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전자 "접어야 산다" 비상 걸린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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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G전자 "접어야 산다" 비상 걸린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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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레노버 '접히는 스마트폰' 시제품 최초 공개…"기술력 확보 나서야"
   
 

[컨슈머타임스 서순현 기자] 중국 IT기기 제조업체 레노버가 손목 착용형 스마트폰과 접히는 태블릿 시제품을 세계 최초로 공개하면서 삼성∙LG전자 등 국내 업체들이 크게 긴장하고 있다. 

관련 기술 개발에 이은 제품 상용화를 목전에 둔 상태에서 보다 진일보한 기술력 탑재 없이는 단순 '베끼기'로 전락할 것이란 불안감이 팽배하고 있다.  

글로벌 전자 '플렉서블' 시장에서의 전면적 전략 수정이 불가피한 것 아니냐는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 플렉서블 스마트폰, 내년부터 본격 경쟁 전망

21일 IT∙전자업계에 따르면 레노버는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레노버 테크월드 2016'에서 '씨플러스'와 '폴리오' 등 스마트폰 시제품을 공개했다.

씨플러스는 4.26인치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탑재해 기기를 타원형으로 구부러뜨려 손목에 감아 착용할 수 있다. 폴리오는 펼친 상태에선 7.8인치 태블릿 형태지만, 반으로 접어 5.5인치 스마트폰처럼 사용이 가능하다.

플렉서블 스마트폰에 대한 언급은 예전부터 꾸준히 있었지만, 실제 작동하는 제품이 일반에 공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시제품 발표가 플렉서블 스마트기기 제작을 위한 기술적 문제가 대부분 해결됐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플렉서블 디스플레이가 탑재된 스마트폰은 다양하게 출시됐으나 기기 자체가 구부러지는 제품은 아직 출시되지 않았다. 디스플레이 외에 메인보드, 배터리 등 부품도 함께 휘어져야 하는 문제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번 레노버의 깜짝 발표에 소비자들의 기대감이 높아지자, 삼성∙LG전자 등 국내 업체들은 신경이 쓰이는 눈치다.

삼성전자는 약 10년 전부터 접히는 휴대폰 개발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3년 세계 최초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탑재 스마트폰 '갤럭시 라운드'를 출시했다. 이후 이는 '엣지 디스플레이'라는 개념으로 발전해 '갤럭시 S'와 '갤럭시 노트' 제품군에 적용되고 있다.

또한 삼성전자는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기어S'나 '기어핏'과 같은 웨어러블 기기에도 탑재시키는 등, 관련 기술 노하우를 가장 많이 확보하고 있는 기업으로 손 꼽힌다.

LG전자도 비슷한 시기 'LG G Flex'를 발매했다. 6월 현재까지 2번째 제품인 'LG G Flex 2'를 내놓은 상태다. 신제품 'LG G Flex 3(가칭)'이 올 8월 베를린에서 개최될 전자박람회 'IFA 2016'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지난달 열린 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회에서 손가락 굵기로 둥글게 말 수 있는 '롤러블' 제품 등 새로운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기술들을 과시하기도 했다.

문제는 레노버가 한발 앞서 '선수'를 쳤다는 점이다.

삼성∙LG전자가 중국 업체들에 비해 플렉서블 스마트폰을 먼저 발매한다고 해도 선공개된 레노버 제품이 불러온 반향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게 됐다는 분석이다.

또 레노버 측에서는 해당 제품에 대한 보완을 거친 이후 내년 중 출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삼성∙LG전자의 플렉서블 스마트폰 발매시기도 이르면 내년 상반기로 전망됨에 따라, 업체 간 직접적 경쟁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월등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프리미엄폰 시장을 공략하던 국내 업체로서는 중국 업체들의 반격에 맞서 기존 계획을 검토∙수정해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사내 특허와 기술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더 강화된 보안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외에도 레노버는 이번 행사를 통해 증강현실(AR) 기술을 적용한 '팹 2 프로'도 공개해 기술력을 다방면으로 넓혀가고 있다는 점을 세간에 과시했다. 샤오미도 지난 1일 마이크로소프트와 특허 상호 기술사용 협약을 성사시키는 등 중국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기술력 확보에 나선 상황이다.

◆ "생산라인 증설, 기술력 확보에 노력해야"

삼성∙LG전자는 플렉서블 스마트폰 출시와 관련해 공히 말을 아끼고 있다. 

삼성전자 그레고리 리 북미법인 사장이 최근 "삼성전자의 플렉서블 스마트폰은 곧 등장할 것"이라며 "생산단가를 적정한 수준에 맞추기 어려워 출시가 늦어지는 중"이라고 밝혔을 뿐이다. 

전문가들은 연구개발(R&D) 뿐 아니라 생산시설 확충에도 속력을 내야 한다는 조언을 내놓고 있다.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이창희 교수는 "한국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력은 중국보다 적게는 3년, 많게는 5년 정도 앞서 있다"며 "하지만 최근 중국이 인력과 투자를 늘리고 있어 기술 격차가 줄어드는 속도가 무시 못할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 교수는 "논문이나 연구원 수로만 비교해도 규모 면에서 한국에 비해 10배 이상 차이가 난다"며 "한국이 장기적인 경쟁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디스플레이∙반도체 등 생산라인을 확보해 신규 캐파를 확대하고, 제작 소재 등 기술력 확보에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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