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살인사건-손길승 명예회장 성추행 '닮은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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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살인사건-손길승 명예회장 성추행 '닮은꼴'
  • 오경선 인턴기자 seon@cstimes.com
  • 기사출고 2016년 05월 27일 07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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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정제 되지 않은 외력·권력 폭력으로 '악성변이'
▲ (자료사진)

[컨슈머타임스 오경선 인턴기자] 강남역 10번 출구 앞. 주인 모를 색색의 메모지가 가까스로 벽에 붙어 바람에 나부꼈다. 사람들은 분노하고 있었다. 넋을 기리는 조화 곳곳에도 침통함이 묻어 있었다.

'여성 혐오'가 아닌 '조현병'이라는 정신병이 이번 사건의 원인으로 결론났다. 가해자는 말이 없다. 간간이 내뱉는 말은 주저리주저리 의미를 알아채기 힘들다.

범행 동기는 중요하지 않다. 신체적 외력을 앞세운 우악스러운 남성의 손이 연약한 꽃을 간단히 꺾었을 뿐이다. 조건이 맞았다면 그 누구라도 피해를 면치 못했을 거란 얘기다.

가해자의 타고난 신체적 우위는 당시 현장에서만큼은 무시 못할 권력이었다. 물리적 '약자'들 입장에서 보면 사회 곳곳이 '안전 사각지대'다. 이들 사이에 불안한 표정이 거둬지지 않는 이유다.

손길승 SK텔레콤 명예회장의 갤러리 성추행 사건이 묘하게 중첩된다.

피해자는 20대 여성. 손 명예회장의 우악스러운 손길은 공포감에 휩싸여 있는 그녀의 다리를 더듬는 데 거침없었다. 도망쳐도 소용없었다. 갤러리 관장 B 씨에 의해 어느새 손 명예회장 앞에 다시 서는 굴욕을 맛봐야 했다. 그렇게 '약자'였던 해당 여성은 권력의 압박 속에 철저하게 유린당했다.

대기업을 이끈 전문 경영인이자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이었던 손 명예회장의 과거는 여성 입장에서 '공포'였을 것으로 추측된다. 직장을 잃게 되는 등 자칫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도 상당하지 않았을까.

권력이라는 보이지 않는 힘 앞에 겨우 손길을 뿌리치는데 그쳤을 그 종업원은 누군가의 딸이자 친구이자 누나였다. 강남역 살인사건 피해자를 여기에 대입해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눈꼴 사나운 건 난무하고 있는 '사후약방문'이다.

강남역 사건을 기점으로 공용 화장실에 대한 치안관리, 범죄 위험성 등에 대한 대책을 강구한다고 한다. 사회 저명인사들 사이에서는 성 추문과 관련해 '조심하자'는 분위기가 빠르게 퍼지고 있다고 한다. 흔들림 없이 유지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국화꽃 한 송이. 얇은 메모지 한 장. 힘없는 그것들이 당장에 바꿀 수 있는 것은 사실상 없다.

다만 이 사회의 부조리함을 고발하는 시민들의 마음이자 점진적으로 고쳐 나가자는 의지의 결정체라는 사실은 오랜 시간 잊히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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