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발진사고 원인 車제조사 입증" 파장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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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발진사고 원인 車제조사 입증" 파장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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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출고 2009년 10월 01일 10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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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3일 오전 8시30분께 전북 전주시 중인동 모악산 등산로 입구 주차장에서 박모(56)씨의 액티언 승용차가 갑자기 속력을 내며 인근 농가로 돌진해 돌담을 들이받고 멈춰섰다.


급발진으로 인해 사고가 발생하면 차량 판매업체가 사고원인을 입증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는 급발진 사고의 입증 책임이 운전자가 아니라 차량 제조ㆍ판매업체에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 첫번째 판결로, 소비자에게 입증 책임을 부과했던 기존 판례를 뒤집은 것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1심에서 차량 결함을 이유로 업체 책임을 일부 인정했다가 2ㆍ3심에서 뒤집힌 판결이 있어 이번 판결이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되면 현재 법원에 계류돼 있는 수백건의 급발진 관련 소송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단독 송인권 판사는 30일 조모(62)씨가 벤츠 차량 수입ㆍ판매업체인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사고차량과 동일한 벤츠 차량을 1대를 인도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기술 집약 제품의 경우 일반 소비자가 제품의 결함과 손해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한다는 것이 어렵다"며 "제조업자 측에서 제품 결함이 아닌 다른 사고 발생 원인을 입증하지 못했다면 제품 결함 때문에 사고가 발생했다고 추정할 수 있어 손해배상 책임을 지울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는 차량 파손상태를 알리는 진단코드에 사고 발생 징후가 포착되지 않아 운전자 과실로 사고가 났다고 주장하지만 진단코드는 승용차의 오작동에 관한 모든 징후를 포착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사고 당시까지 조씨는 신체적ㆍ정신적으로 건강한 상태였고 특별한 사고를 일으킨 적이 없다"며 "특히 이 사고는 주행 중에 발생한 것으로, 시동을 건 직후에 비해 운전자의 과실이 발생할 여지가 적다"고 밝혔다.

또 "사고 당시 승용차가 굉음을 내며 30m가량 고속 주행을 했다고 추정할 수 있는데 승용차가 고속 상태여도 엔진에서 굉음이 나지 않고 조씨가 실수로 밟았다고 해도 사고지점은 브레이크를 밟을 여유가 있는 거리"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만약 운전자 과실이라면 조씨가 지하주차장에서 나와서 보행자가 걸어다니는 지상주차장 인근에서 액셀러레이터를 최대로 밟아 건물 외벽을 향해 돌진했다는 것인데 이런 추론은 상식에 반한다"고 말했다.

송 판사는 "소비자가 통상적인 방법에 따라 복잡한 기계를 사용했다는 사실만 입증하면 기계에 하자가 있었는지 여부는 판매자가 입증해야 한다는 내용의 판결"이라며 "급발진 사고의 배상책임을 완화한 첫번째 판결"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지난해 7월 벤츠 승용차를 6천400만원에 산 조씨는 8일 뒤 서울 강동구 모 빌라 지하주차장에서 도로로 나오려고 우회전 하던 중 차량이 굉음을 내며 약 30m를 질주해 화단 벽을 넘어 빌라 외벽과 충돌했다.

이 사고로 차량 앞면 덮개와 엔진 부분이 파손되자 조씨는 같은 차량을 달라며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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