고 논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올 5~6월께 분양을 앞둔 개포시영아파트 재건축 단지인 '래미안 강남 포레스트' 조합원들은 수 년째 아파트 이름을 두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문제의 불씨는 '강남'이라는 키워드다. 상당수 조합원이 강남 외곽지역 거주민의 자격지심이 묻어난다는 불만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이들은 강남권 아파트 중 이름에 강남이 들어간 곳은 보금자리지구 단지들뿐이라며 아파트 이미지 훼손을 염려한다.

조합원인 A씨는 "'강남'이든 '포레'든 모두 강남 외곽의 보금자리지구 아파트 이름에 자주 사용되는 단어들 아니냐"며 "'개포' 등 다른 좋은 이름들 두고 왜 이렇게 지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성황리에 분양 완료된 '경희궁 롯데캐슬'은 난감한 작명 때문에 도마 위에 올랐다.

경희궁과 롯데캐슬 모두 고유명사임을 감안해도 '궁'이 '캐슬'(성) 앞에 온 모양새는 어쩔 수 없이 웃음을 자아낸다. 심지어 이 아파트에서 경희궁까지는 도보로 약 20분이 걸릴 정도로 멀다. 가깝지도, 잘 어울리지도 않는 경희궁을 사용해 작명한 이유를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무악동 소재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코앞에 있는 지하철 3호선 독립문역을 두고 굳이 멀리 있는 경희궁을 끌고 와 팔아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웃었다.

아파트 이름을 둘러싼 분투는 국내에서만 관측되는 현상이 아니다.

미국 뉴욕 맨해튼에 있는 호화 아파트인 '트럼프 플레이스'에선 작년 말 세입자 600여명이 아파트 이름에서 '트럼프'를 없애달라고 탄원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대통령 당선인 도널드 트럼프의 이름이 부끄럽다는 게 이들 취지다. 소유주는 이를 받아들여 건물명을 도로 주소로 바꿨다.

채완 동덕여대 국어국문과 교수는 '아파트 이름이 가지는 사회적 의미' 논문을 통해 "아파트란 현대인의 삶의 터전인 동시에 거주자의 정체성을 드러내주는 하나의 지표"라고 지적했다.

그는 "아파트 이름에 현대 한국인이 원하는 삶의 모습이 투영돼 있다"며 "이름에 들어간 어휘를 통해 파악한 바에 따르면 한국인은 웰빙과 신분상승, 행복한 가정, 꿈과 희망, 부유함 등을 추구하며 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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