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짐 싸는 쿠쿠전자·신원 등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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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짐 싸는 쿠쿠전자·신원 등 '한숨'
  • 한행우 서순현 기자 camille@cstimes.com
  • 기사출고 2016년 02월 11일 16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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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규모 6000억원 피해액 6조원 추산 "북한보다 우리 기업 더 손해"
   
 

[컨슈머타임스 한행우 서순현 기자]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 결정의 '불똥'을 정면으로 맞은 쿠쿠전자·신원 등 입주 기업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금전적 피해는 물론 남북관계 경색에 따라 사실상 '재가동'에 대한 기약이 없는 상태라 짐을 싸는 기업들의 발걸음이 무거울 수 밖에 없는 상황.

입주 기업들과의 사전 조율·상의 절차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정부가 중소·중견 기업들의 피해를 방치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전문가들 사이에 나오고 있다.

◆ 생산차질·납품계약 파기…피해액 6조원 추산

12일 재계에 따르면 정부가 개성공단 운영 전면 중단을 선언함에 따라 공단 입주 기업들의 타격이 가시화되고 있다. 

대표 기업은 쿠쿠전자다. 쿠쿠전자 개성법인은 공단 내부에 생산기지를 두고 동남아 등 제3국 수출용 저가형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개성 생산기지에서는 연간 84만대의 전기 보온밥솥이 생산된다. 이는 약 400만대에 달하는 쿠쿠전자 전체 연 생산량의 20% 수준이다. 중국을 중심으로 성장가도를 달리던 사업에 제동이 걸리게 된 것.

특히 쿠쿠전자의 경우 이번 조치로 동남아 시장 확대 전략에 차질을 빚게 될 것으로 분석된다.

광명전기, 자화전자, 재영솔루텍, 인지컨트롤스 등 전자기업들도 인력 귀환, 설비·완제품 반출 등 철수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패션기업들도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 2월 현재 개성공단 입주기업 총 124개 중 섬유·의류 업종의 비율은 58%로 가장 높다.

신원, 인디에프, 좋은사람들, 로만손 등 중견기업을 포함해 완제품과 의류 소재를 납품하는 중소기업들이 개성공단에 대거 입주해 있다.

당장 이들 기업의 주가가 이날 오전부터 곤두박질 치는 등 금전적 손실이 시작된 상태다. 

게다가 대부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 운영이기 때문에 생산에 차질이 생길 경우 거래가 끊길 가능성이 높아 손해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신원 관계자는 "정부 결정에 기업이 왈가왈부하기 어렵다.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면서도 "타격이 없다면 거짓말"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 관계자는 "이미 생산된 물건 반입이 어려울 수 있고, 생산처를 바꾸게 되면 생산 퀄리티나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는 문제가 있다"면서 "또 개성공단을 벗어나면 공임이 비싸지니 이로 인한 여러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플랜B'를 가동하겠다는 방침이다.

통일부가 집계한 지난해 1~11월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총 생산액은 5억1549만 달러(약 6187억원)다. 올해 예상 생산 규모도 6000억원을 넘는다.

공단 가동이 중단된다면 투자비부터 생산차질, 납품계약 파기, 협력업체의 동반 부도까지 직접적인 피해액만 6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 "기업 피해, 대출이나 보험으로 보상 안돼"

쿠쿠전자 관계자는 "정부 측에 입장을 전달하고 답변을 기다리는 상태로 최종 결정은 정부에게 달려 있다"며 "다양한 계획들을 논의하고 있으나 실질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정부는 국무조정실장 주관 합동대책반을 구성해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에 대한 피해보상과 경영 정상화를 위한 지원방안을 강구하겠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 같은 피해구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번 결정이 북한보다 우리 기업에 더 큰 타격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김근식 교수는 "북측이 입는 피해보다 오히려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이 입는 피해가 훨씬 더 크다고 봐야 한다"며 "사업을 중단함으로써 기업들이 입을 전체적인 피해량을 따져보면 대출이나 보험 같은 방안으로는 보상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현 정권의 입장을 보여주는 굉장히 자해적인 행동"이라며 "이번 제재가 실효성 있게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방지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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