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상의 CEO 와인코칭] 괴테가 사랑한 '슐로스 폴라즈'...어떤 매력이 있길래(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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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길상의 CEO 와인코칭] 괴테가 사랑한 '슐로스 폴라즈'...어떤 매력이 있길래(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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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측으로는 기름진 토양의 빈야드가, 성의 뒤쪽으로는 오크와 너도밤나무 숲이 즐비해있다. 와인의 품질은 빈야드의 상태와 수확시기에 따라 달라진다. 수량에 집중하면 품질이 낮아지고, 최고의 품질을 찾으면 자연스레 적은 수량을 생산하게 된다"

독일의 문호 요한 볼프강 폰 괴테가 라인가우 지역을 여행하며 쓴 일기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괴테가 묘사한 이 포도원의 이름은 '슐로스 폴라즈'입니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와이너리로 알려져 있는 곳이죠. 문헌에 기록된 최초 역사가 1211년부터 시작하니 800년도 더 된 곳이네요.

독일은 가장 뛰어난 화이트 와인을 만드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이런 명성을 만들어준 건 라인가우 지역인데요. 라인가우는 '리슬링' 품종으로 주로 와인을 생산합니다.

   
 

라인가우에 위치한 슐로스 폴라즈는 중세시대부터 왕가나 귀족에 와인을 공급하면서 독일 최고의 리슬링 와인 생산자로 명성을 쌓았습니다.

괴테가 라인가우를 여행하면서 방문하고 자신의 일기에 남긴 이유도 이 때문일겁니다.

슐로스 폴라즈에 대해 한 가지 더 알려드리면 독일의 최고 와인등급인 'QmP' 중 하나인 '카비넷'이라는 말을 처음 사용한 곳입니다.

우선 독일 와인 등급에 대해 설명드려야겠네요.

독일 와인은 아래서부터 '타펠바인'-'란트바인'-'QbA'-QmP로 구분됩니다.

타펠바인과 란트바인은 그냥 편하게 마시는 테이블 와인으로 QbA와 QmP는 퀄리티 있는 와인으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QbA는 13개의 와인산지에서 생산하는 와인으로 덜 성숙된 포도를 사용해 저렴한 편입니다.

중요한 건 QmP 와인인데요. QmP는 포도의 성숙 정도에 따라 6개 등급으로 다시 나뉩니다. 보통 수확기에 딴 포도로 만든 카비네트부터 수확이 늦어질수록 슈페트레제, 아우스레제, 베렌아우스레제, 트로켄베렌아우스레제, 아이스바인으로 세분화되는거죠.

아이스바인은 흔히 공항에서 사는 아이스와인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꿀처럼 달콤한 맛은 아주 잘 익은 언(ice) 포도로 만들어지기 때문이에요.

이야기가 좀 길어졌는데 카비넷으로 돌아가면, 1716년 슐로스 폴라즈는 특별 선별한 최상급 와인을 셀러에 따로 보관했는데 이 셀러 이름을 카비넷이라고 불렀습니다. 이후 1971년 독일 와인법이 제정되면서 Qmp 등급 가운데 하나로 카비넷이 만들어진겁니다.

1749년 8월 28일 태어난 괴테는 1832년 3월 22일 세상을 떠났습니다. 육신은 사라졌지만 그가 남긴 '파우스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등은 우리들의 마음에 영원히 남아있죠.

와인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도 그의 기억을 남기고 싶었을까요.

   
 

슐로스 폴라즈는 괴테가 죽은 지 160년이 지난 1992년 그의 이름을 딴 와인을 만듭니다. 바로 '슐로스 폴라즈 괴테 스페셜 에디션'입니다.

리슬링 100%로 만들어진 이 와인은 뛰어난 산미와 기분 좋은 달콤함을 동시에 선사합니다. 코를 간질이는 살구향은 애피타이저처럼 풍미를 배가시키죠.

라인가우 지역의 리슬링, 그것도 슐로스 폴라즈의 리슬링이라면 사실 더 무슨 말이 필요할까요.

슐로스 폴라즈는 와인병도 근사합니다. 와인병으로 사용하는 일반적인 녹색 병 대신 짙은 에메랄드 컬러의 병을 사용해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죠. 이는 빛에 의한 산화를 방지하는 기능도 갖고 있다고 하네요.

참 이 와인을 드실 땐 라벨을 한번 유심히 보세요. 괴테의 모습이 그려져 있는데요. 이는 독일 화가 요한 하인리히 빌헬름 타슈바인이 실제 괴테와 함께 여행하던 중 그린 '캄파냐에서의 괴테'라는 작품입니다.

이길상 와인전문기자(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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