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엘리엇, 이렇게 삼성 흔들어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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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엘리엇, 이렇게 삼성 흔들어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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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서순현 기자] "엘리엇이 삼성의 백기사로 돌아왔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이 이달 초 계열 펀드사 블레이크 캐피탈과 포터 캐피탈 2곳을 통해 삼성전자에게 보낸 제안서에 대한 한 증권 관계자의 평가다.

지난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반대하며 삼성을 난처하게 하던 엘리엇이 1년여 만에 돌아왔다.

엘리엇은 삼성이 고민하고 있는 효과적인 경영권 승계∙유지 방법과 그에 따른 명분을 제안했다. 과거 '경영권 침해'와는 달라진 행보다. 그럴 듯 하게 보인다.

제안은 크게 4가지다. △삼성전자의 인적 분할을 통한 지주회사 전환 △30조원 현금 배당과 잉여현금흐름의 75% 주주 환원 △삼성전자 사업회사의 미국 나스닥 상장 △외국인 독립 사외이사 3명 추가 등이다.

삼성 총수 일가 중심의 지배구조 재편을 지지할테니 30조원을 주주 배당해달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엘리엇이 삼성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데는 이유가 있으리라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엘리엇이 수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헤지펀드인 만큼 더 큰 '꿍꿍이'가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다.

삼성의 입장에서 인적 분할은 매력적인 조건이지만 되려 지배력 상승에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좋게 해석할 수 만은 없다. 미래 성장동력을 키워가며 인수합병(M&A)을 활발히 진행하는 현재 시점에서 30조원의 배당도 부담스럽다.

나스닥 상장 역시 미국 시장의 각종 규제에 그대로 노출돼 외국 자본 공격에 취약해질 수 있다. 3명의 독립 외국인 사외이사 추가 선임도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이다.

삼성 내부에서도 바짝 경계하는 모양새다. 삼성은 이번 엘리엇의 제안을 2차 공격으로 보고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엘리엇이 내년 3월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무언가를 계획 중이라는 정황도 속속 포착되고 있다.

내년 3월이면 삼성전자는 엘리엇의 제안에 대한 대답을 해야 한다. 주총에서 삼성전자 이사회가 제시할 안건이 엘리엇에 비해 얼마나 주주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엘리엇의 이번 투자처는 삼성전자며 투자규모는 1조2000억원에 달한다. 지분 매입은 지난 8월 경으로 추측돼 내년 3월이면 주주권을 갖추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확보한 0.62%의 지분이면 이사 해임 청구, 회계장부 열람, 대표소송 제기 등을 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전체 외국인 지분이 50.72%에 달하는 만큼 엘리엇이 우호 지분 세력을 규합하면 임시 주총을 소집할 수 있는 1.5% 이상의 지분도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다.

결론이 어떻게 나오든지 엘리엇에게는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다. 삼성이 제안을 받아들이면 성공이고 거절하더라도 주가를 최대한 끌어올려 치고 빠지면 그만이다.

그러나 삼성은 다르다. 오는 27일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전자 등기임원 선임이 예정돼 있는 등 큰 변화를 겪는 중이다. '갤럭시노트7' 발화문제로 인한 악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의 섣부른 판단은 문제를 크게 그르칠 수 있다.

엘리엇의 이번 행동은 치밀하게 계산된 행동이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상대는 삼성을 공격해 궁지에 몰아넣으려고 했고 그것에 실패한 전적이 있다. 그들 제안의 현실성에 대해서는 고민해봐야 하겠지만 그전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위험요소를 파악해야 한다.

트로이군은 목마를 전리품으로서 성 내부로 가져왔으나 이 행동은 그날 밤 목마에서 뛰쳐나온 그리스군이 트로이성을 함락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번 일이 자칫 삼성전자판 '트로이의 목마'가 되지 않도록 경계를 풀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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