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채 KT 회장 취임 100일… 변화를 몰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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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채 KT 회장 취임 100일… 변화를 몰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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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출고 2009년 04월 23일 08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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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채 전 정보통신부 장관이 국내 최대의 통신기업 KT 수장으로 취임한 지 23일로 꼭 100일을 맞았다.

우여곡절 끝에 KT사장 후보로 추천됐을 때만 해도 "변화의 바람이 불겠지만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며 평가절하했던 KT 임직원들은 3개월여가 지난 지금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빨라 정신을 못차리겠다"고 토로할 정도다.

실제 이 회장은 많은 것을 바꿔 놓았다. 그는 취임 6일 만인 지난 1월 20일 이사회를 열어 KT의 숙원이었던 KTF와의 합병을 선언,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 회장은 "합병은 KT, KTF만의 문제가 아니라 IT분야의 지평을 넓히는 것"이라며 본격적인 컨버전스 시대의 리더십 선점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대의명분으로 내세웠다.

합병작업은 SK, LG 등 경쟁 통신업체들의 반발과 이 과정에서 불거져 나온 필수설비 독점 문제로 위기를 맞기도 했고 한때 주식시장의 불안으로 주가가 주식매수청구 제시가격 아래로 떨어져 '합병이 물거품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 회장은 특유의 뚝심으로 흔들리지 않았다. 주가는 기민한 자사주 매입 발표로 부양시키는 데 성공했고 공정거래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의 까다로운 심의도 탈 없이 마무리했다.

"합병작업을 통해 KT가 얻은 것은 자신감과 팀플레이"라고 말한 그는 "이번 합병을 계기로 KT가 새로운 도약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회사 내부에서의 변화도 컸다. 그는 1월 14일 취임사에서 "모든 변화는 대가가 따르며 대가 없는 변화를 드리겠다는 달콤한 약속을 하지 못한다"는 말로 변화와 혁신의 고통을 예고했다.

다음날 회장을 포함한 임원 성과급 20% 반납, 임원 복지혜택 축소, 기관장들의 집무공간 455곳 폐지 등 강도높은 원가절감책이 마련됐다. 또 '본사는 슬림하게 현장은 두텁게'라는 원칙아래 지역본부제를 과감히 폐지하고 본사와 지역본부 스태프 인력 3천명을 현장에 전환 배치했다.

전임 사장의 납품비리로 실추된 기업이미지 개선을 위해서도 칼을 빼들었다. 서울고검 정성복 차장검사를 윤리경영실장(부사장)으로 영입한 직후 사정이 시작됐고 두 달 만에 결실이 나타났다. 협력업체로부터 뒷돈 받은 임원 등 6명이 이례적으로 형사고발됐으며, 19명은 징계위원회에 회부됐다.

'봐주기식' 징계가 사라지도록 징계절차와 징계 종류를 단순화하고 금품·향응 수수 시 파면, 내부고발자에 대해서는 최대 5천만원의 보상금 지급, 정보통신공사 협력사 운영체계 전면 개편, 감사조직 강화 등 조치가 이어졌다.

그러나 이런 성과에도 불구, KT 이석채 회장에게 남은 과제는 여전히 많다. 우선은 기업의 실적이다. 합병 후 자산 24조, 매출 18조, 계열사 28개, 종업원 수 45,000명의 재계 10위 거대기업으로 탈바꿈한 KT는 당장 올해부터 성장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구조조정없이 이뤄진 합병의 결과가 시너지로 이어지지 않을 경우 KT는 성장의 돌파구를 찾지 못할 수도 있다.
또 중요한 것은 이 회장이 취임 이후 줄곧 강조해온 새로운 성장동력의 발굴이다. 이를 위해 이 회장은 모바일 화상회의, 인터넷전화 보급확대, 현대차와의 협력 강화, 와이브로와 3세대 이동전화를 연계한 컨버전스 상품 연내 출시 등을 추진중이다. 허나 이 정도로는 모자란다.

업계에서 "지금까지 이석채의 요술방망이가 나태한 KT에 제대로 작동을 했다. 하지만 앞으로가 관건"이라고 의구심을 품는 것은 곱씹어 볼 대목이다.

과연 이석채의 KT호가 침체에 빠진 국내 IT산업의 방향타가 될지, 아니면 침체의 길에서 벗어나지 못할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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