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위기 대한항공...아들은 승진, 주주에겐 유증 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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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채 위기 대한항공...아들은 승진, 주주에겐 유증 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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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1조 4000억원 규모 회사채 디폴트 위기...유증으로 급한 불 끄기 시도
   
   ▲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컨슈머타임스 김동호 기자] 1조 4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디폴트 위기에 몰린 대한항공이 유상증자를 통한 긴급 자금수혈에 나섰다. 대상은 바로 대한항공 주주들이다. 회사의 경영 부실을 주주에게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나온다.

문제는 대규모 유증 이후에도 재무구조가 크게 개선되기는 어려워 보인다는 점이다. 최근 유가상승과 강달러 기조, 대규모 투자계획 등을 감안할 때 대한항공의 적자는 쉽게 줄어들지 않을 전망이다. 이를 감안하면 유증이 실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대한항공, 4500억원 유증 결정 후 조원태 사장 승진...주주들 '비난'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45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 계획을 지난 5일 공시했다. 주주배정 후 실권주는 일반공모할 계획이다. 이번 증자를 통해 2200만주 이상의 신주가 발행될 예정이다. 증자전 주식수는 약 7300만주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대한항공 주가는 한단계 더 하락했다. 이미 지난해 10월부터 하강 곡선을 그려 11월 3만원대가 무너진 대한항공 주가는 이날 2만7200원에 마감했다.

눈길을 끄는 점은 유증 공시 다음 날인 6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남인 조원태 대한항공총괄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했다는 점이다. 회사 측은 조원태 총괄 부사장을 사장으로 선임 해 경영전면에 배치함으로써 조직 내 변화와 혁신을 주도하고 글로벌 항공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기업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조 사장이 현재의 위기를 타개할 수 있을 만한 해결책을 내놓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일부 투자자는 조양호 회장의 무리한 한진해운 지원으로 인해 대한항공 마저 어려움에 처한 상황에서 아들인 조 사장의 승진은 옳지 않다고 비난했다. 한 투자자는 "한진해운에 막 퍼주더니 이제는 유상증자냐"며 회사 결정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 증권가, 대한항공 유증으로 급한 불 끄기...근본 해결책은 아냐

시장에선 대한항공이 재무위기를 완화하기 위해 가장 빠르고 쉬운 방법을 택한 것으로 분석했다. 또한 유증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이자비용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박광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당초 회사 측은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고자 영구채 발행, 자산매각 등의 방안을 고려했다"면서 "그러나 1000%를 상회하는 부채비율 문제를 해결하고자 단기간 내에 재무구조 개선 효과가 가장 큰 유상증자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4분기말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대한항공에) 8780억원 규모(예상)의 외화환산손실이 발생해 부채비율이 1016%까지 상승한 것으로 예상된다"며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유상증자를 단행하고 이를 통해 조달한 자금은 전액 차입금 상환에 쓰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번 유증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될 경우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은 710%대로 낮아질 것이란 관측도 내놨다. 또한 조달금리 하락으로 연간 이자 비용도 약 300억원 가량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박 연구원은 전망했다.

하지만 이 역시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란 지적도 나온다. 유증 이후에도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 이어질 것이란 예측도 나왔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2015년 3월 4986억원 유상증자에 이은 추가 대규모 유상증자지만 여전히 재무적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려운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올해도 2조원에 육박하는 대규모 투자가 예정돼 있는 가운데 유가 및 환율 등의 영업환경은 지난해와 달리 우호적이지 않다"며 "추가적인 차입금 상환 여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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