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B코리아 '살인죄' 국내 사업 존폐 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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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B코리아 '살인죄' 국내 사업 존폐 기로
  • 한행우 기자 hnsh21@cstimes.com
  • 기사출고 2016년 02월 17일 07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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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핵심 증거 '확보' 처벌의지 '확고'…"황사 때문? 황당할 따름"
   
▲ RB코리아(구 옥시레킷벤키저)의 '옥시싹싹 가습기당번'은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인체에 안전한 성분을 사용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는 문구가 눈에 띈다. 이 제품은 현재는 시중에서 판매되지 않고 있다.

[컨슈머타임스 한행우 기자]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이 5년만에 새 국면을 맞이하면서 '최대 가해자'로 지목된 RB코리아(옛 옥시레킷벤키저)가 존폐 위기를 맞고 있다.

살균제 제조사에 '작위·부작위에 의한 살인죄' 적용을 검토중인 데다 '유의미한' 증거를 검찰이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여론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살인 기업'이라는 꼬리표를 달게 될 경우 국내에서의 사업 지속이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관측이다.

◆ 檢 전담팀 구성, 가습기 살균제 제조사 압수수색

16일 검찰과 생활용품 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형사2부는 전날인 15일 옥시레킷벤키저와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가습기 살균제 제조사를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이번 압수수색으로 검찰은 회사 임직원이 자택과 이직한 직장 등으로 빼돌린 다량의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해 10월에 이어 지난 2일과 3일에도 옥시레킷벤키저 본사와 연구소, 핵심 임직원 자택 등 26곳을 수색했다.

지난달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 조사를 위한 전담 수사팀을 구성한 뒤 수사에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전담팀이 생기면서 기존 검사 1명이 담당했던 사건을 부부장, 평검사 등이 함께 맡게 됐다. 국민 생명∙안전과 직결된 사건인 만큼 검찰 내부에서 강력한 해결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작위∙부작위에 의한 살인죄' 적용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 중이라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업계에 파장이 일고 있다.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곳은 옥시레킷벤키저다.

환경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정부조사를 통해 확인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530명중 76%인 403명이 '옥시싹싹' 제품을 사용했다.

사망자 142명중에서는 70%인 100명이 옥시싹싹을 썼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가습기 살균제로 손상을 입고 폐 이식 수술을 한 피해자 14명 중 11명이 옥시싹싹을 사용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옥시 측이 '최대 가해자'로 지목되는 이유다.

더 큰 문제는 피해가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이다. 집계되지 않은 잠재 피해자가 수백명, 수천명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지난달 기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는 1282명으로 늘었고 사망자 수는 모두 218명으로 나타났다. 환경단체들이 피해자 찾기에 적극 나선 결과다.

피해자들은 여전히 가해 업체로부터 제대로 된 사과나 보상을 받지 못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피해자들이 지난해 5월 불편한 몸을 이끌고 영국 레킷벤키저 본사까지 날아가 며칠 동안이나 항의 시위를 벌인 배경이다.

옥시레킷벤키저는 사건 발생 이후에도 5년간 국내에서 별 타격 없이 사업을 영위해왔다.

국내에서 △옥시크린 △데톨 △물먹는 하마 △비트(Veet) △듀렉스 등 소비자 관여도가 높은 생활용품과 △개비스콘 △스트렙실 등의 의약품을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수사망을 빠져나가기는 어려워 보인다. 진상 규명과 처벌에 대한 정부∙사법부의 의지가 어느 때보다 강해서다.

긴 시간 다국적 기업 등을 상대로 외로운 싸움을 벌여온 환경보건시민센터와 피해자 가족모임 등 시민사회와 개인의 노력 덕분으로 풀이된다.

옥시 측은 지난 2014년 RB코리아로 사명을 바꾸면서 '이미지 세탁용'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이름을 버린 뒤 개비스콘 등을 내세워 의약품 사업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이번 사건이 살인죄로 판명 날 경우 국내 사업 존치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생활용품은 물론 생명에 직결되는 의약품을 판매하는 업체 측 이미지 타격이 회복 불능 수준일 것이란 분석에서다.

◆ "사과·보상 없어…굴지의 로펌 내세워 황당한 얘기만"

▲ 지난해 12월 폐이식 수술을 받은 '옥시싹싹' 가습기 살균제 사용 피해자 (사진=환경보건시민센터)

환경보건시민센터 최예용 소장(환경보건학 박사)은 "업체가 제품 독성 검사를 제대로 했는지, 인체 유해성을 사전에 알고도 제조∙유통을 했는지 여부가 (살인죄 적용 여부의) 쟁점"이라며 "먼지 털기 식에 불과한 조사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업체 측의 사과나 보상이 있었냐는 질문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그게 피해자와 소비자들이 분노하는 이유"라며 "굴지의 로펌을 내세워 '피해자 사망이 황사 때문'이라는 등의 얘기를 하고 있으니 황당할 따름"이라고 한탄했다.

또 "이미 누가 (피해자들을) 죽였는지 결과까지 나왔는데도 별 타격 없이 5년여간 사업을 지속하고 '아동 사망 예방 캠페인' 참여 등으로 회사 홍보를 하고 돈을 버는 것은 우스운 일"이라고 꼬집었다. 

관련해 RB코리아 측 입장을 듣고자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지난 2011년 발생한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은 영유아와 임산부 수십명을 숨지게 한 원인 미상 폐섬유화 질환의 원인이 가습기 살균제로 밝혀지면서 시작됐다. 

문제의 제품에 사용된 살균물질 PHMG와 PGH는 피부에 닿거나 소량을 먹을 때는 독성이 적지만, 흡입하면 폐가 부풀어 오르고 호흡이 곤란해지는 등 치명적인 폐 손상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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