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깐한 대출심사…자영업자들 제2금융 대출로 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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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깐한 대출심사…자영업자들 제2금융 대출로 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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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김유진 기자] #1. 경기 화성시에서 포장자재를 제조하는 김모(55)씨는 최근 경기 불황에 사업 형편이 어려워져 수원 영통에 있는 아파트를 담보로 은행에서 약 2억원을 대출받으려 했다.

그러나 은행 직원은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지난 2월부터 시행되면서 신규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매달 원리금을 갚아나가야 한다고 했다. 매달 200만원에 가까운 거액이었다.

결국 그는 원리금 부담 상환이 없는 한 저축은행을 찾아 대출 상담을 했다. 금리는 연 6%대로, 연 3%대인 은행 이자의 배에 달했다. 하지만 원금을 나눠 갚을 필요가 없었다. 뾰족한 대안이 없던 김씨는 조만간 저축은행을 찾아 대출을 받을 계획이다.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의 깐깐한 대출심사 탓에 은행 문턱이 높아지면서 서민들의 불편과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원리금 상환에 대한 부담이 급증하면서 금리가 더 높은 제2금융권의 문을 어쩔 수 없이 두드리고 있는 것. 이에 따라 제2금융권의 가계 대출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 3월 말 상호저축은행의 가계 대출 잔액은 15조223억원으로, 2006년 말 이후 9년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신용협동조합의 가계 대출도 32조529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상호금융의 가계대출도 155조768억원에 달했다.

이에 따라 제2금융을 찾는 자영업자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소규모 자영업자의 경우 소득이 일정치 않아 분할 상환에 대한 부담이 크다"며 "대출 상담을 받으러 왔다가 그냥 가시는 분들이 많다"고 밝혔다.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은행권에 적용되면서 자영업자들의 '대출 절벽' 우려가 늘어나고 있다.

한국은행의 2015년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금융권의 자영업자 대출(농림·어업 포함)은 작년 6월 말 기준으로 574조5000억원에 이른다.

자영업자의 약 63.6%(330조5000억원)가 기업대출과 가계 대출을 중복으로 받아 대출 규모가 컸다.

이 중 가계 대출만 받은 일부 자영업자 부채는 질적인 측면에서 위험 채권으로 분류된다. 이들 자영업자의 약 16%가 저신용등급(7~10등급)에 속해 있기 때문.

또 3개 이상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도 지난 2010년 318만명에서 작년 6월 344만명으로 늘었다. 이에 따른 부채규모도 282조원에서 348조원으로 증가했다.

문제는 자영업자들 대부분이 경기민감 업종에 종사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9월 기준 자영업자 대출은 부동산임대업 34.4%, 음식·숙박업 10.2%, 도·소매업 16.9% 등 경기 민감 업종에 집중돼 있다

경기변동에 민감한 자영업자들이 비싼 이자에 의존할 경우 신용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희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원리금 상환이 너무 급작스럽다 보니 서민을 중심으로 대출 부담이 갑자기 증가하고 있다"며 "정부의 대출 규제 속도가 너무 빨라, 신용위기 등의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원리금 상환에 대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취급된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62%가 비거치식·분할 상환이다.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시행된 올 2월에는 이 비율이 77%까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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