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광원의 볼록렌즈] 인공지능과 언론, 기자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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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광원의 볼록렌즈] 인공지능과 언론, 기자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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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윤광원 기자] 지난주 최대의 화제꺼리는 단연 이세돌 9단과 구글이 개발한 인공지능 '알파고'의 바둑대결이었다.

인간과 기계의 한판 승부, 세기의 대결 등으로 불리며 바둑의 '바'자도 모르던' 사람들에게도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이는 앞으로 다가올 인공지능과 인류의 미래에 대해 미리 생각케 하는 계기가 됐다. '혹시 기계가 사람을 지배하게 되는 것 아닐까' 하는 영화같은 막연한 두려움에서부터 '기계가 내 일자리를 빼앗아 갈 것'이라는 현실적 고민 때문이다.

지난 2013년 7월 발간된 영국 옥스포드대학의 '고용의 미래'라는 논문은 702개 직업의 기계(로봇)에 의해 대체될 확률을 제시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전체 직업의 절반 가까이가 교체 확률 70% 이상이라고 한다. 텔레마케터, 회계사, 우편배달부, 트럭·트렉터 운전사, 부동산중개사 등은 80~90%대다.

그러나 인공지능의 발전을 고려한다면 이것도 옛날 얘기다.

논문에서 교체 확률 40% 내외로 본 배우는 이미 영화제작 현장에서 인공 배우가 맹활약중이고, 20%대인 금융분석가도 '로보 어드바이저'란 형태로 우리나라 금융회사에도 속속 도입되고 있다.

교체 확률이 10% 미만으로 예측된 변호사, 의사, 교사 등 전문직도 곧 인공지능으로 대체 혹은 보조수단으로 본격 등장할 전망이다.

이미 인공지능에 의한 진단이 숙련 의사보다 오진률이 낮다는 게 증명됐고, 로봇과 결합한 수술도 가능한 시대다. 법률시장에서 법조문과 판례를 찾고 응용하는 것도 인공지능이 맹활약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렇다면 과연 내 직업인 언론과 기자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여러 언론사들이 로봇이 쓴 기사를 속보 전달에 일부 활용하고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기사작성 프로그램인 '퀘이크봇'을 지진 관련 데이터나 살인사건 속보 등에 활용하고 있으며, 국내 일부 언론사도 단순 속보처리에 비슷한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이준환 교수 연구팀도 프로야구 경기결과에 대한 로봇 기사를 만들어 페이스북과 트위터로 서비스중이다.

그러나 컴퓨터가 쓰는 기사는 아직 기상, 스포츠, 주식 등 단순·간단한 속보에 그친다. 앞으로 인공지능이 더욱 발전하면 정부나 기업의 보도자료를 스트레이트 기사화 하는 것도 가능해 질 것이다.

그러나 모든 언론사가 서비스하는 풀기사는 별 가치가 없다. 출입처 동향을 파악하고 취재원을 만나 만들어내는 '단독' 기사는 인간 기자만 가능하다. 해설, 칼럼, 사설 등 주관성이 강한 영역에 인공지능을 활용하기는 더 어려울 것이다.

강형철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에 따르면, 이준환 교수팀은 로봇은 경쟁이 아닌 인간 기자를 도와주는 측면에서 데이터를 수집해 알려주는 보조 역할에 머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로봇 저널리즘' 연구자인 카카오의 김대원 박사는 "저널리즘의 핵심은 기사의 가치 판단과 의제 설정인데, 로봇은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단언했다.

그렇다면 안심해도 될까. 그건 아닐 것이다.

앞으로의 언론과 기자는 단순 보도만으로는 살아남기 어렵다. 자기만의 관점과 주관, 색깔이 필요하고 특히 '인문학적 소양'이 요구될 것이다.

강형철 교수는 "미래에도 기자는 살아남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모든 기자가 아니라 신뢰도 높은 언론사의 신뢰도 높은 기자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기자 뿐만 아니라 미래를 걱정하는 모든 이들에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앞으론 아이들에게 영어나 의학, 법률 따위를 가르치지 마라. 그런 것들은 기계가 다 해줄 것이다. 책을 읽혀라. 그것도 인문서적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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