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진 '우아한 형제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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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진 '우아한 형제들' 대표
  • 한행우 기자 hnsh21@cstimes.com
  • 기사출고 2015년 08월 10일 07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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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 창출보다 고객 창출…수수료 낮춘 혜택 소비자에 돌아갈 것"
▲ 바로결제 수수료 0%와 관련해 입장을 표명하고 있는 김봉진 대표.

[컨슈머타임스 한행우 기자] 젊다. 유쾌하다. 김봉진 대표의 솔직해서 거칠 것 없는 답변을 듣고 있자니 떠오른 생각이다.

CEO 특유의 권위는 물론 공격적인 질문에 대한 방어적 태도나 불편한 기색도 찾아볼 수 없었다. 매출·수익성 등 다소 민감한 부분을 찔러봐도 "저희도 저희가 걱정돼요"라며 시원한 웃음으로 답했다.

'오늘 먹을 치킨을 내일로 미루지 말자', '다이어트는 포샵(포토샵)으로', '우리 위장 부르게 부르게' 등의 명문(名文)은 이처럼 수평적 소통과 위트에 익숙한 사내 문화가 있었기에 가능했구나 싶었다.

업계 최초로 '수수료 0%'를 선언하며 당장의 이익보다 더 중요한 상생의 가치를 찾아가겠다는 그의 도전정신 앞에선 '비판적 논조'를 견지해야 하는 기자라 해도 차마 박수를 아낄 수가 없었다.

◆ "수수료 0%, 배달 산업 건강하게 바꾸는 선순환 구조"

Q. 배달애플리케이션의 등장으로 소비자들의 음식 주문 문화가 바뀌었다.

== 지난 5년간 배달의 민족은 배달 음식 주문 습관을 바꾸는 데 주력했습니다. 전단지를 찾아 전화로 주문하던 방식 대신 스마트폰으로 주문부터 결제까지 끝내는 방식을 소개한 것입니다.

사진 리뷰 기능과 통합포인트 적립, 다양한 결제수단의 제공은 기존의 배달 산업에서 상상할 수 없었던 혁신이었습니다. 이제 배달의민족은 매월 300만 명이 이용하고 월 주문량이 500만 건에 달하는 서비스가 되었습니다.

배달의민족의 가장 중요한 성과 중 하나는 전단지로 대표되는 고비용 저효율 광고를 혁신한 것입니다. 2010년 6월 스마트폰과 함께 등장한 '배달의민족'은 전단지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효과적인 광고를 가능케 했습니다. 많은 자영업자가 배달의민족의 효과를 인정했고 현재 약 15만 개의 업소가 배달의민족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Q. 그간 영세업자들을 대상으로 한 고가의 수수료 논란도 적지 않았다. 이번에 업계 최초로 '수수료 0%'를 선언하며 완전히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 배달의민족 존재 가치는 단순히 광고 플랫폼을 만들고 주문을 중개해주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소상공인에게 효과적인 광고를 제공하고 소비자에게는 주문의 편리함을 제공함으로써 배달 산업을 건강하게 바꾸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그동안 배달의민족은 업주 부담감을 줄이기 위해 바로결제 수수료를 낮추는 노력을 계속 해왔습니다. 지난 1년간 꾸준히 노력한 결과 평균 9.5%였던 수수료가 지난달 기준 6.47%까지 낮아졌습니다. 이제 이 수수료를 0%까지 낮추고자 합니다.

Q. 매출 타격이 불가피하다.

== 지난 1년 간의 고민 끝에 결정한 배달의민족의 새로운 도전입니다. 유사 업종에서 단 1번도 시도되지 않았던 혁신이며 배달 산업을 선 순환 구조로 만들어 가는 과정의 일환입니다.

모바일 결제가 일상화 된 현재 유통 산업에서 수수료를 받지 않는 것은 사실 상 불가능합니다. 저희 같은 회사가 모바일 결제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결제 시스템 구축·운영비, 인건비가 지속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결코 적지 않은 비용입니다. 하지만 당장의 매출을 늘리는 것 보단 고객을 늘리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수수료 0%의 도전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수수료 0%가 되면 이에 대한 반사 이익 대부분이 소비자 혜택으로 돌아갈 것이라 믿습니다. 포인트 적립이나 각종 제휴 할인 등 기존 혜택도 그대로 유지 됩니다.

Q. '배달앱'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의 등장으로 점주들 입장에서는 본래 존재하지 않던 수수료가 발생한 셈이다. 없던 것을 만들어 놓고 다시 없애면서 '도전'이라 말하는 것은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 전단지 보다 배달앱이 훨씬 좋다는 것을 알지만 전단지에 대한 의존을 아직 완전히 없앨 수는 없습니다. 100% 앱으로 전환되면 좋겠지만 전단지도 돌려야 하고 앱에 광고도 해야 하는 과도기라고 보여집니다. 때문에 배달앱으로 인한 추가적인 광고비 부담 지적도 일부 맞습니다.

하지만 실제 이익으로 따졌을 때 전단지 광고비보다 배달앱 광고가 효율이 훨씬 좋습니다. 전단지 광고 의존도를 줄이면서 배달앱 이용을 늘리면 점주님들의 이익도 늘 거라고 생각합니다.

실제 배달업소 광고 실태조사(마크로밀엠브레인)에서 '배달업소 사장님이 직접 진행한 광고 중 효과적이었던 광고 매체'에 응답자의 80.8%가 배달앱을 꼽았습니다. 또 '배달업소 사장님이 주변 업소에 추천하고 싶은 광고 매체' 항목에서도 배달앱이 67.3%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 지난달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배달의민족 윤현준 상무, 우아한청년들 김수권 대표, 우아한형제들 김봉진 대표, 배민FRESH(덤앤더머스) 조성우 대표(왼쪽부터)가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Q. '좋은 음식을 먹고 싶은 곳에서'라는 새 비전을 내놨다.

== 앞으로 새로운 비전 아래 국내 음식 배달 산업을 혁신하고자 합니다. 이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투자를 아끼지 않을 계획입니다.

지난 5월 합류한 신선식품 정기배달 서비스 '덤앤더머스'는 '배민FRESH'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재탄생 합니다. '배민FRESH'는 28대의 냉장 트럭과 효율적인 물류 시스템을 갖추고 반찬, 주스, 샐러드, 빵, 국, 과일, 야채 등 식료품을 가장 신선한 상태로 배달해줍니다.

6월에는 외식 배달 서비스 '배민라이더스'를 시작했습니다. 한 달 밖에 되지 않은 서비스로는 괄목할 만한 성과가 나오고 있습니다. 8월부터 강남에 진출하고 연내 서울 주요 지역으로 서비스가 확대 됩니다.

이 모든 것이 '좋은 음식을 먹고 싶은 곳에서'라는 새로운 비전을 구체화하는 과정입니다. 앞으로 배달의민족에서 주문 할 수 있는 음식들은 점점 다양해 질 것이며, 친절하고 깔끔한 배달원이 가장 좋은 상태의 음식을 가져다 줄 것입니다.

◆ "수수료보다 신사업에 집중…정체성 지켜나갈 것"

Q. 매출에 비해 영업손실이 상당하다. '캐시카우' 확보가 시급한 시점인데도 오히려 수수료를 포기한 것은 무모하지 않나. 

== 지난해 매출 291억원, 영업손실 150억원 가량을 기록했습니다. 물론 올해도 마이너스를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0%로 낮춘) 바로결제 수수료는 우리 총 매출의 30% 정도를 차지합니다. 당장 망하지는 않겠지만 매출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저희는 매출을 어떻게 늘릴까 보다 고객을 어떻게 늘릴까를 고민했습니다. 그래야만 더 건강한 회사가 될 것 같다는 믿음으로 말입니다. 저희도 저희가 걱정이 되긴 합니다.(웃음) 하지만 여러 신사업을 시작하는 만큼 수수료보다 새로운 사업에서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Q. 연매출 30% 포기. 투자사들과의 갈등은 없었나.

== (기자들이) 우리보다 더 우리회사를 걱정하는 것 같습니다.(웃음) 처음 의견을 피력하자 투자사들이 조금 당황하긴 했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비즈니스 모델에만 머물 것인가 아니면 1번 더 '피버팅'을 할 것인가를 상호 논의한 결과 지금은 저희의 생각을 많이 지지해주고 응원해주는 상태입니다.

Q. 최근 배달앱 경쟁이 거세지면서 업계에서 '영화 같은 광고'가 보편화되고 있다. 마케팅 비용 출혈이 상당할 텐데 언제까지 계속할 생각인지. 

== (출혈경쟁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경쟁사에 물어봐 주세요.(웃음)

Q. 독특한 감성의 광고로 화제를 모았고 배우 류승룡은 '배달의 민족' 아이콘이 됐다.

== 지난해 성과 중에는 마케팅에 대한 것이 큽니다. 상도 많이 받았고 업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소위 '키치'라거나 'B급'이라는 우리만의 정신, 콘셉트를 계속 유지할 생각입니다. 그게 우리의 정체성이며 이를 지켜나가는 게 사업을 잘 해내는 것 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또한 위트있는 광고·마케팅을 통한 소비자와의 커뮤니케이션에도 큰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Q. '우아한 형제들'은 스타트업의 대표 사례로 자주 거론된다. '스타트업'에 대한 본인만의 철학은.

== 스타트업이란 말 그대로 '스타트'입니다. 불가능에 도전하고 좋은 것을 더 좋게 만드는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 김봉진 대표는? 

서울예술대학에서 실내디자인을 전공했으며 국민대학교에서 시각디자인 석사과정을 마친 디자이너다. NHN과 네오위즈, 이모션에서 디자이너로 일했다. 이후 창업에 나서 2번만에 '우아한 형제들'로 성공을 거뒀다.

2011년 '한국경제 떠오르는 벤처스타 CEO 16인' 중 1명으로 뽑혔다. 2013년에는 '서울벤처인큐베이터 닮고 싶은 창업가 롤 모델 베스트 20'에 들었으며 지난해 '10년 뒤 대한민국을 빛낼 100인'에 선정된 것은 물론 대통령 표창까지 받았다. 저서로는 '청년창업, 8권의 책으로 시작하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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