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기업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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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기업의 시대
  • 김경한 컨슈머타임스 발행인 justin-747@hanmail.net
  • 기사출고 2010년 01월 19일 21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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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인사동에 가면 통인가게라는 곳이 있다. 고미술품과 그림 등을 전시하는 갤러리다. 최초로 이삿짐 운반을 기업화 시킨 통인익스프레스의 모기업이기도 하다. 통인가게 김완규 사장 부부는


서울 인사동에 가면 통인가게라는 곳이 있다. 고미술품과 그림 등을 전시하는 갤러리다. 최초로 이삿짐 운반을 기업화 시킨 통인익스프레스의 모기업이기도 하다. 통인가게 김완규 사장 부부는 매월 한차례씩 오페라 아리아만 골라 부르는 갈라콘서트를 현장무대로 진행한다. 주한 외교사절 가족이나 기업인들이 단골이다. 통인가게 5층에 마련된 오붓한 공간에서 성악교수들이 마이크도 없이 주옥같은 아리아를 열창하는 모습에 관객들은 너무 행복해한다. 참석자의 80%를 차지하는 서울거주 외국인들은 "통인 원더풀"을 외친다. 김사장 부부가 주머니를 털어 즐겁게 마련하는 통인음악회는 인사동의 숨겨진 매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SK그룹 최종현 회장은 지난 1998년 폐암 투병 후 숨졌다. 이 땅의 젊은이들에게 "도전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 한다"며 기업가 정신을 일깨우고 중소기업이었던 선경직물을 30여 년 만에 오늘날 한국의 5대 그룹으로 성장시킨 장본인이다. 최 회장은 임종을 앞두고 아들에게 "내가 죽으면 화장하고 이 나라의 장례문화 개선에 앞장서 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최태원 회장은 오래전에 서울 청계산 부근에 화장터 부지를 찾았지만 주민들의 거센 반발로 계획을 접고 2007년 새로 터를 닦던 세종시 은하수공원에 땅을 사들이고 500억원을 투자해 장례문화센터를 만들었다. 이달 중순 있은 준공식에서 최태원 회장은 "조상님들은 정성으로 모시고 후손들에게는 자연환경을 깨끗이 물려줄 수 있게 돼 너무 기쁘다. 아버지의 뜻이 이제야 이뤄지게 됐다"고 말했다. 혐오시설로 내몰렸던 화장장을 장례문화센터의 개념으로 업그레이드 시킨 것이다.

한미파슨스는 우리나라 건설관리를 선진화시킨 개척자 기업이다. 김종훈 회장은 잘 다니던 건설사 임원을 접고 CM(Construction Management:건설관리)이라는 생소한 분야에 출사표를 던진 뒤 13년 만에 건설감리의 명가로 떠올랐다. 등산길에서 가끔 만나는 김회장은 25년 전 한 장애인 시설에서 뇌성마비 아이들을 만난 뒤 충격을 받고 봉사활동을 결심하게 됐다는 얘기를 털어 놨다. "그들을 보니 우리가 두발로 걸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큰 행복이었다"는 것이다. 김회장은 매월 넷째 주 토요일 회사 직원들과 복지시설을 찾는다. 1996년 회사 창립 후 빠짐없는 행사로 진행한다. 한미파슨스는 입사서류에 급여 1% 기부와 사회공헌활동을 서약하고 신입직원들을 채용한다. 이렇게 모은 돈이 지난해에만 5억3천만 원이나 됐고 전 직원의 83%가 장애우 봉사활동에 참여했다고 한다. 김회장은 봉사를 하면서 더 긍정적이고 부지런하고 검소해졌다며 이것은 곧 "남"을 돕는 것이 아니라 "나"를 돕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착한 기업들은 돈보다 크고 명예보다 깊은 행복을 위해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익확보와 치부에만 열을 올렸던 과거를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지난해 전경련을 통해 모금된 사회공헌 기금은 2조 1600억원으로 집계됐다. 500대 기업으로 확대하면 규모가 더 클 것이다. 우리기업들은 이제 고용(24%) 다음으로 사회공헌(19%)을 꼽고 있을 정도로 이 분야에 관심을 쏟고 있다. CSR(Coporate Social Responsibility) 즉 사회공헌은 기업이 추구하는 목표와 가치 가운데 당당히 상위에 랭크돼있다.

그러면 기부금 많이 내고 전시형 봉사를 많이 냈다고 착한 기업일까. 지금 소비자들은 너무나 똑똑하다. 연말에만 요란한 행사와 모금액수로 반짝해서는 소비자들의 관심을 오래 붙잡아두지 못한다. 착한 기업이 되려면 우선 슬기로운 경쟁의 룰을 지켜야 하고 다양한 환경에 진정성을 갖고 임해야 한다. 또 정직하면서 정도를 걷는 기업이미지를 소비자와 대중들에게 폭넓게 이해시켜야 한다. 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말이 쉽지 이런 정도를 만족시키는 기업은 이 세상에 없을지도 모른다. 다만 최고에 가깝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모습에 소비자들은 감동하는 것이다. 통인가게 김사장이나 최태원 회장, 김종훈 회장 등의 이야기가 바로 착한 소비자들을 움직인다.

<착한 소비자의 탄생>을 쓴 경영컨설턴트 제임스 챔피는 "현대의 소비자들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까다로운 기준으로 중무장하고 기업제품들을 대하고 있다. 이들이 소위 착한 소비자들이다"고 정리하고 있다. 전 세계가 불경기로 힘들지만 착한 소비자들은 착한 기업들의 제품구매만큼은 인색하지 않다. 착한기업에 투자하고 그 제품을 사주고 여기에서 창출된 이익이 다시 사회공헌과 봉사에 선순환 되는 경제구조를 오늘날 소비자들은 원하고 있는 것이다. 친환경, 유기농, 계약구매, 그린에너지 기업 등이 인기를 누리는 이유도 따지고 보면 한가지다. 주머니 사정은 어려워도 소비에 의미를 두는 착한 소비열풍이 트랜드로 정착해가면서 이 같은 기업들을 주목하기 때문이다.

세상은 이제 빠르게 착한 기업의 시대로 전환해 갈 것이다. 그만큼 착한 소비자들이 늘어 날것이다. 역으로 착한 소비자가 착한 기업을 만들어 가기도 할 것이다. 올 한해 컨슈머타임스는 착한 기업들의 활동을 눈여겨 볼 것이다. 기대에 못 미치면 착한 소비자들과 함께 채찍을 들 수도 있다. 독식과 적당주의 시대는 지났다. 나눔과 봉사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착한 소비자"들의 감시는 더 많은 "착한 기업"을 탄생시킬 것이다.



김경한 컨슈머타임스 발행인 justin-74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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