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타임스 오경선 기자] ‘단 30분만 빨랐다면...’ 한미약품은 지난달 30일 독일 베링거인겔하임과의 기술 수출계약이 해지됐다는 공시를 장 시작 후 30분 가량 지난 시점에 알렸다. 전날 기술수출 호재 공시를 낸 이후라 주가 하락폭은 컸다.

이날 한미약품의 주가는 18.06% 급락했고, 개장 직후 5%대 급등할 때 매수한 투자자라면 최대 24%까지 손실을 봤을 가능성도 예측된다.

악재 공시가 올라오기 전 공매도가 5만주 이상 거래됐다는 소식에 주가 추락의 책임은 한미약품과 함께 ‘공매도 세력’으로 향했다.

한미약품 사태로 공매도의 필요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의 황세운 자본시장실장과 만나 공매도가 무엇이고, 자본시장에서 어떠한 기능을 하는지 등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주가 조작을 위해 사용된 최초의 공매도…”

Q. 공매도란 무엇인가?

== 공매도와 신용거래는 정확히 동일한 개념입니다. 방향성이 다르다는 차이만 있을 뿐이죠. 예를 들어 주가 상승이 확실한 투자처가 있지만 수중에 융통할 수 있는 자금은 없는 상황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보통의 사람들은 은행에 가서 돈을 빌릴 것입니다. 빌린 돈으로 주식을 매수하고 주가 상승 후 되팔아 그 차익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습니다.

공매도도 마찬가지 개념입니다. 주가 하락이 예측될 때 이를 이용해 수익을 창출 할 수 있는 투자 기법의 한 종류입니다. 주가가 떨어질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면 주식을 먼저 빌려옵니다. 그 주식을 팔고, 예상이 정확하다면 주가가 떨어지겠죠. 떨어진 주가에서 다시 주식을 되삽니다. 낮은 가격에 되산 주식을 원래 주식 주인에게 갚으면 높은 가격에서 팔았던 차익만큼 수익을 챙길 수 있는 구조입니다.

공교롭게도 학계에서 공매도의 시작으로 보는 사건은 ‘주가 조작’을 위해 이뤄졌습니다. 지난 1609년 네덜란드의 동인도회사 최고경영자(CEO)가 회사에서 쫓겨나게 됐는데, 회사에 앙심을 품은 그가 주가 조작을 하기 위해 최초로 공매도를 사용했습니다. 아주 불순한 목적을 가지고 태어난 제도인 셈이죠.

시작은 그다지 건전하지 않았지만, 자본시장에서 공매도 제도가 시행 된지 벌써 400여년이 넘었습니다. 현재 거의 대부분의 국가에서 공매도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제도가 시장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경제적 기능을 가지고 있다는 근거가 될 수 있겠죠.

Q. 공매도의 기능에 대해 설명해 준다면

== 공매도의 주된 기능은 기업의 가치에 대한 과도한 버블 형성을 억제해준다는 점입니다. 사람들은 보통 주가가 올라 이익실현을 결정할 때보다 주가 하락으로 손실을 실현할 때 더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보수적이고 회피적으로 결정하기 때문이죠.

기업의 벨류에이션(평가가치)가 하락했는데도 해당 주식을 팔지 않는 투자자들이 많으면, 주가에는 그 기업의 가치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문제점이 발생합니다.

공매도는 기업의 밸류에이션이 떨어졌을 때, 주가가 그것을 빠르게 반영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기업 가치에 대한 버블 형성을 막아주는 기능을 하는 것이죠. 기업의 가치가 하락했다면 결국 주가는 하락하게 돼 있습니다. 주가에 반영되는 속도가 늦어질수록 문제점이 발생합니다.

‘가격 발견’ 기능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가격 발견이란 결국 기업의 가치를 말하는 것인데, 이 기능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기업에 대한 가치를 다시 판단해서 새로운 투자가 이뤄질 수 있습니다. 공매도는 가격발견 기능이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는 역할을 합니다. 적절한 평가가 기업에 반영 됐을 때 관련 경제활동들이 올바르게 퍼져나갈 수 있습니다.

이런 기능이 공매도를 금지할 수 없는 이유가 됩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공매도를 포기할 수 없다고 얘기하는 것도 공매도를 금지시켰을 때 나타나는 부작용들을 우려하기 때문입니다.

Q. 현재 시행하고 있는 공매도 공시제도에 대해 설명해 달라

== 공매도 공시제도가 도입되면서 공매도의 총 잔고가 거래소를 통해 공시되고 있습니다. 이는 굉장히 의미 있는 변화입니다. 과거에는 예를 들어 삼성전자의 공매도 규모를 막연히 ‘얼마 정도 될 것이다’로 추측하는 것에 그쳤다면 이제는 정확한 규모를 알 수 있습니다.

공매도 추이를 알 수 있다는 것은 투자자로서는 종목 매수 시에 사용할 수 있는 유용한 정보를 한 가지 더 얻게 됐다는 것을 뜻합니다. 공매도 증가는 2가지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기업에 대해 나쁘게 판단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주가가 더 하락할 것, 혹은 이만큼의 공매도가 있다면 이제 더 이상 주가는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공매도 공시가 투자자들이 활용할 수 있는 유용한 정보가 된 것이죠.

   
 

◆ “불공정 거래에 대한 보다 강력한 처벌 필요”

Q. 공매도를 이용해 불공정 거래 등으로 악용하는 사례도 있다

== 공매도는 ‘양날의 검’과 같은 제도입니다. 시장에서 굉장히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기능을 가졌지만, 휘두르는 사람에 따라 악용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본질적인 문제는 악용할 마음을 가진 주체이지 제도 자체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공매도가 시장에서 작용하는 기능을 생각한다면 불공정 거래에 악용되기 때문에 공매도를 없앨 수는 없습니다. 악용을 막기 위해서는 불공정 거래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는 등 범죄를 억제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가 변화될 필요가 있습니다.

Q. 내부 정보를 이용한 불공정 거래에 대한 처벌이 느슨하다는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 굉장히 심각한 문제입니다. 외국에서는 불공정거래를 통한 이익 창출을 중범죄로 취급합니다. 질이 나쁜 방법으로 다른 사람의 이득을 훔치는 것으로 여기기 때문입니다. 주가 조작이 검거되면 형량이 보통 10년 이상입니다. 과징금도 상당한 수준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이에 대한 처벌이 느슨합니다. 징역 1년도 잘 없고, 이마저도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경우가 다반 사입니다. 과징금도 부과하고는 있으나 그 기준을 굉장히 보수적으로 추산합니다. 주가 조작으로 창출했을 이익의 1.5배 정도를 과징금으로 부과하는데, 창출 가능한 최대 이익으로 잡아서 10배 정도로는 추산해야 범죄 억제 효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불공정 거래로 인한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인가

== 가장 중요한 문제점은 불공정 거래로 시장의 신뢰가 흔들린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이번 한미약품 사태와 관련해서도 그 피해가 다른 제약 업체들에게 미쳤습니다. 한미약품에 대한 신뢰를 잃은 투자자들은 관련 종목에 대해서도 의심을 하게 되고, 그 결과 제약 업체들의 주가가 한꺼번에 하락하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관련 제약주에 투자 피해가 발생하고 나면 다음은 그 여파가 시장 전체로 확산됩니다. 불공정 거래에 대한 제도 및 처벌에 대한 개선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 황세운 실장은?

황 실장은 연세대 경영학 석사과정을 마치고, 미국 미시간 대학교(University of Michigan)에서 경제학 박사를 취득했다.

현재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이며 한국증권금융 경영자문위원회 자문위원, 사학연금 기금운용 성과평가위원회 위원, 금융감독원 금융투자업인가 외부평가위원, 한국개발연구원 경제전문가 자문위원, 한국예탁결제원 자금운용위원회 위원, 한국은행 금융시장포럼 위원, 한국거래소 금융시장포럼 위원 등을 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