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상의 CEO 와인코칭] 윈스턴 처칠이 매일 '폴 로저' 샴페인을 한 병씩 마신 이유는?(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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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길상의 CEO 와인코칭] 윈스턴 처칠이 매일 '폴 로저' 샴페인을 한 병씩 마신 이유는?(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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샴페인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2명 있습니다. 마릴린 먼로와 윈스턴 처칠인데요.

먼로의 전기 작가 조지 배리스에 따르면 먼로는 산소를 마시듯 와인을 마시고, 공기를 호흡하듯 샴페인으로 호흡했다고 해요. 심지어 목욕하는 데도 350병의 샴페인을 썼다고 하죠.

처칠의 샴페인 사랑도 남달랐습니다. 하루도 샴페인을 마시지 않고 지나가는 날이 없었으니까요. 그가 마신 샴페인이 바로 '폴 로저'(Pol Roger)입니다.

   
  ▲ 윈스턴 처칠

폴 로저에 푹 빠진 처칠은 자신의 경주마 이름도 '폴 로저'라고 지었을 정도죠. 노후에 건강이 악화된 상황에서도 이 샴페인을 마시는 즐거움은 하루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폴 로저에서는 처칠의 건강을 위해 원래 생산하지 않는 작은 병(500ml) 사이즈를 따로 만들어 매달 처칠에게 보내게 됐죠.

도대체 어떤 샴페인이길래 처칠이 이렇게 반했을까요.

1849년 설립된 폴 로저는 프랑스 마른 계곡의 에뻬르네 마을과 코트 드 블랑의 가장 우수한 곳에 85ha의 포도밭을 갖고 있습니다.

지하 저장고는 에뻬르네 시내 한복판 지하 가장 깊고 서늘한 곳에 있는데요. 세 개의 층을 이루는 회백색의 연토질 석회암에 만들어진 지하 셀러가 샴페인의 깊고 풍부한 맛을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 지하 저장고

포도 품종은 랭스 산악지대에서 수확한 피노누아, 에뻬르네 마을과 마른 계곡에서 재배한 피노 뮈니에, 그리고 에뻬르네와 코트 드 블랑 중심부에서 자란 샤르도네 등 세가지 품종을 섞어 만듭니다.

바디감과 우수한 탄닌을 만드는 피노 누아, 과일향과 허브향이 좋은 피노 뮈니에, 산미가 뛰어난 샤르도네가 이상적으로 블렌딩 돼 있습니다.

게다가 지하 저장고에서 3년 가량 숙성해 깊이 있는 맛을 내니 처칠이 반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죠.

폴 로저의 맛에는 특별한 정성도 숨어 있습니다. 샴페인은 만들 때 2차 발효 과정을 거친 후 침전물을 모으기 위한 병돌리기 작업을 하는데요. '르미아주'(Remuage)라는 과정이죠.

현재 프리미엄 샴페인 하우스들은 모두 이 과정을 기계로 하지만 폴 로저는 아직까지 유일하게 수작업을 고집하고 있는 겁니다.

   
  ▲ 폴 로저 브뤼 리저브

폴 로저는 '젠틀맨의 샴페인'이라고도 불립니다. 처칠과 마찬가지로 유럽 상류층과 왕가에서도 그 매혹에 푹 빠져 즐겨 마시기 때문입니다.

결국 2004년부터는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공식 샴페인 공급처로 지정돼 모든 병에서 왕실인증서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11년 윌리엄 왕자와 케이트 미들턴 왕세손비의 결혼식 때도 큰 화제를 모았는데요. '폴 로저 브뤼 리저브'가 웨딩 샴페인으로 사용됐기 때문입니다.

처칠은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내 입맛은 단순하다. 나는 최고에 쉽게 만족한다"

폴 로저를 마시는 순간, 처칠의 말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겁니다.

이길상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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