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 '말장난 사과' 역풍…韓 퇴출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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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시 '말장난 사과' 역풍…韓 퇴출되나
  • 한행우 기자 hnsh21@cstimes.com
  • 기사출고 2016년 04월 25일 07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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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 인정 않고 '위로의 말씀'(?)…사과문 '사과 표현' 실종 빈축
   
 

[컨슈머타임스 한행우 기자] 가습기 살균제 '직격탄'을 맞은 옥시레킷벤키저가 한국 시장 퇴출 위기를 맞고 있다.

어렵사리 꺼내든 '사과' 카드가 진정성이 결여된 '말장난'으로 폄하되는 등 여론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증거 은폐, 영국 본사 연루 가능성 등 불리한 정황이 잇따라 포착되고 있는 상태라 '자진 시장철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 옥시 5년만에 '뒷북' 입장 표명

24일 생활용품업계에 따르면 옥시레킷벤키저는 지난 21일 이번 논란과 관련한 입장을 밝혔다. '대국민 사과' 형식이었다. 5년 만의 '소통'이자 롯데마트·홈플러스 등 연관된 국내 기업들이 대국민 사과를 한지 5일만의 일이다. 

옥시 관계자가 검찰에 소환된 이후 시점이라 시기적으로 부적절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여론에 떠밀려 겨우 내놓은 '억지 사과'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그 방식과 내용을 두고 '사과'라고 하기엔 크게 빈약하다는 식의 질타도 끊이지 않고 있다. 

옥시 측은 이메일로 서면 입장문을 '뿌리는' 방법을 택했다. 대표가 직접 수차례 카메라 앞에 고개를 숙이는 등 전면에 나서 일을 진행한 롯데마트와는 대조적이다.

내용에서도 유해 제품 제조·유통으로 사람을 죽고 다치게 한 잘못을 인정하는 표현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좀 더 일찍 소통하지 못해 실망과 고통을 안겨드리게 된 점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는 서문에서는 입장 표현이 늦어진 데 대해서만 미안함을 표했다.

이후에는 '사과'라는 단어가 글에 단 1차례도 나오지 않는다. 대신 옥시는 해당 글에서 '위로의 말씀'이라는 표현을 2차례 사용했다. 

'위로'란 '따뜻한 말이나 행동으로 괴로움을 덜어 주거나 슬픔을 달래 준다'는 의미다.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사용하기엔 적절치 못한 단어 선택으로 비쳐진다. 

옥시 측이 이 글에서 '가해자'로서의 위치를 의도적으로 '배제'했다는 얘기다. 오히려 피해자들을 안타깝게 여기는, 사건과 무관한 '제3자'의 동정 어린 시선을 차용했다.

얼핏 사과문 형식을 띠고 있지만 행간을 짚어보면 오히려 교묘하게 책임을 피해가는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풀이가 나온다.

'2014년 50억원의 인도적 기금을 기탁했습니다만 이번에 위 기금에 추가로 50억원을 더 출연하고자 합니다'라는 부분도 마찬가지.

가해업체로서의 '피해보상'이 아닌 '인도적' 차원에서 '기부' 성격으로 내놓겠단 의미가 읽힌다.

한술 더 떠 '다른 기업들도 이번 사건의 해결을 위해 노력하기 시작한 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며 타 업체들을 평가하는 여유(?)까지 보였다.

옥시가 늘어놓은 변명에 피해자와 가족들, 시민단체, 소비자들의 분노는 커지고 있다. 불붙은 불매운동에 기름을 끼얹은 모양새다.

실제 파급력이 큰 블로그·인터넷 카페·SNS등을 중심으로 살인기업 제품을 불매하고 한국시장에서 아예 퇴출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옥시크린 △쉐리 △물먹는 하마 △이지오프뱅 △옥시싹싹 △스트렙실 △개비스콘 △데톨 △비트 △숄 등 현재도 옥시가 국내에 판매하는 제품을 열거하며 절대 구매하지 말자는 의견이 압도적이다.

검찰의 집중 수사에 따라 사건 은폐 시도 정황과 영국 본사 개입 가능성 등이 속속 드러나면서 옥시의 국내 입지는 회복 불가능 수준으로 타격을 입고 있다.

검찰은 문제가 된 가습기 살균제의 인체 유해성을 경고한 서울대 연구팀의 보고서를 옥시가 은폐한 것으로 보고 있다.

홈페이지 게시판 내 살균제 부작용 관련 의심글을 삭제하는 등 증거인멸 시도 의심도 받고 있다.

영국 본사의 개입 정황도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본사가 한국지사로부터 가습기 살균제 파문과 관련한 보고를 수시로 받으며 지시를 내린 증거들을 검찰이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환경보건시민센터는 옥시의 거짓 사과에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옥시 측 입장문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이건 사과가 아니다. 살인자는 처벌되어야 할 대상'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 옥시레킷벤키저 제품 불매 운동에 동참할 것을 호소하는 글들이 22일 온라인을 중심으로 줄을 잇고 있다.

◆ '사과한다'는 말 없지만 '사과문'은 맞다? 

한 관계자는 "옥시의 입장은 지금도 '안전관리 수칙을 지켰다'는 것"이라며 "즉 대한민국 정부의 역학조사 결과와 동물실험조사결과가 잘못됐다는 말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피해자들과 환경단체가 361회 동안 일인시위를 통해 사과하고 피해대책을 내놓으라고 했는데 단 한번도 옥시는 나타나지 않았었다"며 "수십여 차례의 기자회견도 마찬가지였고 문전박대하며 만나주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그간 '무대응'으로 일관하던 옥시레킷벤키저 측은 '사과문' 배포 이후 언론과 소통의 길을 열어뒀지만 여전히 구체적 입장을 들을 수는 없었다.

회사 관계자는 "이게 사과문은 아니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사과문이 맞다"고 답했다.

그러나 "그렇다면 어째서 '제품으로 피해를 입은 이들에게 사과한다'는 표현은 한 줄도 들어있지 않냐"고 묻자 "거기에 대해선 할 말이 없다"고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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