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품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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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품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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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해를 보내면서 부쩍 많은 사람들이 품격 있는 국가에 대해 고민하는 분위기다. 대통령도 정치인도 기업인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국가의 품격을 들먹인다. 이제 살만해져 자연스럽게 국격이 높아진 줄 알았는데 나라


또 한해를 보내면서 부쩍 많은 사람들이 품격 있는 국가에 대해 고민하는 분위기다. 대통령도 정치인도 기업인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국가의 품격을 들먹인다. 이제 살만해져 자연스럽게 국격이 높아진 줄 알았는데 나라의 구석구석이 대립과 갈등, 부패와 이기주의로 넘쳐나고 있다. 누구나 품격을 원하지만 스스로 노력하는 수고는 마다하면서 상대방에게 삿대의 화살을 돌린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숨 가쁘게 달려온 압축성장과 기계적인 세계화의 함정 이 원인이 아닌지 돌이켜 볼 때다.

우리는 그동안 자본주의와 평등주의 추구에 목숨을 걸고 좀더 그 본질에 가까이 가기위해 몸부림쳐 왔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지난 4-5세기동안 유럽과 미국으로 이어지는 실용주의 물질문명이 오늘날의 세계를 압도하고 있어 최소한 모방이라도 잘해야 세계화나 선진국이 되는 것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승자독식으로 더 큰 폐해를 낳는 현실이 목격되고 있고 평등은 빈부의 격차라는 결과의 불평등으로 나타나 과연 이것이 오늘날 우리가 지향하는 지고지순한 목표인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들이 짙어지고 있다.

스피드와 경제성 효율성만 따지다 보니 모든 정책추진과 사고가 조급하고 옹졸해진다. 합리적인 설득보다는 가능한 수단을 총동원해서 가능한 빨리 반대의 목소리를 제압해야 직성이 풀린다. 소수의 의견과 배려는 자취를 감추고 목소리가 큰 강자의 주장만이 일사불란함속에서 줄서기를 강요한다. 안통하면 논리와 시스템이라는 포장을 씌워 강자의 주장이 전략적 정책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그러는 사이 승리자의 독선과 오만은 하늘을 찌른다. 용산참사와 4대강 정비사업의 시비, 세종시 갈등 문제 등 사안마다 해답이 없어 보이는 어수선한 상황을 보면 그 어디에서도 국가의 품격을 찾기 어렵다. 이는 지금뿐만 아니라 지나간 과거 어느 정권 어느 통치자도 예외는 아니다. 나의 논리, 이겨야 하는 논리만이 존재의 이유일 뿐이다.

만약 논리만이 이 세상을 지배한다고 하면 공산주의만큼 완벽하고 아름다운 논리는 없다.
그들은 모든 생산수단을 모든 사람이 공유한다. 그것에 의해 생산된 생산물도 공유한다. 그렇게 해서 빈부차이가 없는 평등하고 공평하며 행복한 사회가 만들어진다. 너무도 아름다워서 현기증이 날 것만 같은 논리다. 하지만 소련의 실패를 시작으로 지구상의 공산주의는 대부분 부도났다. 자본주의나 실력주의도 격렬한 경쟁 속으로 모두를 내모는 그래서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는 논리만을 고집한다면 실패한 공산주의가 주장하는 논리이외에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 승자의 함성만이 메아리가 되는 세상, 품격이 받쳐주지 않는 시스템은 너무도 허망하게 몰락하는 것을 우리는 무수한 경험으로 체득해왔다.

이는 물질적 가치추구를 위한 수단이 지나치게 숭상되는 반면 정신적 가치는 뒷전에 미뤄놓았던 우리의 잘못된 과거 때문이다. 예컨대 보편적 가치에 대한 생각, 미학적 교육, 정서와 양식 등의 내공이 두텁지 않은 상태에서 논리와 효율만을 뒤쫓다 보니 생겨난 공허함이다. 지난 정권은 5년 내내 수도를 이전하자며 온 나라를 뒤집어 국력을 소모하더니 지금 정권은 그렇게 결정된 정책을 다시 돌려놓아야 역사 앞에 부끄럽지 않다며 다시 국민을 내몰고 있다. 다음 정권은 둘 다 잘못된 결정이니 제3의 장소를 물색해야 한다고 나서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경제라는 하드웨어로 어느 정도 선진국 울타리 근처에 도달했지만 그러나 정신적으로 보면 보편적 가치를 존중하고 품격 있는 국가를 만들기에는 아직 소프트웨어의 결격이 심각한 수준이다.

돌이켜보면 압축성장의 속도전을 펼치는 사이 일류국가로서 갖춰야 할 요건들을 언제 제대로 돌아볼 시간이 없었다. 경제만 번영하면 모든 것이 용서될 수 있다는 논리위에 지도층의 노블리스 오블리주 정신을 따질 겨를조차 없었다. 이것은 결과적으로 우리가 갖고 있는 가장 큰 패착중의 하나다. 위장전입과 탈세, 적당한 뇌물, 지도층의 광범위한 병역기피, 끝없이 이어지는 부정부패, 거짓말과 사기사건이 법집행의 70%를 넘는 우리 현실에서 어디서부터 국격을 논해야 할지 참담하다. 기회주의와 포퓰리즘, 음성적 돈거래, 접대와 학력편견이 판지는 풍토에서 국가의 품격을 논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러니 수단만이 난무할 뿐 존경과 신뢰로 이어지는 품격 있는 정책결정과 수준 높은 국가 커뮤니티 형성이 초보단계에서 맴돌고 있다.

반대와 소수를 잠재우기 위해 정권은 언제나 법에 의한 국가 기강확립을 주문하고 있다. 예컨대 물건을 훔쳐서는 안 되는 것이 법률위반이기 때문인가? 이것은 수준이 가장 낮은 국가의 어린이 교육방법이다. 결국 누가 안보면 훔쳐도 되고 훔칠 수 있다. 사회적 유대와 정신적 가치가 높은 환경에서 자란 아이는 훔치는 행위가 부모를 울리고 조상을 욕되게 하는 비겁한 것이므로 하지 않는다는 교육이 필요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교양이 가득하고 국가에 목숨을 바칠 수 있는 진정한 엘리트층이 두터워 진다. 관료는 수치화된 엘리트이지 진정한 엘리트는 아니다. 비겁한 행동을 하지 않는 엘리트가 지배하는 국가가 바로 우리가 바라는 품격 있는 국가다. 보편적 가치위에 감성과 균형 잡힌 세계관을 가진 지도층이 양산될 때 품격은 저절로 갖춰진다.

한국이 앞으로 100년 동안 세계경제를 지배하면 세계가 한국을 존경할까.
영국은 현재 경제면에서 세계 10위권에 힘겹게 턱걸이하고 있다.
하지만 영국의 보편적 가치는 세계가 존경 한다. 그것은 인간적 유대가 바탕에 깔린 품격 있는 가치를 각 부분에서 창조해냈기 때문이다. 영국의 정서와 틀이 세계인으로서의 보폭을 크게 한 것이다. 여기에서 품격은 저절로 새어나온다.

꽃에 향기가 있듯이 국가에도 품격이 있다. 일본의 수학자 후지와라 마사히코는 "한 국가의 품격은 사회구성원 모두가 만들어가는 향기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엘리트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설파하고 있다. 일류국가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치인, 지식인, 기업인, 노동자를 포함한 모든 국민들이 일류가 되어야 하고 다 같이 높은 도덕성과 문화를 가지려는 노력이 절실한 때다. 무엇이 나를 품격있게 하고 국격을 높이는 일인지를 찾아서 새해에는 모두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김경한 컨슈머타임스 발행인 justin-74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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