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총수 국조 28년 지났어도 '속빈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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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총수 국조 28년 지났어도 '속빈강정'
  • 김재훈 기자 press@cstimes.com
  • 기사출고 2016년 12월 07일 07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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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 '풍요' 물증 '빈곤' 이재용 부회장 '원맨쇼'…전경련 해체 가닥
   
▲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회장, 구본무 LG대표이사, 허창수 전경련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재계그룹 총수들이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 출석하기 위해 회의장에 입장하고 있다.

[컨슈머타임스 김재훈 기자] 의혹은 있었다. 물증은 없었다. 질문은 있었다. 정답은 없었다. 추궁은 있었다. 책임은 없었다. 계획발언은 있었다. 폭탄발언은 없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호를 딴 '일해재단'이 기업들을 상대로 한 강제모금을 파헤치는 28년 전 청문회가 그대로 재연됐다. 1988년 당시 1세대 기업 총수들과 마찬가지로 2016년 현재 출석한 대기업 2·3세 총수들 역시 '모르쇠'로 일관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질문공세가 집중된 '원맨쇼' 분위기 속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해체수순을 밟게 될 것이란 단서 외에 속 시원한 해명은 없었다.

◆ 이재용 부회장 '총알받이'(?) 질문공세 집중

시작부터 이재용 부회장이 도마 위에 올랐다.

미르·K스포츠 재단 모금과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에 대한 배후 지원 의혹 등에 대해 몰랐다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박근혜 대통령과의 독대가 있었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다만 이후 요청 받은 사안에 대해 거부할 수 없는 기업의 입장을 은연 중 표출했다.

대가성에 대해서는 검찰 수사가 진행중이라는 이유로 즉답을 피했다.

구본무 LG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허창수 GS회장 등도 자신의 발언 차례에 기다렸다는 듯 정부 앞에서는 철저하게 '을' 위치임을 강조했다. 요청을 거부하는 경우 행정상 불이익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라는 늬앙스였다. 공히 억울하다는 데 방점이 찍혀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그런 가운데서도 미리 작심한 듯 전경련 탈퇴 의사를 비교적 명확하게 밝혔다.

'회비 납부 중단', '탈퇴' 등 직접적인 어휘가 고루 사용된 사실상 고별행보를 공식화 했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과 구본무 회장, 최태원 SK회장도 뜻을 함께했다. 삼성, 현대차, LG, SK의 이탈 선언에 따라 전경련은 해체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 관계자는 "각 그룹 총수들은 전경련이 아니더라도 어떤 방식으로든 서로 이견을 교류할 수있는 모임을 유지하게 될 것"이라며 "다만 전경련 규모가 비대해진 만큼 소속된 임직원들의 앞길이 막막해 진 것 같아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미래전략실 폐지 의견도 피력했다. '부정적인 여론'을 전제로 깔았으나 장충기 삼성전자 미래전략실 사장이 최순실 측에 300억원을 지원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어 실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손경식 CJ 회장의 발언도 집중 조명을 받았다.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박근혜 대통령의 뜻'이라며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의 퇴진을 요구한 사실을 비교적 상세히 설명했다.

손 회장은 "전화로 통화한 것이 아닌 처음에는 (조 수석이) 만나자고 해서 만났다"며 "(조 수석이) '이미경 부회장이 자리를 비켜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는데 대통령의 뜻이라고 전했다"고 답했다.

손 회장은 지난해 7월 등 2차례 박 대통령과 독대한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정부가 문화산업을 정부 정책으로 정한 이후였다"며 "때문에 CJ가 열심히 문화사업을 해달라는 말을 들었다"고 박근혜 대통령의 독대 당시 발언을 전하기도 했다. 

최순실 씨의 최 측근 차은택 씨와의 만남에 대해서는 부정했다.

이날 이재용 부회장을 포함한 다른 재계 총수들은 약속이나 한 듯 제기되고 있는 민감한 의혹에 대해 서는 한 발 비껴섰다. 

이재용 부회장은 최순실 씨 딸 정유라 씨의 승마훈련을 지원한 경위를 놓고 "무거운 마음으로, 앞으로는 절대 이런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되지 않도록 철저히 (주변 단속을) 하겠다"고 말했다.

조양호 한진 회장은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직을 사퇴하게 된 경위에 대해 "열심히 했는데도 사퇴를 통보 받았다"면서도 "그런 내용을 신문기사를 통해서 알았기 때문에 정확히 대답하기 힘들다"고 말을 아꼈다.

◆ 최태원·신동빈 회장 "면세점 부문 무관"

신동빈 회장은 K스포츠재단에 대한 70억원 추가 지원 배경을 묻는 질문에 "돌아가신 이인원 부회장이 결정했다"고 책임을 넘겼다. 

SK와 롯데를 겨냥한 면세점 신규 특허 의문도 새나왔다.  

최태원 회장은 K스포츠재단으로부터 80억 원의 기금 출연 요청을 거절한 이유에 대해 "당시 왔던 (출연) 계획이나 얘기가 상당히 부실했고 돈을 전해달라는 방법도 좀 부적절했다"며 "면세점 부문은 저희에게 너무 작은 사업"이라고 항변했다. 

신동빈 회장은 "롯데가 미르·K스포츠 재단에 면세점과 '형제의 난' 수사와 관련해 추가로 70억원을 제공한 것 아닌가 하는 의혹이 있다"는 최교일 의원(새누리당)의 지적에 대해 "(면세점 신규 특허 허가와 관련해) 전혀 관계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짧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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