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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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온도
  • 이화연 기자 hylee@cstimes.com
  • 기사출고 2016년 11월 25일 07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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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주 / 말글터 / 308쪽 / 1만3800원
   
 

[컨슈머타임스 이화연 기자] 섬세한 것은 대개 아름답다. 그리고 예민하다. 우리말이 대표적이다. 한글은 점 하나, 조사 하나로 문장의 결이 달라진다.

말과 글에는 나름의 온도가 있다. 따뜻함과 차가움의 정도가 저마다 다르다.

적당히 온기 있는 언어는 슬픔을 감싸 안아준다. 세상살이에 지칠 때 어떤 이는 친구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고민을 털어내고, 어떤 이는 책을 읽으며 작가가 건네는 문장에서 위안을 얻는다.

용광로처럼 뜨거운 언어에는 감정이 잔뜩 실리기 마련이다. 말하는 사람은 시원할지 몰라도 듣는 사람은 정서적 화상을 입을 수 있다. 얼음장같이 차가운 표현도 위태롭기는 마찬가지.

그렇다면 이 책을 집어 든 우리의 언어 온도는 몇 도쯤 될까?

무심결에 내뱉은 말 한마디 때문에 소중한 사람이 곁을 떠났다면 '말 온도'가 너무 뜨거웠던 게 아닐까. 한두 줄 문장 때문에 누군가 마음의 문을 닫았다면 '글 온도'가 너무 차갑기 때문인지도 모를 노릇이다.

작가 이기주는 엿듣고 기록하는 일을 즐겨 하는 사람이다. 귀를 쫑긋 세운 채 평범한 사람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인다. 꽤 의미 있는 문장이 귀로 스며들면 그것을 슬그머니 메모한다. 그들이 무심코 교환하는 말과 끄적이는 문장에 절절한 사연이 도사리고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언어의 온도'는 저자가 일상에서 발견한 의미 있는 말과 글, 단어의 어원과 유래, 그런 언어가 지닌 소중함과 절실함을 농밀하게 담아낸 책이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문장과 문장에 호흡을 불어넣으며 적당히 뜨거운 음식을 먹듯 찬찬히 곱씹어 읽다 보면, 각자의 '언어 온도'를 되짚어볼 수 있을지 모른다.

언어의 온도 / 이기주 / 말글터 / 308쪽 / 1만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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