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당신을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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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당신을 생각했다
  • 이해선 기자 lhs@cstimes.com
  • 기사출고 2016년 03월 16일 07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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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이 / 부키 / 248쪽 / 1만3800원
   
 

[컨슈머타임스 이해선 기자] 2010년 초반부터 일기 시작한 제주 이주 붐, 그 대열에 앞장선 이주민들을 흔히 이주 붐 1세대라 일컫는다.

이 행렬에 일찌감치 합류한 이주 붐 1세대 김재이 부부가 지난 2011년부터 발붙이고 있는 제주에서의 수수한 삶이 이 책에 담백하게 기록돼있다.

저자는 이주를 꿈꾸는 많은 사람들에게 그가 겪은 제주살이의 희로애락을 가감 없이 전하고 싶어 시작한 블로그를 토대로 이 책을 썼다.

생계에 쫓겨 살며 하루하루 연명하는 생활을 과연 '삶' 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육지에서 영세 자영업자로 사는 삶이란 생존에 허덕이며 외줄 타듯 겨우 버텨 내는 불안한 나날의 연속일 뿐이다.

저자가 평생을 보낸 서울을 뒤로 하고 남편과 돌연 제주로 날아간 까닭이다.

하지만 아무런 연고도, 변변한 배경도, 넉넉한 돈도 없는 부부를 기다리고 있는 건 40년된 농가주택과 20년된 슬래브 주택이 전부.

셀프 리모델링으로 내외가 기거할 집과 번듯한 레스토랑을 차리기까지, 부부의 지난한 안착 과정이 그곳에서 만난 선주민, 이주민들의 이야기와 직조되면서 휴식 같은 제주에서의 삶이 조금씩 그 모습을 드러낸다.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꿈꾸며 감행하는 '낯선 땅살이'가 윤택한 삶을 거저 가져다 주는 건 아니다.

무릇 '이주'란 살림의 규모나 환경의 변화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생활의 기반을 새롭게 다지며 적극적으로 꾸려가야 할, 또 다른 삶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다시 사는 생인 만큼 성공과 돈을 좇으며 낭비하는 삶이 아니라 잃어버린 삶의 진정한 의미를 도로 찾고 음미하는 즐거운 여정이어야 한다.

도시내기 자영업자였던 저자는 제주에서 자연과 이웃을 보듬으며 도시살이의 갖은 후유증을 치유하는 여정에서 더불어 사는 소박한 삶의 아름다움에 서서히 가 닿는다.

그렇게 이제 막 '육지것'에서 '제주것'으로 정체성이 바뀌었건만, 가까운 미래에 제주 남단의 가파도로 다시금 거처를 옮기려는 부부.

행복한 삶은 그저 바라고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선택할 때 실현되는 것임을 부부의 제주살이가 웅변한다.

제주에서 당신을 생각했다 / 김재이 / 부키 / 248쪽 / 1만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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