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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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
  • 이해선 기자 lhs@cstimes.com
  • 기사출고 2016년 04월 25일 07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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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기업 '살인죄' 적용…롯데마트 면피성 사과 진정성 없어"
   
 

[컨슈머타임스 이해선 기자] 수 많은 산모와 영유아를 죽음에 이르게 한 가습기 살균제 사건 가해업체에 대한 검찰 수사가 5년 만에 본격화됐다. 

지난 2011년 폐질환 증상으로 입원한 임산부들이 연쇄 사망하며 불거진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2012년 검찰의 시한부 기소중지 결정으로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지는 듯 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피해자 접수와 일인시위를 이어오며 피해자 가족과 함께 검찰 재수사를 요구해온 환경보건시민센터는 결국 지난해 10월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기까지 상당한 역할을 했다.

지난 5년간 가습기 살균제 사건 피해자를 위해 함께 싸워온 환경보건시민센터 최예용 소장에게 직접 그간의 과정과 향후 전망을 들어봤다.

◆ 석면 추방 위해 창립된 센터…2011년부터 가습기 살균제 사태에 전념

Q.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

== 2010년 2월부터 준비위원회 모임을 갖고 10월 창립한 시민환경단체입니다. 전문가와 운동가, 피해자가 함께 아시아지역의 공해문제해결에 앞장서는 시민운동을 전개하고자 창립됐습니다.

환경보건시민센터의 3대 활동방향은 환경오염 건강피해 조사연구와 공해피해자 지원활동, 아시아 환경보건운동입니다.

본래 석면 추방운동과 조사연구를 먼저 시작했으나 2011년 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터지면서 이 문제에 전면적으로 매달리고 있습니다.

사건 초기 많은 관심을 모았던 것과 달리 가습기 사태는 점차 잊혀져 갔지만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지속적으로 이 문제를 알리고 피해사례를 접수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Q.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관련해 이제껏 진행해 온 활동들은 어떤 것들이 있나.

==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불거지고 강제 리콜 요구와 상품명단을 공개했습니다. 그리고 현재까지 광화문과 국회, 검찰청, 여의도 옥시 본사 앞 등에서 피해대책 촉구를 위한 일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2012년에는 형사고발과 집단소송을 진행했으며 피해자대회와 추모제도 열고 있습니다.

지난해 5월에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과 함께 영국 옥시레킷벤키저 본사 앞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알리고 책임 규명을 요구하는 시위도 벌였습니다.

당시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시위 소식을 알리면서 '가습기 살균제를 만든 옥시레킷벤키저 본사는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12월에는 서울대 보건대학원 직업환경건강연구실과 공동으로 전국 성인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국민 여론조사도 실시했습니다.

조사결과 응답자의 84.9%가 '국회에 계류 중인 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법안을 제정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Q. 2012년 부터 일인 시위를 이어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 가습기 살균제의 피해자는 현재까지 피해 신고를 받은 것만 1500명이 넘어가고 이중 사망자도 230여명에 달하고 있습니다.

가습기 살균제가 판매되기 시작한 것은 1994년부터입니다. 집단 사망사건이 발생돼 판매가 중단된 2011년까지 장장 17년간 수많은 피해자들이 원인을 모른 채 죽어갔습니다.

잠재적 피해규모는 검찰 추산 800만이지만 우린 1000만명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사건 발생 시점부터 지속적으로 가해 기업들의 사과와 보상을 요구했으나 롯데 마트의 사과 전까지 지금까지 단 한번도 사과를 듣지 못한 채 사건은 서서히 잊혀져 갔습니다.

가족을 잃고 가정이 망가진 수 많은 피해자의 아픔을 알리고 검찰 수사를 촉구하기 위해 시위를 지속하고 있는 것입니다.

 ▲ 광화문에서 일인시위를 하고 있는 최예용 소장.

◆ 롯데마트 피해자 무시한 채 진행된 사과 '실망'…피해가족 심리치료 동반돼야

Q. 롯데마트 기자회견 내용을 어떻게 봤나. 진정성 논란이 있는데.

== 검찰 조사를 앞두고 벌인 보여주기 식 '쇼'라고 생각합니다. 피해자들 역시 롯데마트의 사과를 받을 생각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정작 사건의 당사자인 피해자들에게는 아무런 연락도 없이 진행된 회견은 도대체 누구에게 사과를 하는 것인지 의문이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롯데가 진심으로 피해자들에게 사과할 뜻이 있었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피해자들에게 연락하고 피해자들 앞에서 사과했어야 합니다. 면피성 사과로 밖에 생각할 수 없습니다.

Q. 현재 정부에서 피해자 보상 대책으로 의료 실비를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 정부에서 지원하는 것은 기업에 대한 구상권을 담보로 단순한 의료 실비만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습기 살균제로 사망한 1~5세의 영유아와 30대 산모 중에는 제대로 손 한번 써보지 못하고 증상 발생 2~3개월 만에 세상을 떠난 사례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는 병원비는 얼마 되지 않지만 많은 가정이 이 사건으로 파탄에 이르렀습니다. 의료 실비 만으로는 결코 보상이 될 수 없는 이유입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로 아이를 잃은 가정들의 가족관계는 매우 위태롭습니다.

원인이 알려지기 전에는 왜 그랬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리고 원인을 알게 된 이후에는 왜 그런 제품을 사다 썼느냐고 하는 질책의 말들이 살아남은 가족과 친척들 서로에게 비수가 되어 꽂혔습니다.

그리고 적지 않은 부부들이 이러한 상황을 이겨내지 못했으며 환자로 살아가고 있는 피해자들의 가정도 조마조마한 경우가 많습니다.

피해자들을 위한 물질적 지원과 구제는 물론이고 '가습기 살균제 환경성 질환 환경보건센터'와 같은 기구를 만들어 피해 조사와 환자 관리와 함께 흔들리는 가족관계를 잡아주는 사회 심리적 지원 프로그램이 가동되야 합니다.

Q. 핵심 가해 기업인 옥시레킷벤키저는 법인 해체 등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피해자들의 약 80%가 '옥시싹싹 가습기당번'을 사용했습니다.

처음 시장에 가습기 살균제가 출연했을 때, 소비자들은 외국계 대형 생활용품사의 '인체에 무해하다'는 말을 믿고 의심 없이 사용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옥시는 가습기살균제에 유독물질인 PHMG를 집어넣으면서도 동물실험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검찰 조사 결과 옥시측은 지난 2011년 한국건설생활 환경시험연구원에 의뢰한 실험에서 자사 제품으로 인한 허파 손상 가능성이 있다는 결과가 나오자, 이를 숨긴 혐의도 드러났습니다.

옥시측은 인체의 유해한 것을 알고도 제품을 판매한 것 입니다. 이는 '연쇄 살인' 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인 해체를 비롯해 소비자들이 피해를 알리는 게시판 글을 삭제하고 증거를 조작하는 등, 단순 부정을 넘어선 행동을 하고 있습니다.

옥시는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을 인지하고도 제품을 판매한 만큼, 살인죄를 적용해 엄중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최예용 소장은?

서울대학교 금속공학과를 졸업하고 런던대학교에서 대학원 과정을 마쳤다. 이후 서울대학교에서 보건대학원 환경보건학 박사과정을 수료한 후 환경운동연합시민환경연구소 소장을 맡고있다. 석면전문가로 통하며 환경운동권에서 몇 안되는 박사급 전업활동가로 최근 환경운동연합으로부터 제4회 '임길진환경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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